메뉴
brunch
돈의 규칙
중증외상환자의 교도소 수감기 (2)
by
닥터리
Jan 27. 2023
이 글은
27층 건물에서 떨어져 기적과 같이 살아난 제 환자인 김용식 (가명) 군의 자전적인 이야기입니다.
현재 교정시설에 수감 중인 용식이가 보내 온 편지의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 하였습니다.
- 암묵적 룰 -
여기 뿐만이 아니라 모든 교정시설에는 암묵적 룰이 있다.
그것은 바로 '범털'과 '법자'.
'범털'은 영치금이 많은 사람을 뜻하고,
'법자'는 영치금이 없는 '법무부의 자식'이라는 뜻이다.
이런 암묵적 룰에 의해 구치소 안에서도 계급이 나누어 진다.
"영치금 없으면 조용히 저기 구석에 쳐박혀 있어."
감방 안에서 들은 첫 번째 말이었다.
화가 나지만 현실을 받아 들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 아 네...."
이곳은 먹는 생수와 각종 생필품, 간식 등을 영치금으로 구매해야 한다.
다 죄짓고 들어와서 지내는 곳인데, 여기서까지 계급적 문화가 있어야 하나 싶었다.
대부분의 '법자'들은 수용생활을 마치고 사회에 나가도
집도 돈도 없어 일부러 식당에서 밥을 먹고 계산을 안 하거나, 범법행위를 해서 다시 교정시설에 들어오려고 발버둥치는 경우가 많다.
거짓말처럼 들리겠지만, 이게 현실이다.
- 16.19m2 -
내가 지내고 있는 방의 면적은 16.19m2 이다.
즉, 4평이 조금 넘는 방이다.
화장실도 있고 세면대, TV도 있다.
이렇게 말하면 여기가 교도소인가 하겠지만, 이곳은 정말 쥐구멍 같은 곳이다.
4평 조금 넘는 공간에서 12명이 지낸다.
다양한 죄명, 서로 다른 인격체들이 한 방에서 지내니 불화가 잦다.
망치로 머리를 때리고 도망 못가게 무릎을 때려부셔서 사람을 죽인 사람,
미성년 제자와 성관계를 해서 온 사람,
장난이라는 명분 하에 몇 개월 간 고문을 하여 친구를 죽인 사람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
이런 사람들과 지내다 보니,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정말 인간이 맞는 건가 싶다.
10명 중 8명은 자기가 억울하다고 한다.
어이가 없지만, 나 또한 남들이 보면 같은 사람처럼 보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그러려니 한다.
이곳에서 지내면서 느끼는 것이 정말 많다.
교수님들과 변호사님, 그리고 외상환자 환우회 분들이 없었더라면
나 역시 사고를 쳤을 것 같다.
매일 4평 남짓한 공간에서 12명의 사람들과 마주하여 밥을 먹고, 살을 부대끼며 지내야 하지만 역겹다.
하루 빨리 여기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수 백번, 수 천번 든다.
하지만 내 죄를 내가 인정하기에,
이 모든 것들이 내가 받아야 하는 벌임을 너무나 잘 알기에
나는 오늘도 4평 방 안의 구석에 조용히 앉아 '누나'에게 편지를 보낸다.
keyword
감옥살이
외상
에세이
12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닥터리
직업
의사
중증외상센터 의사의 이야기입니다. 그렇고 그런 병원 이야기가 아닌, 우리네들의 이야기입니다.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팔로워
28
제안하기
팔로우
작가의 이전글
"722번"
앞구르기하면 쥐구멍을 나갈 수 있을까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