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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주민A
Aug 04. 2022
이마에 붙은 딱지 한 장. 곤란한 미간을 좁혀오네. ‘당신은 어른답지 못했으므로 성인 자격을 일시정지합니다.’ 한숨에 수축하는 폐, 쪼그라드는 자신감. 어른이라고 야박하게 굴지는 마. 어른도 인생은 초보운전. 차라리 잘된 일일지도 몰라. 사실은 옛날이 그리웠었어. 장난스러운 골목길로, 걱정 없는 깊은 이불속으로 돌아가고 싶었어. 하지만 어떡하지. 시계의 태엽이 감아지지 않아. 어른은 그저 돌아갈 길을 잊어버린 수염 난 어린이일 뿐인데.
변함없이 지겨운 잔소리. 지친 어깨가 내리막길을 달리네. ‘어른이면 제 앞가림은 해야지.’ 자크를 닫는 입술, 수위를 넘은 침묵에 잠기는 목. 어른은 보증서가 아니야. 당연히 해낼 거란 기대는 마. 어른도 자기 몸이 무거우니까. 차라리 잘된 일일지도 몰라. 남들도 다 그렇게 산다 생각하면 그나마 위안이 돼. 그래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아. 하지만 별수 있나. 친구들은 다 어른이 된 것 같아. 혼자 남겨지지 않으려면 나도 어른이 되어야 해. 어른은 멈추는 법을 잊어버린 마라토너일 뿐이지만.
날아든 물음표 하나. 난감한 이마가 녹아내리네. ‘어떻게 해야 어른이 될 수 있나요?’ 허둥지둥 대는 혀, 디딜 곳을 잃고 허공을 헤매는 시선. 어른이라고 너무 많은 걸 바라지는 마. 어른도 어른이 되는 게 어려우니까. 차라리 잘된 일일지도 몰라. 사실은 어른인 척하는데 지쳐 있었어. 출근을 달력의 구석으로 밀어놓고 알람 없는 아침을 맞이하고 싶었어. 괜찮은 척보단 미친 척을 하고 싶었어. 하지만 어떡하지. 사람들은 내가 어른이래. 어른은 그저 수면 밑에서 발버둥 치는 지친 백조일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