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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식당 초보 사장의 일기 1

-낯선 시작 앞에서.

마지막으로 브런치에 글을 올린 지 벌써 9개월이 흘렀다.
무심한 듯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나는 또 하나의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그토록 오랜 시간 망설였던 외식업, 그것도 생전 처음 접하는 중화요리 전문 식당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이다.

메뉴 컨설턴트로 활동하면서 단단히 마음먹었었다. 식당만큼은 하지 않겠다고.
한 자리에 묶여 하루를 보내는 일이 체력적으로도 버겁거니와, 나 스스로를 잘 알기에, 반찬가게를 운영할 때처럼 또다시 목숨 걸 듯 모든 걸 쏟아부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미 몸으로 그런 후유증을 겪어왔고, 언제 터질지 모를 대상 포진이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기에 ‘돈보다 건강’이라는 염려가 늘 나를 망설이게 했다.

하지만 프리랜서의 유연한 삶조차도, 현실 앞에선 녹록지 않았다.

지난여름, 배추값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김치 생산을 멈춰야 했고, 그 여파로 김치찜 상품도 판매할 수 없었다. 1년에 서너 건씩 참여했던 푸드 큐레이션 행사 입찰은 번번이 떨어졌고, 고정비가 나가는 통장은 어느새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는 정말이지 부끄러울 틈조차 없었다. 외식업체 주방에서도 일하고, 지인들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홀 서빙도 하고, 심지어 배달앱까지 깔아 틈틈이 라이더로도 일했다.

그 모든 경험에 ‘시장조사’라는 명목을 붙이며, 초라한 나를 다독였다. 그래야 견딜 수 있었으니까.

글을 쓰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그 시간엔 내게 극기훈련과도 같았다.
지방출장이 잦고, 장거리 운전이 일상이었지만 이상하게 몸은 지쳐도 마음은 오히려 홀가분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몸을 쓰다 보니, 그동안 나를 괴롭히던 정신적 잡념들이 조용해졌다.

‘나를 돌본다’고 생각했던 시간들이 실은 나를 계속 ‘몰아세웠던’ 건 아니었을까.


2025년은 그렇게, 나에게 또 하나의 전환점을 만들어 주었다. 오랫동안 아르바이트로 일했던 중화요리 식당을 뜻밖의 기회로 인수하게 된 것이다. 처음엔 위탁 운영 정도로 생각했지만, 직접 운영하며 매출 구조를 보니 욕심이 생겼다. 아들과 함께하면 어쩌면 가능하겠다는 희망이 스쳤고, 그렇게 어렵게 자금을 마련하고, 지인들의 도움까지 받아 지난 2월, 중화요리 동경의 주인이 되었다.

경험 삼아 3개월간 미국 여행 중이던 아들이 한국에 돌아오기 전까지는 오롯이 혼자서 매장을 꾸려나가야 했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홀과 배달을 함께 운영하다 보니 실제로는 매장 두 곳을 동시에 운영하는 셈이었다. 무엇보다 낯선 건 ‘중식 주방’이라는 세계였다. 한식 전문가로 일해왔던 나에게는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었다. 주방 팀과의 관계도 쉽지 않았다. 텃새 아닌 텃새 속에서, 나는 묵은 때를 벗기듯 매장을 하나하나 정리해 나갔다. 그 누구에게도 “같이 하자”고 말하지 않았다. 이미 마음속으로는 기존 주방 팀과의 결별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맛’, ‘청결’, ‘서비스’
그 기본만이라도 바로 세우자는 마음 하나로 내 자리에서 묵묵히, 그리고 조금씩 쌓아갔다.

예상치 못한 선택이었지만, 그 선택 앞에서 나는 매일 나를 단련해가고 있다. 체력적으로는 매일 지치는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어딘가 한 뼘은 자라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언제나처럼 두려움은 낯선 나 자신을 마주하게 만든다. 그래서일까. 그 모든 시작이 결국은 ‘견딤’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불리는 것 같다. 지금 이 시간도 언젠가 ‘그때가 있었기에’라고 말하게 될 또 하나의 쓰임이 되리라 믿는다. 나는 오늘도 견딤의 시간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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