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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의 Jun 23. 2024

하염없이 걷는 습관을 어쩌다 얻은 사연

3월의 에피레터 키워드: 습관

하염없이 걷는 습관을 어쩌다 얻은 사연


총 2주에 걸쳐서 일주일에 5일씩 1만보를 걸으면 살이 빠질까요, 안 빠질까요? 저는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2주 후에는 정답을 알게 될 것 같아요. 왜냐하면 본의 아니게 2주 동안 주 5회 1만보를 걷는 챌린지에 도전하게 되었거든요.


저는 습관 형성에 도움을 주는 어플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일정한 참가금을 걸고 원하는 챌린지에 신청하면 인증에 성공한 횟수만큼 참가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어플이에요.


사실은 이 어플을 통해 일주일에 3번씩 1만보를 걷는 챌린지를 할 생각이었는데, 숫자를 잘못 보고 엉뚱한 챌린지를 신청해 버렸어요. 그래서 참가금을 다 돌려받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평일에 무조건 1만보를 걷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번 주부터 집 근처에 있는 하천을 자주 걷게 되었는데요. 바람도 차고, 나뭇가지는 앙상하고, 풀도 시들시들하고, 이상할 정도로 비둘기가 많더라고요.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눈에 띄는 몇 가지 장점이 있었어요. 저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을 만큼 생각이 정리된다는 점, 그리고 저의 내면에만 집중했던 시선을 주변 환경으로 확장할 수 있었다는 점이요.


우리가 걸을 때, 우리의 뇌는 넘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온 집중력을 발휘한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데요. 그 과정에서 뇌가 활발하게 운동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오랫동안 걸으면 걸을수록 복잡한 생각이 빠르게 정리되더라고요.


저는 요새 사람들에게 크게 실망하고, 저 자신에게도 실망하는 날을 반복해서 보내고 있었어요. 익숙한 공간에서 계속 시간을 보내다 보면 이처럼 부정적인 감정에 빠져들기 쉬운데, 밖으로 나가서 다양한 사람들 사이에 섞인 채로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니 세상이 부정적으로만 보이지는 않더라고요.


게다가 하염없이 걷다가 마주치는 뜻밖의 사람들, 혹은 작은 동물 친구들과의 우연한 만남은 저의 내면에만 갇혀 있던 제 생각을 확장해 주었어요. 매일 걷다 보면 세상에는 놀라울 정도로 다채로운 일이 매일 일어나는 걸 눈치채게 되니까요.


예를 들면 오리들이 한데 모여 물속으로 고개를 박고 밥을 먹는 모습, 한 오리가 빠르게 물살을 가로지르다가 다른 오리에게 달려들며 싸움을 거는 모습, 힘 좋은 물고기가 갑자기 물 밖으로 튀어 오르는 모습, (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물가에서 낚시하는 사람, (어떻게 잡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팔뚝만 한 크기의 물고기를 가방에 넣은 뒤 자전거를 타고 유유히 떠나는 사람, 예쁜 옷을 입고 산책하러 나온 강아지 등등 소소하지만 다채로운 일상적인 이벤트가 늘 펼쳐지더라고요.


오랫동안 걷다 보면 이처럼 외부의 다양한 환경으로 자연스럽게 시선이 이동되고, 그 과정에서 지나칠 정도로 스스로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던 생각을 덜어낼 수 있었어요.


사실 1만보를 채워야 한다는 목표 외에는 정해진 경로도, 해야 할 일도 없는 상황이 대책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이런 자유로움이 유연하고 안정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저를 도와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매일 1만보씩 걸어도 크게 지치지 않는 저의 체력을 믿고 앞으로도 이렇게 꾸준히 저의 세상과 시야를 넓혀보고 싶네요.  


여러분에게도 산책하면서 본 색다른 이벤트가 있었나요? 댓글로 알려주세요!

현의�


산책은 뭐랄까,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행위인 것 같아요. 바깥바람을 쐬며 숨을 쉬고 지나쳐가는 사람들을 마주하며 생명을 온 몸으로 느끼는 것 같아요. 일상에 지친 어느날, 이어폰을 빼고 온전히 외부 소리를 들으며 산책했던 그 때가 떠올라요�

미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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