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 인사이트, 디자인>은 평소에 구독하고 있던 출판사의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호기심에 읽어본 도서입니다. 저는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창의성을 발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걸 언제나 좋아하기 때문에 이 책은 제목만 보고도 왠지 제 관심사와 매우 일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책을 읽어보니 책을 읽기 전부터 제가 기대했던 내용이 모두 담겨있어서 지루할 틈 없이 빠져들듯 읽었습니다. 책 <브랜딩, 인사이트, 디자인>은 아마존, 코카콜라, 맥도날드, 캠벨, 메탈리카 등등 유명한 브랜드와 협업한 에이전시인 터너 더크워스가 각각의 고객을 위해 어떠한 브랜딩 전략을 세웠는지,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어떤 노하우를 얻었는지가 소개되어 있는데요. 어느 챕터를 읽든 디자인과 브랜딩에 대한 철학과 자부심, 열정이 느껴져서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브랜딩은 회사가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회사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에 달렸다고 언급한 대목이 인상적이었어요. AI가 인간의 일을 대체하지 않을까 염려가 되는 요즘 같은 시기에 지극히 인간적인 관점을 가장 중요시 여기며 이 디자인을 본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느낄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 무척 좋았습니다.
디자이너가 아니더라도 디자이너는 어떻게 생각하고, 일하는지 그 사고과정을 따라가보고 싶은 분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창의적인 작업에 자부심을 가진 사람들의 열정을 간접적으로나마 전달받고, 브랜딩과 디자인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고 싶은 분에게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호감이란 '어떻게 보이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느껴지는가'에 달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우리는 이렇게 질문했다. '아마존은 무엇을 하는가?' 그 답은 이것이었다. '더 많은 선택지를 주고, 더 싸게 사도록 해주며, 문 앞까지 배달해 준다.' 한 마디로, 아마존은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아마존의 스마일 로고가 어떤 질문을 거쳐 탄생했는지 알 수 있었던 흥미로운 문장이었습니다. 아마존이라는 이름에서 영감을 얻거나, 아마존이 배달하는 택배 상자를 모티브로 삼을 수도 있었을 텐데도 택배를 받을 때의 '행복'을 떠올린 창의성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인간 중심적이며 가치에 기반한 디자인은 머리, 손, 마음이라는 세 축으로 이루어진다. 즉 사고하고 만들고 배려하는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터너 더크워스의 구성원들이 '사람들은 이 디자인을 보고 무엇을 느낄까'를 정말 중요시한다는 점을 반복해서 느낄 수 있습니다. 돈이나 성과, 명예처럼 물질적인 것의 중요성이 자꾸만 커지고 있는 사회에서 그래도 여전히 인간의 마음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어 좋았어요.
제대로 된 브랜드라면, 소비자와의 관계가 일방통행이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관계라는 걸 안다. 문화와 사람들의 실제 삶에서 그들 브랜드가 차지하는 역할을 분명히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니 목표는 브랜드의 의미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의미를 포용할 기회를 찾는 것이다.
투자 대비 수익에 대해서는 몰라도, 나는 브랜딩은 이해한다. 소비자들이 브랜드에 대해서 알고 생각하고 진실하다고 믿는 것들의 외적인 표현이 바로 브랜딩이다. 그 반대가 아니다. 브랜딩은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작용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브랜드와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 고려하지 않고, 기업이 원하는 방향을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여러 기업이 떠올랐던 문장이었습니다. 소비자가 왜 이 제품을 쓰는지에 대한 고려 없이 억지로 새로운 것을 쥐여주면 마음이 식을 수밖에 없다는 걸 소비자로서 강렬하게 느꼈던 순간이 최근에도 몇 번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사람들은 아름다운 것을 기꺼이 삶에 들인다
순전히 표지가 감각적이라는 이유로 취향에 맞지도 않는 책을 골랐던 적이 제게도 정말 많았기 때문에 위 문장에 무척 공감했습니다. 디자이너가 아님에도 디자인에 대한 호기심이 자꾸만 생기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이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아름다운 것, 잘 꾸며진 것, 보기 좋은 것만 만나면 저항할 생각을 못 하고 그저 이끌리는데, 막상 아름다운 것을 실제로 만들 역량은 한참 모자라다는 점이 제게 자꾸만 디자인 분야를 탐험하고 싶어지는 원동력이 되어주는 것 같습니다. 이 작은 관심이 누적되어 언젠가는 스스로도 만족할 만한 작품을 만드는 수준에 이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우리가 모두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본능적으로 창의적이다. 영감을 받고, 새로운 걸 시도해 보고, 마음에 들지 않아 포기하고, 또 다른 걸 시도해 보고, 좋아하다가도 진부하게 느껴져 폐기하고, 떠나고, 한눈팔고, 또 돌아오다 보면 뭔가가 나온다. 뒤죽박죽이어도 괜찮다.
성공하기 전에는 실패할 수 있어야 하며, 맑게 보기 위해 한동안 진흙탕을 허우적대는 시간도 필요하다. 더 자유롭게 시도하고 확장할수록 더 나은 결과가 나온다. 확신을 가지고 올바른 것에 도달하려면 먼저 무엇이 틀렸는지 이해해야 하니까.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에게도 용기를 주고 영감을 전해주는 문장도 몇 가지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누구나 본능적으로 창의적이고, 이곳저곳을 헤매고 실패하다 보면 결국 답을 찾게 된다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어요.
이처럼 창의적인 결과물을 내려면 다양한 시도를 통해 충분히 헤매도 좋을 안전한 공간과 시간이 필요할 텐데요. 이런 환경이 완벽하게 조성된다면 무척 좋겠지만, 일단은 그런 환경을 찾기보다는 우선 스스로에게 실패를 허락할 여유를 갖는 게 우선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저는 나 자신의 실수와 방황에 얼마큼의 여유를 내주었는지 생각해 보게 해준 문장이었어요.
이 모든 개인적인 취향과 세세한 습관들, 순간들과 추억이 모여 팬덤을 만든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결국 'I'm lovin'it'이 된다. 눈으로 보고, 코로 맡고, 손으로 만지고, 입으로 맛보고, 귀로 들을 수 있을 만큼 생생한 감정으로.
맥도날드의 브랜딩을 다룬 챕터에서는 '맥도날드는 햄버거를 파는 게 아니라 행복을 판다'는 문장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고객들이 생애 주기에 따라 어떤 환경, 어떤 순간에 맥도날드를 찾는지 생생하게 설명한 문장도 놀라웠어요.
축구 연습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친구들과 야식을 먹을 때, 습관처럼 감자튀김에 셰이크를 찍어 먹을 때, 친구의 버거를 주문할 때는 익숙하게 피클을 뺄 때 등등 정말 구체적인 상황을 예시로 들며 맥도날드의 제품이 고객들의 일상에 어떻게 자리 잡았는지 설명하는 문장을 읽고 있자니 제게도 패스트푸드가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던 순간이 떠오르더라고요. 그 모든 추억은 하나같이 행복했고 말이에요.
그러다 문득 맥도날드가 햄버거를 파는 게 아니라 행복을 판다는 브랜딩을 한 걸 제게도 적용해 볼 수 있을지 궁금하더라고요. 블로그에 쓰는 글,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진, 듣고 있는 음악 등 이 모든 것을 합쳐 결국 사람들에게 'OOO'이라는 가치를 전하려 한다는 메시지를 저라는 개인도 전달해 볼 수 있을까요? 만약 가능하다면 그 메시지는 어떤 내용일까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나의 'OOO' 찾기
<브랜딩, 인사이트, 디자인>에서 정말 반복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점은 책에 실린 인물들이 항상 자신의 개인적인 주관이나 취향이 아닌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메탈리카와 협업했을 때는 메탈리카라는 밴드가 무엇을 말하는 밴드인지에 대해 파고들었고, 캠벨을 디자인할 때는 이 브랜드를 현대적인 모습으로 바꾸면 어떻게 될지에 대해 아주 멀리까지 상상하며 말이에요.
자기 자신의 취향이나 의견을 고수하기에 너무 편해진 세상에서 다른 사람의 입장을 고려한다는 건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선물이 되어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디자이너도 아니고 제게 의뢰를 맡길 고객도 없지만 그래도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주기적으로 무언가를 업로드하는 사람으로서 보는 사람에게 무엇을 주고 싶은지, 혹은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어요.
처음에 이 블로그를 만든 이유는 단순히 제가 좋아하는 밴드에 대한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이었고 인스타그램에 꾸준히 사진을 올리게 된 계기도 그저 다이어리 쓰는 걸 좋아하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서였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록밴드나 다이어리를 함께 포용할 수 있는 포괄적인 이미지에 푹 빠져있어요. 질서 정연하지 않고 자유롭게 쓰인 손 글씨, 있는 그대로의 거친 질감이 묻어나는 텍스처, 찢어지고 구겨진 종이,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흔해 빠진 비닐 같은 것 말이에요.
너무 흔해서 별로 중요하게 여겨지지도 않고, 정돈되어 있지도 않고, 다른 것에 밀려서 버려지기도 쉬운 찢어지고 조각난 것들을 중요한 요소로 취급하는 건 무척 재밌고, 이는 록밴드의 거친 사운드와 아날로그 기록의 서투름과 닮아있기도 합니다.
이런 개인적인 취향이 이제는 특정한 메시지를 담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삶이 반듯하게 줄을 그은 것처럼 일직선으로 나아가지 않고 이곳저곳이 조각나거나 찢어지거나 닳아버렸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모습 그 자체를 포용하고 나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 말이에요.
어느 순간부터 블로그에 올리는 글에 질문을 담게 된 이유도 자연스럽게 자기 생각을 내보여도 괜찮은 세상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나보다 멋지고 똑똑하고 부유한 사람의 의견을 듣기 너무 쉬운 세상에서 가장 홀대받기 쉬운 건 자신의 의견이기 때문이에요. 귀 기울여 듣는 사람을 찾기 어려워 나 자신도 뒤로 밀어버리곤 했던 스스로의 의견도 세상에 드러낼만한 가치가 있다는 걸 전달할 수 있다면 제게 큰 의미가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는 이런 질문을 전하고 싶어요. 여러분이 전하고 싶은 여러분만의 중요한 메시지는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