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편바라기입니다.
남편과 나는 웨이트 트레이닝이라는 공통된 취미가 있다.
연애 시절, 어느 날 남편에게 물어봤다.
나 : "넌 왜 근력운동해?"
남편: "직업 때문이기도 하고, 살이 잘 찌는 체질이라 어쩔 수 없이 하지. 근데… 정신적으로도 운동이 필요해서 해."
그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나는 근력 운동을
직업과 몸을 위한 수단으로만 바라보고 있었다.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정작 그 목적으로 한 적은 없었다.
나는 이 운동이 필요한 수많은 이유를 알고 있었지만,
정작 ‘나 자신을 위한 운동’이라는 생각을 크게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웨이트 트레이닝이
단순히 외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내 삶과 정신 건강을 위한 것이라면
평생 운동을 지속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질문을 계기로, 내 안에 있던 진짜 동기를 찾게 되었다.
어릴 때 나는 단순히 운동이 좋아서 시작한 소녀였다.
보이는 몸뿐만이 아니라,
몸이 가볍다는 걸 느끼는 게 좋았고,
체력이 좋아질수록 자신감도 커졌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운동은 업무의 일부가 되면서
‘즐기는 것’이 아닌 ‘해야 하는 것’으로 변해버렸다.
'과연 나는 직업을 떠나서도 이 운동을 했을까?'
이 질문이,
그동안 내가 고민해 왔던
‘회원들의 운동 지속성’에 대한 해답을 주었다.
운동을 직업으로 삼은 나조차도
‘해야 하는 일’이 되니 동기가 사라졌다면,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이걸 꾸준히 지속하는 게 얼마나 어려울까?
나는 운동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런 생각은 대학 졸업 후부터 해오던 것이었다.
'운동을 평생 즐길 수 있는 습관으로 만들어주고 싶다.'
대학 졸업 후, 이 포부를 품고 PT샵과 피트니스 센터 면접을 다녔다.
그러나 현실은 피트니스 산업의 흐름 속에서
점점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그때 남편의 한 마디 덕분에
잊고 있던 초심과 꿈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나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일.
다시금 이를 평생의 목표로 삼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더 많은 경험과 내공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기존 직장인 피티샵을 떠나
나와 같은 철학을 가진 기업의 그룹 트레이닝 코치로
새 출발을 하게 되었다.
기존의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건
설레면서도 두렵지만
항상 그 길에는 그의 응원과 지지가 있어서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남편은 가끔 농담처럼 말한다.
"내 덕분에 네가 전 직장을 그만두고 새 길을 찾은 거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사실, 나는 원래 정해둔 일정 기간 동안
그 직장에 머물 계획이었고,
그 시간이 거의 다 차고 있었다.
남편의 한 마디가 내 결정을 확신하게 해 줬을 뿐.
모든 것이 남편 덕분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를 지지해 주는 사람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나는 내 꿈을 재발견할 수 있었고,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그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남편의 응원 덕분에, 나는 그를 더욱 소중하게 여긴다.
그리고 한걸음 내 꿈을 향해 나아가며,
남편에게도 좋은 아내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꿈을 다시 찾게 해 준 그에게,
나는 나의 방식으로 그 성원을 되돌려 줄 것이다.
격려받으며 성장한 사람이,
또 다른 누군가를 북돋우며 성장하게 만드는 것.
그렇게, 나도 누군가의 꿈에 힘을 보태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쩌면, 나의 꿈은
혼자 찾아가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응원해 주는 사람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누군가의 한 마디, 한 순간이
잊고 있던 꿈을 다시 떠오르게 한다.
그 꿈을 실현할 용기를 주는 것도,
결국 나를 믿고 지지해 주는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