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 보이신 환상

사도행전 10장 9-17절 말씀

by 콩지수



9. 이튿날 그들이 길을 가다가 그 성에 가까이 갔을 그 때에 베드로가 기도하려고 지붕에 올라가니 그 시각은 제 육 시더라

10. 그가 시장하여 먹고자 하매 사람들이 준비할 때에 황홀한 중에

11. 하늘이 열리며 한 그릇이 내려오는 것을 보니 큰 보자기 같고 네 귀를 매어 땅에 드리웠더라

12. 그 안에는 땅에 있는 각종 네 발 가진 짐승과 기는 것과 공중에 나는 것들이 있더라

13. 또 소리가 있으되 베드로야 일어나 잡아 먹어라 하거늘

14. 베드로가 이르되 주여 그럴 수 없나이다 속되고 깨끗하지 아니한 것을 내가 결코 먹지 아니하였나이다 한대

15. 또 두 번째 소리가 있으되 하나님께서 깨끗하게 하신 것을 네가 속되다 하지 말라 하더라

16. 이런 일이 세 번 있은 후 그 그릇이 곧 하늘로 올려져 가니라

17. 베드로가 본 바 환상이 무슨뜻인지 속으로 의아해 하더니...(중략)




나는 성경적 지식이 빠삭하지 않다. 모태신앙이지만 최근 3년 정도 교회를 떠났고, 지금은 동네의 아주 작은 개척교회를 다니고 있다.

부족하지만 성령님께서 함께 하심을 믿고 성경을 보았다.


내가 알기로 베드로는 율법을 배우고 자란 유대인이고 성인이다. 성령을 받은 후 복음을 전했지만, 그 대상에 이방인은 포함되지 않았다.

아마 베드로가 아는 '이방인'의 개념은 상종할 필요도 가치도 없는 사람으로 인식되어왔을 것이고, 이방인에게 복음을 전하는 건 재고해 볼 필요성도 느끼지 못할 만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 베드로에게 하나님이 환상으로 말씀하셨다. 보자기에는 율법에서 말하는 부정한 것, 속되고 깨끗하지 않은 것들이 거기에 담겨있었고, 무려 하나님이 먹으라고 하시는데도 베드로는 그럴 수 없다고 했다.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베드로가 지금껏 살면서 배운 것이고, 옳다고 믿는 것이고, 실제로도 틀리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그것을 먹지 않는 것이 본인에게 '선'이고 '경건'이었을 것이다.


그런 베드로에게 하나님은 말씀하신다.

하나님께서 깨끗하게 하신 것을 네가 속되다 하지 말라. 이 환상을 세 번이나 보이신다. 그리고 베드로는 이 환상의 의미를 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의아해한다.


그는 어떤 의문을 가졌을까?

베드로를 이해하기 위해 나의 상상력을 조금 보탰다. 이런 것이다.


하나님이 나에게 담배를 주시면서 '펴라.' 하시는 상황이다. 나는 '도대체 뭐하시는 거지? 테스트인가?'하고 생각하면서 '안 돼요, 하나님. 싫어서도 안 피지만, 피면 안 된다고 배웠고... 백해무익합니다.'하고 대답한다. 그러자 하나님이 '내가 깨끗하게 한 것을 속되다 하지 말어라.' 하신다.


???? 뭔 소리시지. 담배를 피우라고? 왜 갑자기? 담배를? 진짜로? 테스트 아니고? 담배는 나쁜데? 해로운데? 아니, 보통은 피는 사람한테 끊으라고 하지 않나? 내가 아는 하나님은 담배 권하는 분이 아닌데?


이런 의문을 가진 채로 세 번이나 같은 걸 경험하면 아마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꿈꾸나? 아니 성령님도 믿고, 하나님 음성도 들어봤고, 기적도 보긴 했는데... 근데 이건 내용이 좀 이상한데? 내가 머리가 이상해졌나? 아니면 사탄의 음성인가?'

그러던 중 이방인인 고넬료가 보낸 사람이 베드로를 찾아오고, 다음 날 고넬료에게 간다. 고넬료를 만나고 나서야 베드로는 그 환상을 이해하게 된다. 본인이 '속되고 깨끗하지 않은 것'이라 여기던 것, 환상 속에 본 '하나님께서 깨끗하게 하신 것'이 '이방인'이었음을.


나야 말씀을 읽으니까 베드로의 환상 부분을 보고 바로 그다음 스토리를 봐서 환상이 이해가 되지만... 베드로는 고넬료를 만나기 전까지 그 환상의 의미를 이해하려고 애써도 이해하지 못했을 거다. 그리고 고넬료를 만났을 때도, 어쩌면,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웠을 것 같다.

왜냐면... 난 지금 28살인데, 28살이 되도록 '이것이 옳다'고 믿어온 가치에 대해서 어느 날 갑자기 누가 '그거 아니야'라고 하면... '그거 아니야'라고 세 번 말해도, 내가 존경하고 의지하는 누군가가 그렇게 말하더라도 한참을 ?????하고 있을 것 같다. 객관적인 무언가를 직접 찾기 위해 한참 뒤적거리다가, 나를 납득시킬만한 근거가 있으면 그제야 '오, 그게 아니군.'하고 생각하겠지.


여기까지 생각이 닿으니, 같은 환상을 세 번이나 보게 하신 하나님의 마음이 이해가 됐다. 베드로에게 세 번은 얘기해야, 베드로가 그 모든 의심을 내려놓고 확신 속에서 이방인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대박인 것은 베드로는 부활을 눈 앞에서 보고, 수많은 기적을 보고 또 행한 사람이다. 그리고 저 환상을 봤을 때는 베드로가 성령과 늘 함께하는, 충만한 삶을 살던 때였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그에게 환상을 세 번이나 보여주셨다. 달리 말하면, 그는 환상을 세 번이나 봐야 했다. 그래야 하나님이 말씀하신 대로 따를 수 있었다.


성령 충만한, 믿음으로 가득한, 경건하고 신실한 상태의 베드로 조차 하나님의 말씀을, 같은 걸 세 번이나 들어야 따를 수 있었는데...

나는 말해 무엇하겠나.

겸손한 마음으로, 하나님의 말씀에 더 귀를 기울여야겠다. 그래야 하나님이 뭐 하라고 하실 때 그렇게 할 순종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들지 않을까. 내 생각, 내가 아는 상식, 내가 믿는 것, 나의 그 어떤 것과 다르더라도...


참 어려운 시대다.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 가장 귀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발버둥 치지 않으면, 이틀 전 먹은 저녁 메뉴만큼이나 쉽게 잊히는 시대다.

그러니 잊지 말자.

내 판단과 많은 사람들의 판단에 옳다, 그르다, 필요하다, 필요 없다, 중하다, 중하지 않다 하는 모든 것들. 그 위에 하나님이 계심을. 하나님만이 우리가 알아야 할 진리이고, 따를 길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