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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Apr 23. 2024

바람 따라... 오는 봄


바람이 분다
세상이 뒤집어질 듯
심하게 불고
나무들
신나게 춤을 춘다

오늘도 봄이 오기는
틀렸나 보다
그저 두꺼운 겨울옷에
털모자를 쓰고
동네 한 바퀴 돈다

겨울을 벗지 못한
학교운동장에는
아무도 없고
건물 안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간간이 들리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갈매기와 까마귀의
끼룩거리는
소리만 난다

성당 앞에
새로 짓는 빌딩은
끝나지도 않았는데
일하는 사람은 없고
여기저기
널려있는 재료들이
잠자고 있다

목이 길은 오리
양지바른 곳에 앉아서
언제 올지 모르는
짝을 기다리며
자리를 지키고
상가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오고 가며
물건을 사고
웃고 만나서 이야기하는
한낮이다

이 바람이 지나가면
봄이 올지도 모른다며
마음을 다독이고
기다림은
어쩌면 희망인지도
모른다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어본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도
눈이 시도 때도 없이 와도
기다리다 보면
봄은 오고

언젠가는

연두색 이파리가 되어

피어날 것이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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