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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투바투 Sep 06. 2023

나쁜 시력 덕분에Ⅱ

  고등학생 때의 일이었다. 당시 저녁 9시까지 학교에서 하던 야간 자율학습 시간은 적당한 소음이 있는 곳에서 집중이 더 잘되었던 내게 오히려 수면의 시간이었고(지금에서야 내가 백색소음이 있는 환경에서 집중이 잘 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규정에는 벗어나기는 하나 나의 학습 효율을 위해서 정규 수업 시간이 끝나면 외부 도서관으로 갔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야간 자율학습이 강제였으므로 나의 행동은 학교 규정을 깨는 것이었다. 그에 대한 대가는 학교주임을 담당하시는 선생님의 체벌이었다. 아픔을 잘 참기도 하였고, 고3이었기 때문에 시간에 대한 압박감의 영향도 커서 매일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날도 정규 수업이 끝나고 학교에서 저녁을 먹고 난 뒤에 중앙계단을 통해서 학교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계단 반대편에서 남학생으로 보이는 누군가가 계단을 올라오며 뭐라고 나에게 말을 했었는데 급하게 내려가던 중이라 무시하고 그대로 학교를 빠져나왔다.


  다음 날 아침에 자리에 앉아있는데 뒷문이 벌컥 열리는 것이 아닌가.     


  “너는 이제 선생님을 보고도 도망가냐?”     


  이런, 어제 그 남학생처럼 보이던 사람이 학교주임 선생님이셨을 줄이야. 멋쩍게 웃으며 불려 나가서 엉덩이 매를 맞았다. 엉덩이는 아팠으나 상황이 웃겨서 자리에 앉아서 실실 웃으며 넘어갔던 기억이 있다. 물론 그 뒤로도 나는 자율학습은 학교에서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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