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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양석 May 25. 2020

마음을 다루는 회사의 역량

[연쇄혁신기업원리] 불확실성의 시대 가장 중요한 회사의 역량


세상이 감당할 수 없는 속도로 변해가고 있고 기업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변화를 포착, 실험하는 체계를 갖춰 문제해결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게 지금까지의 많은 사람들의 결론이다. COVID-19 때문이라도 이 결론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 우리는 여기에서 한단계 더 들어가 보자. 그런 4가지 역량을 다 갖추기 위한 가장 안쪽에 있는 변수는 무엇일까?
 
 바로, 구성원의 마음이다. 


 
 이게 웬 뚱딴지 같은 말인가 싶겠지만, 잘 생각해보자. 변화무쌍하게 시장과 경쟁자가 변화해도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이 관심이 없으면 변화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그런 변화를 보면 희로애락과 위기와 기회를 느낄 수 있어야한다. 생각보다 회사를 무덤덤하게 다니는 사람이 많다. 설사 그런 변화를 감지했다 하더라도 내가 그 변화의 주인공일 될 수 있다는 ‘해보자 하는 마음’은 매우 높은 수준의 자발성을 필요로 한다. 그래야 시장의 변화가 조직 내부의 문제로 내재화(internalization)된다. 우리 조직의 모습이 동그라미인데 시장이 세모로 가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3개의 꼭지점을 만드는 목표들이 생겨야 한다. 그리고 그 내재화는 목표라는 구체적인 경영요소로 귀결된다. 즉, 자발적 목표를 만들어 내는 첫 단추는 관심이 있느냐 없느냐로 결정된다.
 
 자발성으로 구성원들이 나도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목표를 잡게 되면 순간적으로 조직 내 목표의 수가 폭증하게 된다. 목표의 크기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다. 이때, 전 구성원은 순간적 공황상태를 경험하고 자칫 더 큰 패배주의에 빠질 수도 있다. 자발성을 주장했던 사람이 공공의 적으로 몰리기도 한다. 이는 일종의 성장통으로 종합적 사고에 기반한 목표를 세워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동일한 시장 변화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제품 기능으로 해결하려 하고 사업개발 직원은 외부 회사와 파트너십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각자 기존의 핵심 역량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해오다 보니 종합적 사고를 기반으로 한 목표를 잡는데 한계를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자칫 사람들은 이런 목표를 삼아도 되나? 말하고 책임져야 하는가? 내가 이런 목표를 세워도 다른 사람이 안 도와주면 헛일 아닌가? 라는 본능적 위축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를 뚫고 조직이 원하는 형식으로 목표를 형상화 해내는 데는 남다른 용기가 필요하다. 목표는 단순히 지적 호기심과 의협심으로 세워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자발성이 정제된 목표화 됐다 한들 기업은 이를 다 실현할 자원이 충분하지 않다. 설사 충분하다 하더라도 의도적으로라도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결핍은 진지함의 어머니이므로 의도적으로라도 선택과 집중이라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런 과정이 있어야 많은 목표가 좋은 목표가 될 최소한의 환경이 구축되는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자발성을 훼손하지 않고 목표가 수립, 유지, 조율, 확장되게 하느냐인데 그래서 섬세한 경영체계가 필요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데로 조직의 모습이 동그라미인데 세상이 별모양으로 바뀌고 있다고 해보자. 조직이 5개의 꼭지점을 시의 적절하게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아마 50개의 실험이 필요할 수 있다. 50개의 유형 화된 실험이 조직 내 존재하려면 아마 500개의 아이디어가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즉, 시장의 변동성을 조직이 목표라는 형태로 내재화한다는 것은 굉장히 복잡한 문제이고, 당연히 이를 관리하는 경영체계 역시 복잡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쉽게 말해 경영체계이지 미션 – 비전 – 성장전략에 맞게 사업계획 – 의사결정 – 평가 – 보상 – 채용/육성하는 과정을 수 백개의 아이디어를 대상으로 해야하는 것이다. 이를 어떻게 관리할지는 차차 살펴본다 하더라도 지금 중요한건 그 복잡성을 감내할 참여의식이 있어야만 납득이 가고 애착이 가는 경영체계가 만들어 진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또 마음의 문제인 것이다.
 
 납득이 가고 애착이 가는 경영체계의 가장 큰 덕목은 심리적 안정감이다. 혹 조직의 혁신이 특정 인물의 순간적 분투나, 번뜩이는 사업아이템으로 나오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잔잔하고 안정적인 심리적 상태에서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마음가짐에서 나온다. 심리적 안정감이 기본이 되어야 최소한 자신이 가진 역량을 있는 그대로 일에 투자하기 시작한다. 아무리 역량이 없거나 마음이 상처투성이인 구성원이라도 일을 통해서 자신을 뽐내고 싶은 마음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력 발휘 좀 해볼까?’하는 마음이 나오는데 환경이 준비되어 있어야는 것이다. 평심서기 平心舒氣 라는 말이 이를 잘 표현하는 말이다. 평심은 평온한 마음을, 서기는 기운을 펼친다는 말이다. 평온한 마음에서 기를 뻗칠 때, 즉 몰입할 때 가장 높은 수준의 성과가 나온다는 깨달음을 표현한 것이다. 
 
 몰입을 경험한 사람은 회사 조직 내에서도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몰입이 높은 수준의 문제해결 능력과 실행력을 담보해서 좋은 성과가 나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성과와 성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지만 그렇게 멀리 보고 일상의 몰입 수준을 결정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오늘 하루를 알차게 보냈다는 뿌듯함과 그 노력이 나와 조직의 성장에 분명 도움이 된다는 성장감이 훨씬 더 강력하다. 그래서 지나친 성과주의 중심의 경영체계가 공허하고 지나치게 성과 지향적인 인물들만 키워내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성취감이 아니라 성장감이라고 정의한 이유이기도 하다. 회사가 구성원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성장을 위한 몰입환경이다. 그래야 더 잘해보겠다는 마음이 생기고 자연스럽게 또 외부 변화에서 기회를 포착하려는 관심이 생기기 때문에 모두에게 유익한 선순환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문제가 생긴다. 관심, 용기, 참여의식, 몰입까지는 아니더라도 세상이 빨리 변하는 만큼 구성원의 마음 상태 역시 변화무쌍하다는 것이다. 즉, 시장 환경도 뷰카(VUCA)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직원들의 마음도 뷰카(VUCA)하다. 태풍 속에는 위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회도 있기 때문에 조직이 이 두 태풍 사이에서 중심을 잘 잡지 못하면 언제든지 떠날 준비를 하게 된다. 


자 그럼 이제부터는 안쪽 태풍으로 바깥쪽 태풍을 다루는 법을 알아보자.



'연쇄혁신기업원리(가제)' 원고 중 일부


+ 이 내용에 대해 토론하고 싶으면,
https://www.thinkingpartner.pro/?p=column_view&idx=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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