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혼탕 문화 – “거기, 같이 들어갈래?”
처음에 형이 혼탕을 본 건 말이지,
TV도 아니고 만화책도 아니었어.
바로 일본 시골 온천 여행 갔을 때였지.
친구랑 둘이 일본 료칸에 도착해서,
“온천 있대~ 들어가자~” 하고 수건 하나 들고 갔거든?
근데 말이지… 문 열었는데…
“응? 저기 계신 분… 여자분 아닌가…?”
눈 마주쳤는데, 그분은 태연하게 수건만 두르고 퐁당.
난 그 자리에서 뇌 정지.
몸은 뒤로 가고, 눈은 앞으로 가고… 혼돈이었어.
혼탕(混浴), 들어봤지?
남녀가 같이 들어가는 온천.
형은 처음엔 "이게 되나?" 싶었거든?
근데 알고 보니까 이게 원래 일본 전통이더라고.
예전엔 온천이 마을의 '목욕탕 겸 사랑방'이었대.
사람들이 다 같이 들어가서 일 얘기하고, 가족 얘기하고,
심지어 결혼도 거기서 얘기해서 성사됐다더라.
"옷이 벗겨진다고 관계도 벗겨지나 봐."
솔직히 형도 혼탕에 들어가진 못했어.
‘문화는 존중하지만, 내 멘탈은 준비 안 됨.’
요즘 젊은 일본인들도 혼탕 안 간대.
이유가 뭐냐면,
불편해. 민망하고, 시선도 신경 쓰이고.
관광객들 눈치 보여. 외국인들이 “미쳤어?” 하는 눈빛.
시대가 바뀌었잖아. 이제는 프라이버시가 우선이니까.
그래서 대부분의 온천은 남탕, 여탕 따로 분리.
혼탕은 점점 줄고 있어.
이제 혼탕은 일부러 찾는 사람이 있어.
“한번쯤 해보고 싶다.”
“전통 체험이지~”
그런 관광객들, 특히 유럽 쪽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들어간대.
형도 그때 외국인 가족 봤어.
엄마, 아빠, 아들, 딸… 와… 진짜 팀워크 돋더라.
혼탕이 중요한 건 벗는 것보다
안 보는 것이더라고.
다 벗고 들어갔는데 아무도 서로를 쳐다보지 않아.
그게 룰이자 신뢰지.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어쩌면 그게 진짜 ‘문화’ 아닐까 싶어.
서로를 보지 않는 배려.
눈치 없는 자유.
그거, 우리한텐 없잖아.
동생 너도 일본 여행 갔다가
온천에 ‘혼탕’이라고 적힌 간판을 봤어.
그 순간, 뭐 할래?
"우와 재밌겠다~" 하고 수건 들고 들어갈래?
"노노노노! 형, 그냥 방에 있을게." 하고 도망갈래?
형은…
다시 간다면,
조금만 용기 낼 것 같아.
그 문화가 뭔지 몸으로 느껴보려고 말이지.
우리는 익숙한 것만 보면서 자라.
하지만 진짜 재미는,
'왜 저런 거지?' 하고 느낀 뒤에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나오는 거야.
혼탕이든, 찜질방이든,
그 안에는 그들만의 룰과 철학이 있어.
혼탕은 벗는 문화가 아니다.
보지 않는 신뢰의 문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