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ka Mar 09. 2024

엄마의 파란만장한 인생이야기 #10

아들이 대신 써주는 엄마의 인생

어느날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 부산으로 빨리 좀 오세요 아버지가 많이 아파요."


병원에서 디스크가 심하다면 병원에서 계속 치료했는데 경과가 더 좋지 않아


대학병원에 가서 다시 검사해 본 결과 전립선암 말기에 암세포가 척추로 해서 장기로 뇌까지 퍼졌다며


엄마가 빨리 와서 좀 도와주세요라고 했다.

    

(전남편은 암이 척추로 전이되어 하반신 마비가 온 상황에서 병원에서 퇴원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응 알았다고 하면서 지금의 남편에게 양해를 구하고 혼자서 내려왔다.


네 가족이 살던 집은 세월이 흐르고 흘러 홀아비 둘이 사는 집이 되어있었다.


거기다 병자가 생활했던 흔적이 고스란히 나타나 있었다.


방에 이불이 널브러져 있고 주사라며 이름 모를 약들이며


관장약 통이 여기저기


내려오자마자 집청소 부터했다.     


이불을 들어내니 여자들 목걸이며 귀걸이가 나았고 이불에는 때가 꼬장꼬장했다.     


도대체 이런 이불을 덮고 잤던 여자들은 뭐 하는 여자들일까?


이불을 싹 씻어 그대로 펴놓았다.     


아들이 냉장고 청소를 하지 말라고 말렸다.     


하지만 곰팡이 핀 음식이며 썩은 것이 꽉 차있었다.     


아빠 물건을 버리지 말고 그대로 그 자리에 채워놓으라고 신신당부를 하며 아무리 냉장고에서 음식이 썩어도 다시 찾으면 큰일 난다고 없어진 건 귀신같이 찾는다고 했다.     


나 역시 그 성격을 잘 알고 있다.     


정말 기가 차고 코가 찰뿐 아무런 말도 못 했다.


아들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전남편은 암세포가 뇌까지 전이되어 병원에서 두 달도 못 견디고 유명을 달리했다.


그렇게 갈 것을 왜 그렇게 악착같이 살았을까.

    

아들의 간곡한 요청에 남편은 오산살림과 회사를 모두 청산하고 이삿집 챙겨 내려왔다.     


내려오자마자 내가 못하는 일들을 모두 해주었다.     


얼마나 살려고 그랬는지 막 태어난 쥐새끼로 담은 술부터 오만가지 약초를 넣어 삭혀놓은 썩은 약초들이 베란다에 가득     


그 더럽고 징그럽고 여자로서는 못하는 일들을 모두 해주고 나니 미안하고 죄스럽고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막상 공장에 가보니 지은 지 몇 년 되지 않았는데 쓰레기장 아니 고물상 같았다.


남편의 도움으로 공장도 깨끗해졌고 이공장에서 일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었기에 그대로 공장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남편은 양산 내려와 1년 만에 10kg 이상 몸무게가 줄었고 앙상한 남편의 얼굴과 작아진 체구를 보면 가슴이 너무 아팠다.     


때로는 잠 못 드는 남편의 얼굴을 바라보면 한없이 불쌍한 마음도 들고 저 사람이 왜 나 같은 여자 만나려고 40이 넘도록 장가를 가지 않고 있었을까.

     

난 그 모습이 불쌍해서 남몰래 술을 사 와 마시곤 했다.     


한 없는 자책과 후회를 하면서 자꾸만 되풀이되는 도도리표 내 인생 언제나 끝날까.

     

가슴이 갑갑해져 오면 여가 없이 술병을 찾아 도둑고양이처럼 혼자 몰래 마시곤 했다     


양산에 내려오고부터 술을 거의 매일 마셨고 남편을 쥐 잡듯이 욕하며 달려든다.


술기운 없으면 아무 말없는 순한 양이지만 술이 한잔 들어가면 간이 부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막말을 해대니 우리 남편 얼마나 기가차고 힘들었을까.

     

하루는 아들이 엄마 제가 엄마처럼 존경하고 따르는 훌륭하신 분이 있는데 한번 만나 보실래요 했다 그래 우리 아들이 존경한다니 한번 뵙고 싶다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의 파란만장한 인생이야기 #9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