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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a Mar 11. 2024

엄마의 파란만장한 인생이야기 #11

아들이 대신 써주는 엄마의 인생

아들이 나를 데려간 곳은 빨마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무아의 집이라는 여성노인 요양시설이었다.


그곳을 관리하시는 잼마 원장 수녀님을 찾아뵈었다. 


아들에게 대충 나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신 것 같았고, 수녀님께서 나를 너무 반겨 주시며 안아주셨다.


나도 크지 않은 키였지만 나보다 더 작은 수녀님.


"토마스 (아들의 세례명이다.) 어머니, 사람의 눈이 왜 앞에 붙었는지 몰라? 앞만 바라보고 살으라고 그런거야. 왜 어머니는 눈을 뒤통수에 달고 살려고 해? 앞만 보고 살아도 바쁜데, 뒤통수에 달고 과거에만 집착해 살거야? 지난 일을 보지도 생각지도 마."


고 야단을 쳐주셨다.


수녀님께서도 한 시절 술로 방탕한 시절을 보낸 적이 있다고 이야기해주셨다.


한때 학생 운동하던 시절, 마음대로 되는 것 없고 혈기왕성할 때를 생각하며, 방탕한 시절을 돌이켜보니 별것 아니었다고 하셨다. 


그래서 수녀원에 들어와 수녀가 되셨다고, 수녀님께서는 강단과 의지가 확고하셨고 손도 야무지셨다.


수녀원에서 미사를 보시는 형제자매님들께 깻잎장아찌를 담아 한 병씩 나눠주시곤 하셨다.


그리고 코로나 시작 전, 아프리카에 선교를 나가셔서 어린아이들에게 교육을 시키고 인간의 존엄성을 가르치시며, 흑인 아이들의 손을 잡고 산과 들판을 다니시곤 하셨다가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귀국하셨다.


지금은 서울역에서 노숙자들 돌봄을 하고 계신다.


그래도 훌륭하신 분이라 제약회사, 의복회사 등 지원자들이 많아 걱정이 많이 안 해도 된다고 하셨다. 


아들 역시 가끔 수녀님께 기부를 한다고 전한다.


예의 바른 아들, 훌륭한 아들은 가끔 복지원 시설에 전기 온수기도 기부하고 설치까지 해주곤 한다.


지금까지도 수녀님께서는 귀신같이 알고 내가 술의 유혹에 빠질만할 때 즈음에는 전화를 주신다. 


하지만 술의 유혹은 그만큼 끊기가 어렵다.


죄송해요. 수녀님. 


한 여름밤, 남편이 여동생의 전화를 받고 한동안 넋이 나간 채 멍하니 앉았다.


바로 위 형님(지체 장애인)과 연락이 안 된다고, 밤중에 전화도 받지 않는다고 했다.


남편은 실종 신고와 위치 추적을 하기 위해 경찰서로 달려갔다.


양재천 어느 한 곳에 누워 계신데 숨을 쉬지 않는다고, 곧바로 대학병원에 입원했다.


뇌성 마비로 연세가 드시니 아픈 곳이 너무 많아 견딜 수 없는 상태로 약을 드신 것 같다고, 위세척과 호흡기를 꽂고 계셨다.


결국은 병원에서 손써볼 새도 없이 돌아가셨다.


장례식 날, 남편이 가자고 재촉했지만, 가긴 했으나 식구들과의 앙금이 남아있는 채 마주하니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시누도 눈도 안 마주치고, 언니란 말도 없었다. 


속상하고 어색한 마음에 또 술을 한 병 마셔버렸다.


제정신으로 할 수 없는 말들을 술의 힘을 빌려 


"야, 이 못된 년아, 술꾼인 너, 오빠 데리고 삼시세끼 밥 해먹이고 따뜻한 집에서 사는 것만도 고맙게 여겨라. 너희 오빠 친구들 반 이상은 죽고, 제대로 가정을 가지고 사는 사람 있는지 한 동네 사니 잘 알겠네. 순 이기적이고 독선적이고 자기들밖에 모르는 것들"


이라며 소리쳤다.


그래서 이성을 잃은 나는 


"너 오빠 그렇게 아까우면 지금이라도 당장 데리고 가라고, 못된 년아, 내가 네 눈에 거지로 보이더냐, 너네 집 재산 전부해도 우리 집 재산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것 가지고 위세 그만 떨어라"


고 악담을 해버린 것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다.


내 받은 상처는 상처고, 남에게 상처는 주지 말아야 하는데 내가 너무 나간 것 같다.


그 이후론 남편은 여동생에게 왔다 갔다하지만, 나는 그것으로 끝이다. 


그것이 또 다시 술독에 내가 빠졌던 핑계고, 뭐 어쨌든 그 일을 계기로 다시 술을 손에 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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