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ka Mar 14. 2024

사주상담 이야기 #1

아들이 대신 써주는 엄마의 인생

앞으로는 그동안 명리학으로 사주상담을 해주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써보고자 한다.


사주공부를 해보면 사주풀이라는 것이 담고 있는 우주와 인간, 인생을 바라보는 거대한 움직임 같은 것이 느껴진다.


단순히 로또번호를 맞추거나, 귀신을 불러내는 그런 것과는 달리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우주의 원리를 담고 있기에 우리 삶을 한번 쭉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그런데, 사주풀이를 하러 오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앞길이 막막하거나, 캄캄한 사람들이 더 많고 또 그러한 사람들의 인생이 어쩌면 나보다 더 기구하거나 파란만장했다.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도 항상 겨울은 가고 봄이 온다라고 말해주곤 한다.


어쨌든 그 썰을 한번 풀어보겠다.



우리 시대의 역설


어느 한분이 찾아왔다. 앉지도 않고 쭈볏쭈볏 서서 있다. 


"앉으세요. 뭐가 궁금해서 오셨어요?"


하니, 


"저 돈이 없어 만원밖에 없는데 볼 수 있을까요?"라고 했다.


"앉으셔요 한 가족당 정해진 금액은 있지만 돈 없는 사람에게는 천 원이라도 받습니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으니까요."


그분은 앉아서 생년월일을 가르쳐주셨다. 


너무나 고생하시는 분 같았다. 결혼도 2번째, 첫 번째도 힘들어 이혼했는데 두 번째도 너무 힘들었단다. 


정말 편고(한쪽으로 몰려있는) 된 사주,


불과 물밖에 없는 사주였다. 


불은 두 개요 물은 6개, 물의 힘이 너무 세니 불이 꺼질 수밖에 없다. 


불은 본인이요 물은 남편 그러니 남자 만나면 모두 실패를 보는 것 아니겠는가. 


두 번째 결혼해서 시어머니께 구박을 너무 받아 기가 너무 죽어 있었다. 


시어머니 돌아가시고 남편이 너무 힘들게 하고 있었다. 


남편은 부인이 한 시도 집에 있는 꼴을 못 본다고 일을 시켜대니, 너무나 남루한 모습으로 행색이 말이 아니었다. 


아파트 미화원 청소하러 다닌다고 했다. 


그마저도 며칠 전에 잘렸다고 언제 다시 직장 구할 수 있냐고 물었다. 


"지금이라도 이력서 넣으세요. 넣으면 일할 수 있습니다. 근데 언니는 돈 벌어서 뭐 하세요? 옷도 잘 안사 입으시는 것 같은데" 하니까,


월급이 남편통장으로 들어가니 돈이 필요하면 그때그때 타쓴다고 했다. 


"왜 그렇게 하세요? 당신이 번돈은 당신이 여유롭게 쓰고 남으면 저축하고 하셔야지.."


그런데 남편은 절대 그렇게 못하게 한다고 


"언니 사주 보니 자녀도 없는 것 같은데, 요즘 세상에 누가 노예처럼 그렇게 살아요." 


남자가 불을 자꾸 깨 버리니 본인 주장도 주관도 확신도 없이 그냥저냥 사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남편은 뭐 하세요?" 


집에서 논다고 했다. 


"한번 실패했음 좀 잘 알아보고 하시지..." 


남편은 부인 데리고 다니는 것도 창피하다고 안 데리고 다닌다고 했다. 


"창피하면 왜 만났을까요?" 하고 물으니,


살집도 있고 땅도 좀 있다고 해서 밥은 먹고살겠구나 하고 왔다고 했다. 


한숨이 나왔다. 어쩌면 이런 사주도 있구나 불을 중간에 놓고 물이 둘러싸고 있으니 무슨 힘이 있겠냐마는 서도, 사주팔자는 만들어 쓴다고 꼭 부자로 살 수는 없지만 고생은 않고 사랑받으며 살아야지... 


"언니 그럼 산에 많이 오르고 손바닥 만한 땅이라도 있으면 나무를 많이 싶으세요. 땅을 밟으면 그것이 둑이 되고 나무를 많이 심으면 그 많은 물을 빨아들이는 역할을 하니 남편의 힘도 조금은 빠지겠죠. 내일이라도 지금이라도 당장 실천해 보세요."라고 했다.


당장 이혼하라고 해도 안 할 것 같았으니, 이런 경우에는 어쩔 도리가 없다. 사는 방법이라도 알려줘야지.


"남편 건물에 가게가 하나 있는데 언제쯤 나갈 것 같아요?"라고 물었다. 


내가 "가게 비싸게 내놨죠?" 하니 그렇다고 한다.


이런 경기에 이런 지역에 싼 맛이 있어야지 들어오지 이렇게 비싸면 10년이 가도 나가기 힘들어요. 


조금 싸게라도 내놓으면 빈점포도 아니고 관리가 될 것인데 그냥 두면 가게만 상합니다라고 하니 


"네 그렇군요 그러면서 잘 봐주셨어 고맙습니다" 하고 사무실을 나가셨다. 


보내고서야 67년 동안 얼마나 많은 일을 겪었길래 자기 사는 꼴에 눈물 한 방울 없이 그것을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사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남편이 건물에 가게까지 있는 사람이 자기 사주 보면서 만원도 아끼며 살아야 한다니...


상담비를 많이 받고 싶은 생각도 없지만, 혹시 사주 보러 다니는 사람이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만 원짜리 상담을 받으면 만원치만큼만 가슴에 남게 된다.


그것은 상담하는 사람이 돈을 많이 받고 아니 고의 문제가 아니다.


자신의 문제인 것이지...


나는 천 원을 내고도 십만 원짜리 사주풀이를 가슴에 안고 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의 파란만장한 인생이야기 #1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