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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a Mar 20. 2024

사주상담 이야기 #4 현모양처

아들이 대신 써주는 엄마의 인생

꽃처럼 예쁘고 소녀소녀스러운 78세 어머님께서 찾아오셨다. 


보기엔 건강하시고 부자집 대모님 같은분이 앉자마자 말했다.


"선생님 제 사주 좀 봐주이소." 


"네 어머님 무엇이 궁금하세요?"


나는 큰소리로 웃었다. 


"어머님 제가 보기에 건강하게 오래 사실꺼예요. 걱정마셔요" 


하니, 그래도 봐 달란다.


"그럼 사주를 한번 세워볼까요?"하며 사주를 보기 시작했다. 


어머님 이렇게 건장하신분이 몸엔 병이 많고 할아버지 앞에서 사시나무 떨듯떨고 있어요. 


할머님은 온실속에 화초, 예쁜꽃이지만 할아버지는 야문철로 만든 도끼시네요. 


목소리도 크고 자존심 강하시고 주장 또한 완고하시겠어요. 


할아버지께서 어느정치인 사주 비슷하네요. 


국회가서 큰 목소리 내시는 분이라니 "맞다 맞다. 맞아요."  하신다. 


"동네이장 노인회회장 등 나서는 것을 너무 좋아해요." 


하시는데 갑자기 전화벨소리가 울린다. 


할머니께선 "울 영감이네" 하며 어쩔줄 몰라하셨다. 


할아버지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데, "어디갔는데!? 밥할 때가 다되고도 안들어 오고 어디서 뭐하노 ?!" 하신다. 


할머니도 놀라셨지만 나도 놀랐다. 


너무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것을 알 것 같았다. 


"어머님 어서가셔요." 


궁금하신 것은 다음에 하시라고 서둘러 보내고 났는데, 다음날 아침에 또오셨다. 


"어머님 어제 괜찮으셨어요?" 하고 물으니, 


"응 그러다 말지 뭐" 하신다. 


"우리 어머니 고생이 너무 많으시다."


"응 맞아 난 울 영감이 너무 무섭고 싫어." 


다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른데 너무 강압적이고 무식하다고 하신다. 


식사 도중 수틀리면 밥상도 엎어버린단다.


같은날 결혼해서 같은날 어른이 왜서 똑같이 살아가는 부부가, 그것도 한이불 덮고 58년이나 살았는데 남자만 어른인가?


"할아버지 호강에 받쳐 요강에 똥 싸시고 계시네요." 


어디가서 이렇게 이쁘고 확실하고 착실하신 분을 만난다고... 


"할아버지가 어머님께 열등감 느끼시는거 아니예요?"라고 하니 


"몰라요. 난 아직까지 무서워요" 하신다.


"그러지마시고 이제부터라도 어머님 인생사세요. 골병들어 누우면 누가 돌봐주면 알아줄까요. 어머님만 서러운거예요. 지금이라도 마음에 안들면 안든다고 솔직히 말씀하세요." 했다.


할머님댁에 가면 마당에 꽃들이 만발하고 화단을 너무 잘 가꿔놓으셨단다. 


목단꽃부터 이름모를 들꽃등 꽃이 항상 만발해서 반겨주는 곳이란다. 


할머니는 자기 상대는 꽃들이라며, 


"아이 예뻐라 오늘도 꽃이 피었네" 이렇게 꽃들과 대화를 하면 그렇게 행복하단다. 


할머니는 집일도 똑 부러지지만, 종교생활도 열심히 하셨단다. 


어쩌면 현모양처들의 롤 모델처럼 살고 계신다랄까. 


며칠 뒤에는 손자가 갑자기 자퇴를 하겠다고 한다고 오셨다. 


지금 고1인데 선생님 어쩌면 좋아요?하면서 물으신다. 


"어머님 이 손자 괜찮아요. 엄마말고 아버지랑 대화를 시키세요. 아마 부모님들께서 깜짝놀라실껄요?" 


고등학교 1학년에 자퇴하면 뭐할 거야 앞으로 계획은 있느냐고, 그러고 네가 꼭 자퇴하고 싶으면 자퇴는 조금 미루고 학교를 좀 쉬었다가 하면 안되겠냐고 상담하라고 시키면서,


엄마말엔 반감이 있으니 아빠랑 대화를 유도하시라고 했다.


손주가 엄마보다는 아빠랑 잘 어울려보였다.


얼마 후 손주가 학교를 다시 다니기로 했다면서 고맙다고 하신다. 


그 손주가 작년에 연세대학교에 합격했다고 얼마전에 찾아왔다.


나의 손을 잡고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고 꼭 맛난거 함꼐 먹고 싶다고하신다. 


거절을 못해 정식을 맛나게 먹고 많은 애기를 나누면서 나를 항상 은인처럼 대해주신다. 


럴때면 가슴 뿌듯함을 느끼고 길을 잃고 헤메는 모든 이를 위해 상담하고 대화하고 바른길 갈 수있도록 해주는 일이 참 보람진 일 같다.


정말 소녀소녀스런 언니같은 할머니 마음이 너무 아름다워 나도 저렇게 나이들고 싶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녀같은 언니는 옛날의 여인상이라 젊은 사람들이 보면 뭐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그저 예뻐보였다.


남편 뒷바라지에 그 연세에도 평생대학원에서 그림공부를 하셨던 재주도 있으신분이셨다.


앞으로도 잘 되시고 꽃밭의 꽃처럼 행복하시기를 생각날 때마다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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