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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a Mar 21. 2024

사주상담 이야기 #5 확장하면 망하는 가게

아들이 대신 써주는 엄마의 인생

어느 봄날 창가에 햇살이 따스하게 들어오는 곳에 앉아 커피 향 맡으며 앉아 사색을 즐길 즈음,


현관에서 벨이 울린다. 


40대의 아주머니가 수수한 차림으로 상담하고 싶어 왔다며 자리에 앉았다. 


“뭐가 답답하셔서 오셨을까요”라고 물으니 


자기 인생이 꼬여도 너무 꼬인 것 같아 좀 알고 싶어 왔단다.


그 여인은 자기가 기독교인이라 이렇게 역학을 믿지 않는데 누가 소개해서 왔다고 한다. 


생년월일시간을 넣고 사주를 세워서 상담을 시작했다. 


"철판 위에 을목이니 뿌리를 내릴 수가 없네요. 남편이 도움이 안 되니 혹시 같이 사시나요?" 하니 


바람나서 다른 여자랑 살고 있다고 했다. 


남편이 철판이고 본인은 을목(작은 나무)이니 뿌리내릴 곳이 없어 방황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밖에 남자가 있는데요~하니, 


함께 일하는 사람 중에 나를 좋아하는 남자가 있다고 했다. 


"무슨 일을 하시나요? 나무와 흙을 만지는 일이 좋을 텐데..." 물으니,


건축현장에서 미장일을 하도급받아 일하고 있다고 한다. 


여자가 하긴 좀 힘들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인 데다, 초등생 애들까지 둘이 있단다.


밖에서 돈을 벌어 주는 사람 없으니 뭐든 해서 아들, 딸과 먹고살아야 하기에 힘들지 않다고 했다. 


"훌륭하십니다. 최고입니다. 가만히 있다고 먹을 것 갖다 주는 이 없으면 열심히 뛰어야죠."


격려해 주었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 작은애가 초등학교 3학년,


그 소리에 가슴에 헉하는 소리가 나면서 머리가 핑 돌았다.


어떻게든 잘될 거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그때가 한참 세종시가 들어설 때였다. 


난 말해주었다. 


당신은 앞으로 잘 살 거다. 희망을 갖고 살면 된다고 


그러나 지금 잘된다고 영원히 잘되는 거 아니니까 2년 동안 열심히 노력해서 돈을 모아둬라 


다시 2년 뒤엔 어려움이 온다. 그때를 꼭 대비해서 혹시나 돈이 벌리더라도 넓히지도 말고 


2년 벌어서 2년은 주춤할 때 대비하라고 당부했다.


그래도 사람은 돈이 생기면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는가 보다. 


그렇게 이야기를 했는데 사무실도 더 큰 곳으로 이전하고 아파트도 넓은 곳으로 옮겼다고... 


그런데 정말이지 2년이 지나고 넓은 집도 경매로 넘어가고 너무 힘들다고 전화가 왔다. 


내가 몇 번을 당부했는데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물었다.


"언니 난 그래도 돈이 자꾸 들어오니 욕심이 생기더라" 하며 후회를 하더라.


"그럼 2년을 어떻게든 어려워도 넘길 수 있도록 노력해라. 지금 남의 돈도 쓰지 말고 작으면 작은데로 견디면서 힘들어도 현실을 이길 수 있도록 해"라고 당부했다.


처음 나를 찾아왔을 때 나의 기억은 다 썩은 포니를 끌고 왔었다. 


살기 위해 노력하니 잘 될 거라 했는데 만난 지 1년을 조금 지나 정말이지 돈을 많이 벌었는지 외제차를 타고 왔었다. 


난 너무 놀라 0 사장 돈 많이 벌었네 축하한다고 했다. 


언니 현장에 영업하러 가면 작은 차 타고 갈 때와 외제차 타고 갈 때 대하는 그 온도차이가 너무 난다고 한다. 


참말로 "집은 없어도 차는 좋은 것 탄다"는 말이 실감 나고 사치와 허영에 빠진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다 떨어진 포니타고 다니는 0 사장보다 폼나는 외제차타니 사람이 달라 보이긴 하네." 치켜세워주니 좋단다.


0 사장은 올해 운수를 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여러 이야기 중 "너희 형제 중에 올해 다칠운이 올 수 있네" 하니 "그럴 사람이 없는데"라고 하면서, 


오빠가 큰 덤프트럭 가지고 있단다. 


"조심하라고 해 올해는 정말 좋지 않아" 했다. 


몇 주후 0 사장은 울면서 찾아왔다. 


정말이지 오빠차가 낭떠러지에서 굴러 오빠가 많이 다쳤다고, 


그래서인지 0 사장은 아직도 내게 전화가 자주 온다. 


내가 너무 멀리 와버리니 직접 찾아볼 수도 없고 하니 전화통화만 하면서 살아가는 길을 물어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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