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 4] 16. 최저가와 최적화

뭣이 중한가?

오늘도 그들은 옹기종기 모여서 정부기관 및 기업들이 게시한 여러 컨설팅 사업들의 요청서들을 이리저리 검토하고 있다. 괜찮은 컨설팅 사업이 있는지 찾아보고 적극적으로 제안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다 제안요청서에 적힌 사업예산을 보고는 혹시 잘못 본 것이 아닌지 다시 한번 두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다 한숨을 쉬고 만다. 실제 요청된 사업내용에 비해 예산이 너무나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 나아가 최저가 입찰이라는 무서운 장벽에 직면한다. 안 그래도 다소 부족한 예산에 최저가 입찰까지 더하니 엎친데 덮친 격이다.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사업에 참여할 것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다른 사업들이라고 다르지 않은 현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가끔씩 나오는 예산도 충분하고 사업 성격도 좋은 사업의 경우, 너도 나도 앞다퉈 입찰에 참여하는 바람에 경쟁이 과열되면서 결국은 최저가로 낙찰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더욱 한숨이 나온다.


아직도 거의 대부분 정부와 기업의 사업들이 최저가 선정이라는 체계 아래에서 입찰을 진행한다. 이러한 추세는 경기가 안 좋을수록 비용 절감이라는 추가 명분까지 가세해 더욱 거세진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가장 저렴한 값에 입찰에 참가하는 업체가 낙찰을 받게 되는 단순하면서도 획일적인 방식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가격만으로 입찰이 진행되도록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나름 후유증을 예방하기 위하여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그것이 기술점수이다. "가격점수""기술점수"를 함께 채점해 업체를 선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대체로 기술 90%, 가격 10%의 비중으로 평가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다소 심한 경우는 기술 50%, 가격 50%를 내세우는 경우도 있음을 감안하면 기술 90%의 경우는 상당히 양호한 경우에 해당한다.


이러한 대비책에도 불구하고 정작 문제는 다른 곳에서 발생한다. 제안에 참여한 업체 간의 기술력을 평가하고 이를 기술점수에 반영하여야 하는데 심사원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도 짧다. 짧으면 1시간 길면 몇 시간의 주어진 시간 안에 다수 업체들의 제안서를 모두 읽어보고 질의를 통해 업체의 기술력을 평가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심사원들이 이미 관련 업체들에 대해 잘 아는 정통한 분야 전문가라면 모를까 해당 분야 전문가가 아닌 경우라면 제대로 된 평가는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평가에 대한 부담감은 업체 간의 기술점수가 비슷해지는 결과로 귀착되고 기술점수의 변별력은 사라진다. 그러다 보면 결국 "가격"이다. 낮은 가격이 이기는 것이다. 최저가말이다.


우리는 언제쯤 사업에 적합한 기술력을 제시한 최적화된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가능할까를 고민해 본다. 아마 그 시작은 사업적, 기술적 검토는 배제된 채 오직 최저가 입찰에 집중된 현재의 단순하고 획일적 평가방식 개선에서부터 일 것이다.


비용 부담 없이 분야에 최적화된 전문가를 심사원으로 모시기 위한 노력, 참여한 업체들의 제안내용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적절한 평가 시간 제공, 사업내용에 맞춰 배정된 예산. 이러한 요건들이 갖춰져야 기술점수의 변별력을 높여 사업에 최적화된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선택의 시간. 예산을 아끼기 위해 최저가를 선택하고 낮은 품질의 결과를 받게 될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 아니면 양질의 결과를 얻기 위해 최적화를 선택할 것인가? 뭣이 중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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