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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얼음빛 북프랜 Nov 13. 2020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

쉼표를 찍을 때를 알려주는 몸의 신호.

회사에 아프다고 병가를 내고 쉬는 건

나약한 직원이 되는 것 같았다.

그만두고 싶다고 말하면 다들 참고 다니는데 왜 너만 못 버티냐고 비난할까 봐 참기도 했다.


필라테스나 헬스 PT 수업시간조차도

"10개만 합시다.  좀 더 좀 더 한 개만 더 요!"

이 '한 개만 더'를 못하면 나는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았다.


다 정신력이라고 했다.

직장생활이든 운동이든 버티면 나아진다던데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에게 적용되는 룰이라도 나한테는 아닐 수 있다.

그 버티는 지점도 개인차가 심하게 존재하더라.  



버티다 보면 결국 몸살이 나기도 하고 때론 쓰러지기도 하고 번아웃이 오기도 했다.

한동안 모든 걸 쏟아내고, 한계를 넘겠다고 최선을 다하고 나면

그 일을 오래 지속할 수 없었다.


이제 그만 멈추라는 신호.

나 지금 지쳤다는 신호.

그 신호를 무시하고 자신을 채찍질하며

지친 상태인 나를 계속 끌고 가면 곧 무너졌다.


내가 쓰러질 때마다 나는 그 시간이 너무 아쉽고 화가 났다.

나의 저질체력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모든 사람들이 체력과 건강, 아이큐를 똑같이 부여받아야 공평한 경쟁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한탄했다.

아파서 쉬는 시간이 꼭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았다.


이럴 때마다 엄마는 "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생각해라."라고 했다.
이렇게 조바심 내고 아까워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대신
그냥 아픈 김에, 그냥 쉬어가라는 신호로 생각하라고.


이제 나는 안다.

지친 나를 향한 질책과 분노는 회복을 늦출 뿐이라는 것을.

아직 나에게는 가야할 너무 먼 길과 시간이 남아있딘는 것을.

나를 데리고 더 먼길을 가기 위해 잠시 쉼표를 찍어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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