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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얼음빛 북프랜 Nov 17. 2020

글이 내 인생의 도피처가 된 이유

내 자존감의 시작, 글쓰기

초등학교 시절 글짓기 대회는 나를 위해 존재하는 줄 알았다.

꼭 내가 타야 하는 상장의 장르였다. 


크고 작은 대회에 참가했었지만 그중 기억에 남는 것은 통일에 관한 글짓기 대회였다. 

통일에 대해 아는 것도 가치관도 없던 그 시절 나는 할머니 집에 있는 감나무에 관한 에피소드를 가져왔다.

할머니 집(주택)과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둔 옆집에서 할머니 집 감나무 가지가 담을 넘어와서 불만이니

감나무를 자르라는 요구가 있다는 대화를 듣고 나는 통일 글쓰기의 소재로 삼았다.


어린 시절의 글인지라 정확한 내용은 생각이 나지 않지만,

감나무를 자르지 말고 공생하는 방법을 제시하며 남북한 관계와 연결 지어 글을 썼던 것 같다.

(이러한 발상은 성인의 글쓰기 인사이트를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활용하고 싶다)


그 글은 통일부에서 상을 받았고 교내 대회와 차원이 다르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상장을 받는 짜릿함이 있었다.

그 이후 글쓰기 대회가 있으면 나는 당연히 응모해야 하는 사람이 되어있었고, 문학소녀로 불리게 되었다.


그때부터였다.

어느덧 글쓰기는 나의 자존감이자 때로는 부담스러운 존재가 된 것이다.

나를 빛내주는 글쓰기가 기대와 달리 상을 받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하게 되고 스트레스가 되던 때. 

글을 쓰고,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이 두려웠다. 

누군가 실망한 글을 썼을까 봐, 

상장이 더 이상 내 것이 아니게 되어 글쓰기마저 나의 강점이 아니게 될까 봐.



고등학생이  되고 성인이 되면서 글쓰기는 학업계획서 , 자기소개서 , 보도자료 작성이 대부분이 되었다.


그러다가 사회생활에서 자존감이 깨진 날들, 도대체 내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막막해지는 때에는 

어김없이 도서관으로 도망치는 나를 발견했다.

독서와 글쓰기로 피신하며 나의 자존감과 살아갈 이유를 책에서 찾고, 글로 나의 상처를 치유하고 있었다.


그렇다.

나의 자존감은 글쓰기에서 시작되었고,

사회에서 마음을 다쳤을 때 내가 숨을 곳도, 다시 힘을 얻는 곳도 글쓰기이다. 

내가 처음으로, 성취감과 자신감을 크게 얻은 경험이 글짓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브런치에서 내 글의 조회수를 보며 힘을 얻고, 무너진 내 마음에 위로를 받는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작가의 서랍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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