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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얼음빛 북프랜 Nov 30. 2020

괜찮다는 대답이 기대되는 삶

'내 마음이 몸에게 보내는 신호'

" 몸은 좀 괜찮아? "

병가를 쓴 나에게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평온하게 하루를 온전히 쉬고 싶었던 나에게 온 연락 자체로 짜증이 새어 나왔다.

회사생활에서 카톡이 사용되면서부터 핸드폰 알림이 싫어졌다.


늦은 시간 카톡 알림 소리에  "어떤 남자일까?" 하고 설렜던 아가씨 시절을 지나,

"이 시간에 누구야..."가 먼저 스치는 삶을 사는 직장인이 된 것이다.


나는 괜찮지 않기 때문에 병가를 냈지만,

괜찮냐는 질문에 나 스스로 지금 아프다는 말을 하기엔 어쩐지 어색하고 민망하다.


몸은 좀 괜찮냐는 동료의 질문에 "오늘 내가 해야 할 업무를 안 한 게 있나? "먼저 생각하게 된다.

진짜 내 몸이나 마음의 괜찮음을 걱정해줄 리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 내가 상처 받지 않는 길이니깐.


직장인으로서 삶은

괜찮냐는 질문에 괜찮다고 대답하고,

내 업무는 곧 문제없이 처리할 것이라고 대답하기를 기대되는 삶이다.


혹시나 해도 역시나 회사에서 묻는 괜찮냐는 질문은  일을 시키기 위해 떠보는 도입부 같은 것이었다.

물색없이 잠시 내 걱정을 해주는 듯한 목소리에 속아 진심이 나올뻔한 나 스스로가 민망스러울 정도로 이야기는 본론은 간다.

차라리 걱정하는 말투로 말하지나 말지.


사실 나 당신 때문에 몸과 마음이 병들고 있다고 말할 수 없어 화병까지 덤으로 얻은 기분.


그렇다.

역시 회사에서의 인간관계란 기대하지 않는 편이 정신건강이 이롭다.


직장인으로서의 나는 내가 진짜 괜찮은지는 생각하지 않는 편이 옳다.
아무렇지 않은 듯 아픔도 금세 치유하고 씩씩하게 내 일을 해내야 하는 직장인이니깐.

 


언제나 괜찮다고 대답하기를 기대받는 삶이

어쩐지 쓸쓸하게 느껴지던 날들이 반복된다.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말하는 삶이

자꾸 내게 신호를 보낸다.


애써 무시하던  진짜 내 마음이

몸을 하나둘 망가뜨리며

진짜 나 괜찮은 건지 알아차리는 나로 살자고 한다.

아플 때 나 아프다고 말하기도
미안한 삶을 살아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는 나날들이 이어지면,
그럼 그때는 망가진 내 몸을 핑계 삼아
직장인으로서의 내 업무가 아닌
나의 안위를 진심으로 걱정해줄 누군가를 더 곁에 두는 삶을 살 때가 왔다고 여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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