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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호라 Jan 17. 2024

제목이 없는 책

어느 날 누군가가 우물을 파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쓸데없는 짓을 한다며 혀를 찼다

어떤 이는 삽을 바꿔보라며 충고하기도 했다

어떤 이는 생수를 사 먹으면 되는데 왜 그 일을 하냐고 했다


누군가는 우물 안의 그가 어리석다 했다

한가하다고도 했다

부잣집 자제라는 소문이 돌았다

미치광이라고 놀렸다


그는 하던 일을 계속했다

땅을 파는 게 좋았기 때문에


추측이나 소문을 믿지 않는 사람이 우물 속으로 내려가 물었다

왜 이 일을 하는 건가요?

우물 파는 이는 그저 자신이 퍼 올린 물을 한 잔 건넸다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물 맛이 좋았다


이제는 우물 파기를 그만둔 그가 어떻게 되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목이 말라 죽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남겨진 우물, 구덩이일 뿐인 그곳에서는

물에 젖지 않은 책 한 권이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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