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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sightmj Aug 13. 2020

외식의 의미를 바꾼 그것

진격의 HMR 

 

외식이란 무엇을 의미할까요? 우리가 지금껏 너무나 당연하게 사용하던 용어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만큼, F&B 산업에 커다란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외식은 말그대로 집밖에서 준비된 음식을 구매해서 먹는 행위를 의미하는 반면, 내식은 집안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집밥을 의미하지요. 그런데 언제부터 인가 밖에서 준비된 음식들을(외식) 집에서 간편하게 먹는(내식) 새로운 형태인 중식 中食의 영역이 등장했습니다. 


HMR의 등장 

미국에서는 일찍이 산업화, 여성의 경제활동, 핵가족화 등으로 외식이 늘어나고 내식은 축소되고 있었습니다. HMR로 대변되는 중식 시장은 미국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본격적으로 활발해지던 1950년대부터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간편하고 빠르게 식사를 대체할 수 있었던 패스트푸드 햄버거보다 더 건강하게 끼니를 해결하고 싶어하는 니즈가 증가하면서 HMR 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TV Dinner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당시의 HMR은 채소, 익힌 고기, 매쉬드 포테이토 등 보다 가정식에 가까운 아이템들로 구성된 냉동식품으로써*, 패스트푸드 햄버거보다 건강함을 앞세우며 커다란 인기를 끌었습니다. 
 * 미국은 땅이 넓어서 기본적으로 물류 이동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냉동식품이 발달해 있습니다. 


미국의 첫 HMR인 사의 TV dinner / 이미지: Orlando Sentinel

우리나라로 마찬가지로, 간편한 식사에 대한 니즈와 여러 관련 기술의 발달로 사람들은 밖에서 만들어진 음식을 다양한 형태로 집안에서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외식과 내식으로 이원화되어 있던 F&B 산업 구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는데,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아주 강력하게 소용돌이가 친 겁니다. 

십년 전만해도, 강의에서 HMR에 대해 이야기하면 학생들은 모두 어리둥절해했습니다. 당시에는 HMR에 대한 자료가 부족해서 미국 웹싸이트와 일본 시장 자료를 끌어다 이용하곤 했는데, 몇 해 전부터 국내에서도 가정대용식이라는 용어로 HMR*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개념으로 자리잡게 되었죠. 아니, 지금은 생활의 일부가 되었죠. 
 * HMR은 필요한 조리정도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가열 후 섭취하는 Ready to heat 제품을 주로 HMR이라고 칭합니다.


코로나 장기화 시 HMR의 역할을 더욱 커질 것이다 / 이미지: 뉴스웨이

1인가구 증가, 여성의 사회생활 증가 등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와 포장, 배달, 주문 등 각종 관련 기술의 발달, 그리고 지금 코로나로 인한 외부활동의 제약은 HMR의 성장은 필연적인 수밖에 없습니다. 마치 코로나로 인해 HMR 시장이 갑자기 급성장한 것으로 보지만, HMR에 대한 니즈는 이미 커져가고 있었습니다. 코로나는 기폭제가 된 것뿐이지요. 


가정식대체식 그 이상을 원한다  


지금의 HMR 시장의 모습은 초기 시장의 모습과 달라보입니다. 과거의 HMR은 말그대로 집밥을 대체할 수 있는 간편한 음식이었습니다. 집밥이란 좋은 재료로 직접 정성스레 만든 음식이죠. 그래서 가정대용식 관점에서의 HMR은 삼시세끼 먹어도 유해하지 않은 건강한 음식이라는 걸 강조합니다. 즉, 패스트푸드와는 편의성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지만 건강한 음식이라는 점에서 상반되는 포지션을 갖고 가고자 합니다. 

그런데 현재의 HMR 시장에는 그 이상의 니즈들이 존재합니다. 요즘 소비자들은 집밥을 대체하고자 하는 데에서 나아가 그 이상을 찾습니다. 


국내 HMR의 각 유형별 시장 성장. 냉동피자와 안주 영역의 성장이 눈에 띈다 / 이미지: 식품저널뉴스

 F&B 소비자들의 니즈는 이전보다 복잡해져서 HMR으로 단순히 끼니를 때우려는 목적 뿐 아니라, 보다 근사한 한끼, 안주상, 건강식, 에스닉푸드 등 자신의 취향과 목적에 맞는 다양한 아이템들을 기대합니다. 


전통적 외식기업이 주도하는 뜨거운 HMR 플랫폼


올해 유난히 눈에 띄는 HMR 신제품들이 있습니다. 바로 SG다인힐에서 출시한 HMR 상품들입니다. 삼원가든을 모기업으로 두고 다양한 외식업 브랜드를 펼치고 있는 SG다인힐은 코로나가 터지기 이전부터 HMR 사업을 준비해 왔습니다. 이들의 HMR 사업은 자사 브랜드의 메뉴들을 HMR로 개발하는 게 핵심이 아니라, HMR 플랫폼이 되는 것입니다. 즉, 국내 유명 레스토랑의 메뉴들을 HMR 제품으로 개발해주는 겁니다. 

외식업계 소문난 마당발인 박영식 대표의 네트워킹을 발판으로 시작된 HMR 사업 ‘셰프스 테이블(Chef’s Table)’은 국내 내로라하는 유명 레스토랑들의 메뉴들을 HMR 제품화합니다. 합정동의 유명 한식주점 미로식당의 떡볶이부터 프렌치 비스트로 레스쁘아 임기학 셰프의 메뉴들까지 서울의 온갖 유명 레스토랑들의 메뉴가 우리집 식탁으로 배달되어 옵니다. 보다 정확히는 Home meal(가정식) 대체하는 HMR이 아니라, 레스토랑 메뉴를 대체하는 RMR (Restaurant menu replacement) 이라 할 수 있습니다.


SG다인힐의 RMR 상품들 / 사진: 인사이트플랫폼

올해 코로나로 인해, 소비자들은 유명 레스토랑을 쉽게 방문할 수가 없게 되었죠. 집에서 삼시세끼 유사한 집밥을 먹는게 지겨워진 상황에서, 유명 레스토랑의 메뉴들을 집안에서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은 소비자들에게 꽤나 매력적일 겁니다. 저도 그 어느때보다도 각종 HMR 제품들을 많이 구매해서 이용하고 있습니다. 

답답한 코로나 상황 속에서 셰프스 테이블의 RMR 제품은 코로나 소비자의 외식 니즈를 편리한 방법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거지요. 그렇게 그들의 첫 제품인 미로식당의 국물떡볶이가 입소문이 나고 깜짝 놀랄만한 수량이 판매되면서 많은 레스토랑들이 SG다인힐에서 RMR을 출시하려고 대기중이라고 합니다. 


식당의 역할과 HMR 


이처럼 국내 HMR 시장은 양적인 성장 뿐만 아니라, 세분화되고 고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전통적인 외식서비스 산업과 리테일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외식의 의미는 무엇이 되는 걸까요? 오프라인 외식 시장은 어떠한 모습을 그려야 할까요? 

오프라인 식당공간에서는 HMR 제품을 집에서 먹는 행위를 통해서는 충족될 수 없는 차별화된 경험이 더욱 요구되는 시대입니다. 오프라인 식당 공간이 HMR의 쇼룸이 되는 세상이 온 걸까요? F&B 산업의 패러다임이 달라지는 기로에서 ‘외식’ 업계의 HMR 진출 방안 그리고 오프라인 공간 활용에 대한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참고문헌:  인사이트플랫폼, 2020 F&B 컨퍼런스


* 네이버 비즈니스, 남민정의 푸드 인사이트, 2020년 7월 기고글 


필자: 남민정 인사이트플랫폼 대표, 한양대학교 관광학부 겸임교수
 F&B 소비심리와 관광산업을 연구하고, 강연과 글을 통해 인사이트를 전달합니다. 

인사이트플랫폼은 F&B를 둘러싼 다양한 전문가들을 통해 F&B와 호스피탈리티 산업에서 꼭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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