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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까리 Mar 26. 2022

회의

바르게 말하고 회의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회의하자.


요즘 많이 듣고 뱉는 말이다. 평소라면 전혀 거부감없이, 오히려 좋아했을 저 4글자가 요즘은 너무나 부담스럽고 조심스러운 소리로 다가온다.


대화가 부담스러운 이유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생각보다 말속에 불필요한 요소가 너무 많다.'

비단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조차도 많은 말에 불필요한 낭비가 있다는 것을 아는 대표님을 통해 최근에야 인지했다. 충격적이었다. 이전 회사에서 타운홀 미팅, MC로 꽤 오래 활동하였다. 주변의 칭찬을 자주 듣기도 했고, 이전부터 각종 모임과 처음 사람을 만나는 자리에서도 어색함을 지우기 위해 먼저 말문을 여는 역할을 자청하는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지난 10여 년간 말은 내 최고의 강점 중의 하나로 믿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정말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이었다. 


더욱 인정하기 싫었던 것은 이제 말이 나와 동료의 직접적인 수입과 연결된다는 점이다. 

'말', 즉 대화나 회의를 할 때, 우리는 생각보다 많이 나를 드러내고, 남의 분위기와 흐름을 살핀다. 친구, 동료와 나누는 일상 속에서는 크게 문제 될 것 없지만, 회의에서는 정말 좋지 않게 작용한다. 예를 들어 아이디어 회의 중이라면, 의견을 물을 때, 주변 사람의 이야기에 동조하거나, 모르겠다는 의견은 업무의 손실을 만든다. 회의에 참여하지 않고 그 시간 동안 일을 했다면 더 큰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음에도 회의에 참여하여 아무 생산성을 만들어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우리 대다수가 이 점을 쉽게 인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적절한 예시일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친구들과 이야기 한 내용이다.

나 - "우리 아까 점심에 뭐뭐 먹었지?"

A - "아 제육볶음!, 근데 물이 물이 좀 많아서 별로였어."

B - "왜 나는 밥 비벼서 먹을 수 있어서 괜찮던데?"

나 - "그 제육 말고, 또 뭐 나왔지?"

A - "그냥 밑반찬이지 머, 상추 진짜 쪼끔주드라..."

B - "너 별로 싸먹지도 않더만, 부족하면 더달라 하지 그랬냐?"


저 대화 이후 상추를 먹으면 진짜 졸린가에 대한 논쟁이 계속 이어졌다. 그냥 평범한 대화지만, 사실 나는 밑반찬에 대한 정보가 궁금해서 대화를 시작하였다. 밑반찬 중 하나가 첫 맛이 특이하고, 묘하게 손이 가다 보니 그 반찬이 뭐였는지 다시 알고 싶어 대화를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대화는 메인 반찬의 정보에서, 부족했던 상추에 대한 서운함을 거쳐 상추와 잠으로 이어졌다.   

정확히 맛이 특이했던 밑반찬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요청을 하지 못한 내 잘못이 가장 크다. 하지만 대화는 정보 요청에 메인 반찬 정보 외에는 나의 음식에 대한 감정과 식당 서비스에 대한 아쉬움, 상추와 관련된 지식을 포함하고 있다. 


일을 하며 바르게 대화하지 못하면, 회의에서 진짜 결론을 도출하기 힘들고, 이는 일을 번복하거나 돌아가는 결과를 초래한다. 적은 자원만으로 빠르게 회사를 성장시켜야 하는 스타트업에서는 정말 치명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으며, 특히 회의를 주도하고 일의 책임을 짊어지는 관리자의 경우는 더욱 중요하다.


그래서 요즘 바르게 대화할 수 있기를 희망하며, 몇 가지 원칙을 정했다.


Ⅰ. 본질에 집중할 것 - 질문을 주고 받을 때, 말 속 '본질'을 보기 위해 집중하고 노력하자.

Ⅱ. 반사회성을 버릴 것 - 의견, 현상을 습관적으로 비틀고 부정으로 바라보는 습관을 경계하자.

Ⅲ. 솔직할 것 - 상대를 있는 그대로 믿고, 나의 감정과 기분에도 솔직하게 이야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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