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준영 Oct 09. 2020

승객 대신 짐 실어라

대한항공

지난 9월 대한항공은 보잉 777의 객실 좌석과 기내 전기배선을 제거했다. 대신 화물을 고정할 수 있도록 바닥에 잠금장치를 설치했다. 항공기 하단에 위치한 적재 공간에 약 22톤의 화물을 실을 수 있는데 여기에 객실 좌석 269석(프레스티지 42석, 이코노미 227석)의 상단 공간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11톤의 화물을 더 실을 수 있게 됐다. 여객기 화물기 탈바꿈는 순간이다.


화물 수송 위해 좌석 장탈 작업 진행중인 대한항공 보잉777-300ER 여객기

코로나 19가 장기화되면서 사상 초유의 불황 속에 항공화물 사업부문이 대한항공을 살렸다. 2020년 2분기 기준 대한항공의 화물부문 매출액은 1조 2259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 19 사태 이전인 지난해 2분기 실적 대비 90%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항공화물 사업 호조로 2020년 상반기엔 1485억 원의 영업흑자까지 냈다. 여객부문 매출이 90% 이상 줄어든 가운데 항공화물 사업부문이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여객기 좌석 뜯어내고 화물기로 개조

화물 사업 효자 노릇...상반기 1485억 영업흑자


항공화물의 30%는 화물 전용기가 아닌 여객기의 화물칸을 통해 수송한다. 코로나 19로 글로벌 항공사들의 여객노선이 대거 중단되면서 공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화물 사업이 때 아닌 호조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사업 부문별로 직원들의 유급휴직을 실시했지만 유독 화물 사업 부문만은 예외였다. 몰려드는 화물 운송 문의에 직원들은 쉴 틈 없이 일한다는 전언이다.  


"출근하면 화물 운송 이메일이 늘 쌓여있어요. 특히 일본 사람들은 직접 전화해서 수시로 확인하고. 너무 바빠서 좀 쉬고 싶을 정도에요."   


보잉 777-300ER 내부에 화물을 적재하는 모습

하지만 타 부서는 상황이 다르다. 부서 안에서 직원들끼리 돌아가면서 두달씩 유급 및 무급 휴직을 실시중이다.


"대전 연구원에 근무하는 동기가 이번에 복직했는데 바들바들 떨고 있더라고요. 혹시나 정리해고 할까 불안하다고."


기술부서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기본급의 70%만 주는 유급휴직에 들어간 뒤 정부 지원금으로 제과제빵 학원에 다니기도 했다. 뭐라도 배워 놓으면 나중에 다 써먹지 않겠냐며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여객 운항이 없어진 객실 승무원은 70% 이상이 휴직에 들어갔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노선의 90%가 끊겼기 때문이다. 한 승무원은 해외 체류비 등 각종 비행 수당이 월급에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비행이 없는 만큼 월급도 반토막이 났다고 토로했다.   


대한항공은 유상증자로 1조 1000억 원을 조달한 데 이어 알짜 사업인 기내식과 기내 면세품 판매사업을 매각해 8000억 원가량의 자금을 추가로 확보했다. 하지만 최소 5천 억 원에 매각될 것으로 예상했던 송현동 부지에 대해 서울시가 4천670억 원으로 보상금액을 산정하고 공원 조성을 공식화하면서 대한항공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오너가의 경영권 분쟁까지 더해져 리더십에도 위기를 맞고 있다. 2019년 말 한진家는 조원태 회장과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갈라서며 남매의 난이 벌어졌다.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한 총수 일가에 맞서 조현아 전 부사장, KCGI, 반도건설 등으로 구성된 3자 연합이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 확보 경쟁이 진행 중이다.


국내 제1의 국적항공사 대한항공은 회사 안팎으로 유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한진그룹 3세 경영의 시작을 알린 조원태 호의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