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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숙집 이모 Jun 07. 2023

취나물 토스트

취 향에 취하다

 친정 엄마네 밭, 옻나무 아래 살짝 그늘진 자리엔 취나물이 있다. 주말마다 따온다.  그전 같으면 양이 얼마 되지 않아 그냥 보고 말았던 것을 올해는 한주먹씩 욕심을 낸다.

집터에 돌을 쌓던 날 일해 주시는 분들 참으로 파전을 해 드리려고 오징어를 준비했더랬다. 파는 당연히 엄마밭에 있을 거라 믿었는데 당연할 줄 알았던 파는 밑동이 마늘처럼 동그라지면서 줄기는 말라 있었다. 그래서 잔머리를 굴려 오징어에 취나물과 부추를 넣고 전을 만들어 대접하였다. 아버지께서는 맛있기는 한데 오징어 없는 게 나을 것 같다는 그러니까 오징어 빼고 해 주면 좋겠다 말씀하셨다. 오징어 없는 전이 맛이 있을까 미심쩍은 맘이들었지만 그냥 해봤다.

부추와 취나물만 넣은 전!

아버지는 웃는 눈을 마주치며 맛있다고 하셨다. 취 향이 깔끔하고 담백했다. 정말 맛이 좋았다.


남편과 신경전이 있는 아침!

남편은 혼자 빵과 커피를 마시고 옥상정원으로 피신했고 난 보란듯이 맛있는 거 먹겠다 냉장고를 뒤적였다.취나물과 몇 가닥의 부추가 보였다. 아침부터 전을 하느라 어수선 피우기는 싫고 토스트를 하기로 했다.

달걀 2개에 설탕 반수푼 소금 몇 알 그리고 강정 만드느라 대충 잘라 놓았던 땅콩 한수푼을 넣고 휘이휘이 저은 후 취나물과 부추를 자르지 않고 그대로 투척!

달궈진 프라이팬에 버터를 넣고 고소한 냄새를 내며 지글거릴 때 준비된 것들을 식빵에 듬뿍 적셔 노릿하게 구워냈다.


대충 먹고 옥상으로 간 그분 것은 하나!

내 거는 두 개!


식탁에 다 식은 커피 한 잔이 있다.

흐흐 그분이나 나나 싸운 후에도 아주 모른 체는 안되나 보다.


그래! 맛있게 먹어보자.

맛있는 두 개는 내꺼
옥상의 그분 것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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