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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키타카존 Sep 11. 2023

지붕 천장 아기 고양이 가족을 그렇게 보내야 했나?

불편함과 바꾼 따뜻한 마음

 올해 여름휴가는 계획 잡기가 어려웠다. 바쁜 회사 일은 큰 핑곗거리였고 아이들 학원도 그 핑계를 도왔다. 그러나, 사실은 마음의 여유가 없다며 스스로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지 않은 나의 게으름이 주범일 것이다.

아이들에게 미안함이 너무 큰 탓인지 어쨌든 가까운 곳에 부랴부랴 숙소 예약을 했다. 숙소를 잡았으니 반 이상을 된 셈이라 스스로 위안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했던가? 휴가 출발일에 온 나라가 태풍 소식에 난리가 났다. 휴가를 가야 하나 말아야 하냐를 고민했지만 일단 출발했다. 휴가지로 향하는 차 안에서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집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걱정의 말씀이셨고 아이들은 안 된다고 난리였다. 일단 가던 길을 갔다. 이미 차 안에는 피난민처럼 며칠 치의 식량이 가득했다. 그리고, 이미 아이들의 기대와 설렘은 가던 길을 돌이킬 수 없게 만들었다.


 가족들과 처음으로 해보는 글램핑이었다. 글램핑이기는 하지만 침대도 있고 TV 도 있고 각종 조리기구가 다 있는 곳이었다. 산속 꼭대기에 자리 잡고 있어 바깥으로 나와 앞 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었다. 비가 오는 탓에 수영장에 오래 있지는 못했지만 잠깐이나마 아이들과 물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글램핑장이 태풍 중심에 있지는 않아서 저녁에는 숯불에 야외 바비큐도 해 먹을 수 있었다.




 글램핑장 주변에는 간간히 고양이들이 보였다. 저녁 바비큐를 하는 동안 어슬렁 거리는 고양이들이 있었다. 한 마리는 약간 검은색 털을 띠고 있었고 다른 고양이는 갈색이었다. 배가 고파서 그런 것 같아 먹을 것을 던져주기도 했다. 그때까지는 몰랐었다. 왜 그 고양이들이 숙소 주위를 배회하는지를 말이다.


 저녁을 먹고 간단히 맥주를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다.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천장에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일어나서 밖으로 나와 핸드폰 플래시를 이용해서 천장을 비췄다. 멀리서 큰 고양이 한 마리와 조그마한 새끼 고양이가 보였다. 그 고양이는 저녁에 보았던 갈색 고양이였다. 그제야 왜 그렇게 그 고양이가 우리 주변을 맴돌았는지 알게 되었다.


어쨌든 밤새 고양이들의 쿵쾅 거리는 소리와 새끼 고양이 울음소리에 잠을 설쳤다.


다음날 아침 캠핑장 관리실에 들를 일이 있었다. 캠핑장 사장님께 지나가는 말로 천장에 있는 새끼 고양이 이야기를 드렸다. 그  지나가는 말속에 오늘 밤은 새끼 고양이 울음소리를 듣지 않고 잤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조금 있다가 직원분이 큰 잠자리 채(?) 같은 것을 가지고 오셨고 지붕 위에서 새끼 고양이를 끌어내렸다. 새끼 고양이는 세 마리나 되었다. 엄마와 같은 색깔을 가진 갈색고양이, 아빠와 같은 색깔을 가진 검은 고양이, 그리고 검은색과 갈색이 섞여 있는 새끼 고양이였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다시 고양이 소리가 들렸다. 어미 고양이는 새끼 고양이를 지붕 위로 다시 올리려고 하고 있었다. 난 슬그머니 옆으로 갔다. 고양이는 내 눈치를 보더니 새끼 고양이를 다른 곳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아기 고양이를 옮기는 엄마 고양이




몇 번의 고양이와의 마주침이 지나고 나서야 난 마음을 바꿔 먹었다.


고양이 가족에게 글램핑 숙소 천장을 내어주기로 했다.  텅 빈 글램핑 천장이 난 하룻밤의 조용한 잠자리를 위해서지만,  어쩌면 새끼 고양이는 생명과도 직결될 수 있는 큰 시련일 수도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지붕천장 아기 고양이 가족을 그렇게 보내야 했나?'


내 이기적인 마음이 미안했다.

저녁 먹는 동안 다시 엄마 고양이, 아빠 고양이 번갈아 가며 식탁 앞으로 왔다.

뭐~ 고맙다는 표시였으면 좋으련만....


왜 그랬냐는 항의의 표시였을 수도 있다. 난 미안한 마음에 저녁거리를 나눠 주었다. 생선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아쉬웠다.


조금 시끄러운 밤을 보내기는 했지만, 마음은 왠지 따뜻해져서 어제보다는 잠을 잘 잘 수 있었다. 고양이 가족을 그렇게 보내야 했나?

지붕 위 아기 고양이 가족을 그렇게 보내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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