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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키타카존 Apr 08. 2024

집 앞 과일가게가 생겼어요.

더불어 살아가기 힘든 사회 속에 사는 우리

 자주 가는 미용실에서 문자가 왔다. 두어 달 후에 미용실이 문을 닫으니 예약하실 때 참고하라는 내용이었다. 주말이면 예약하기가 점점 힘들어서 조금 불편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미용사 분이 오랫동안 내 머리 커트를 해주셔서 나름 편하게 다녔는데 아쉬웠다. 사실 그 미용실이 처음 오픈했을 때는 미용사분도 5명 정도 되었고 미용 보조하시는 분도 두 분 정도 있는 나름 큰 미용실이었는데 몇 년이 흐른 지금은 3명의 미용사 분이 운영을 하셨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이 미용실을 옮기기 전 다른 미용실도 문을 닫아서 어쩔 수 없이 이 미용실로 옮긴 기억이 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은 차로 조금 가야 하는 유명 프랜차이즈 미용실이었다. 미용사 분이 몇 명인지 알 수가 없었을 정도로 여러 명이었다. 머리를 하는 고객도 여러 세대의 남녀 분들로 가득했다. 이제야 왜 집 앞의 그 미용실이 문을 닫았는지, 그 미용실의 손님들은 어디로 갔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그 미용실이 없어진 자리에 어떤 상점이 들어올까 궁금해하고 있던 때 큰 과일가게가 오픈했다. 과일뿐만 아니라 야채 등도 같이 파는 상점이었다. 사실 인테리어도 필요 없이 미용실 인테리어를 원상복구 한 자리에 장사를 시작했다. 난 장사가 될까 싶었다.

주말에 그곳을 지나다 보니 많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근처에 그렇게 대량으로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파는 곳이 없는 탓도 있을 것 같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그곳이 물건도 많고 가격도 많이 저렴하다고 하셨다.


그러고 보니 몇 해 전부터 버스 정류장 옆등에 대량으로 과일을 박스에 쌓아놓고 노점으로 파는 곳이 가끔 생기기도 했다. 장사가 될까 싶었지만 어느덧 나도 그곳에서 몇 번 딸기나 포도등을 샀었고 저녁이 되면 그 많던 과일은 박스만 남아 있었다. 이런 걸 보니 새로 생긴 과일가게가 장사가 되는 이유가 이해는 되었다.



차를 타고 우연히 예전부터 자리를 잡고 있던 '총각네 야채가게'를 지나게 되었다. 오래전 젊은 남 직원들이 야채를 파는 곳을 열어서 한 때 유행했던 곳이다. 그리고, 최근까지 그곳도 어는 정도 장사는 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날 본 그곳은 내 기분 탓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두 명의 직원이 핸드폰을 보고 있을 뿐 손님은 없었다.


사실 몇 주전 저녁약속이 있어서 술을 마시고 대리운전을 하고 집으로 오면서 기사님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분은 낮에는 과일가게와 야채가게를 운영하고 저녁에 시간이 남을 때 대리운전을 한다고 하셨다. 나이는 나보다는 열 살 정도 어린 기사분이셨다. 그때 한 이야기 중에 본인이 자신 있는 건 새로 가게를 오픈해서 가격을 원가정도에 팔면서 주변 상권을 어느 정도 정리한 이후에 마진을 가져가는 구조로 장사하는 건 잘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상하게 지금 새로 생긴 과일가게와 다른 가게가 오버랩되었다.



대형 프랜차이즈 미용실의 영향으로 집 앞의 미용실이 문을 닺는 상황일 수도 있다.

새로 생긴 규모가 큰 과일가게의 영향으로 기존의 과일가게가 타격을 받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하나의 마케팅 방법이고 하나의 장사하는 법 또는 수익을 나게 하는 방법이다.

경쟁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이기는 하나 손실을 입어야 하는 가게 또는 문을 닫아야 하는 가게들이 조금은 마음이 쓰인다.


더불어 살아가라고 하지만 때론 어쩔 수 없이 냉혹해져야 하는 현실이 슬퍼질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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