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가장 기억에 남는 일
신임 지점장 소그룹 연수시간이었다. 강사님이 이번 주에 가장 행복한 기억을 이야기하라고 하셨다.
"이번 주는 아무 일도 없었어요. 저는 이게 가장 행복한 기억입니다."
너무 성의 없는 대답이었을까?
이번주에 사실 크게 행복했던 순간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또한, 그렇게 힘든 순간도 없었기에 이런 대답을 했다. 때론 무탈하게 지나간 일주일이 다행일 때도 있다.
영업점에서 어느 직원이 고객님과 이야기하는 걸 우연히 듣게 되었다. 나이 많으신 고객분과 이야기하면서
"때론 산다는 것이 참 힘든 일들의 연속인 것 같아요. 한 가지가 해결되면 또 다른 일이 생기고, 그 일이 잘 마무리되는가 싶으면 어느새 다른 문제가 생기니 말이에요"
그 이야기의 결론을 듣지는 못했지만 항상 웃으며 활발하게 지내는 그 직원이 그런 이야기를 하니 조금 의외였다.
나도 어렸을 때는 고민이 있었다. 그전 브런치 글에도 이야기하기는 했었는데 한 때 나의 고민은 '평범함'이었다. 사실 그 당시는 그 평범함 보다는 '남들보다 월등히 잘하는 것이 없다'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이과생이었지만 수학이나 과학을 뛰어나게 잘하지 못했었다. 공대생이었지만 공학 전공과목은 A+를 받는 학생은 아니었다. 노력하면 어느 정도 따라갈 정도로 할 수는 있을 것 같았지만 뛰어나게 잘할 자신은 없었다. 사실 그런 이유가 은행에 입행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그런 시절을 보낸 이후 이제 나이가 들고 보니 사실 가장 어려운 것이 '평범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아무런 큰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온한 일상이 때론 행복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퇴근길 고가차로 건설 현장을 지나게 되었다. 매번 다니는 길은 아니지만 오늘은 내비게이션이 그쪽으로 안내를 해 주었다. 난 그냥 네비를 따라 출, 퇴근길을 정하는 편이어서 그 길로 향하였다.
그 건설 현장은 앰뷸런스와 경찰차 등이 모여 있었다. 방속국 차도 보였다. 느낌에 큰 사고가 난 것 같았다. 반대편 차로이기에 조금 더 가니 차량 통제를 하고 있었다. 그쪽으로 차를 못 가게 막고 우회를 시키고 있었다.
나중에 집에 와서 보니 인터넷 기사에 고가차로 건설 현장 상판이 붕괴되어 공사하시는 분 몇 명이 다쳤다고 했다. 지나가던 민간인도 다쳤다고 한다. 큰 인명사고는 없기를 기도한다.
정말 '아무 일도 없었어요. 이번주는 무탈했어요'라고 이야기하는 한 주가 때론 행복하다고 다시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