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다녀와서..
'항거:유관순 이야기(2019)'를 아이들이 봤다고 한다. 어느 한 영화나 드라마에 꽂히면 몇 번을 계속 보는 막내딸이기에 나도 지나가다 그 영화를 보다가 같이 앉아서 보게 되었다. 그냥 막연하게만 알던 마치 옛날이야기의 한 위인의 처절한 외침을 알게 되었다.
그 후속으로 아이는 '서대문형무소'를 가자고 했다. 할아버지가 다른 사촌동생들을 데리고 갔던 그곳에 자기는 못 가서였던지, 아니면 유관순 영화를 보고 더 궁금한 것이 있었는지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그 고사리 손에 이끌려 큰 아이와 함께 같이 길을 나섰다. 원래는 광복절에 가려고 했으나 다른 일정이 잡혀서 주말을 이용해서 다녀오게 되었다.
3호선 독립문역을 나오니 옆으로 붉은 담장이 보였다. 그곳이 '서대문형무소'였던 곳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면 덕수궁 돌담길처럼 도심 한 복판의 낭만스로운 담장이었다. 서울 한 복판 경치 좋은 그곳이 일제강점기 목숨을 던지며 저항한 분들이 투옥된 곳이었다는 사실만으로 왠지 한쪽 마음이 저려왔다.
무인 매표소에서 표를 사서 입장을 하였다. 첫 번째 본 곳은 전시관이었다. 일제강점기부터 최근까지의 역사를 표시해 놓았고, 과거 '서대문형무소'의 모형으로 각 위치를 알려주었다. 이미 영화에서 본 장면이 있기에 조금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 지하에는 감옥을 재현해 놓았는데 고문기구 및 밀랍인형으로 재현하는 모습등이 너무나 생생하게 되어 있었다.
밖으로 나와 2층으로 지어진 옥사로 향하였다. 너무 더운 날씨의 옥사 안은 뜨거운 태양 빛을 피하기에는 너무 좁았다. 겨울이면 매서운 바람을 그 얇은 벽이 막아주지 못하고 그 추위를 온몸으로 느꼈을 것이다. 그곳에서 많은 독립운동을 하신 분들이 모진 고문을 당하며 옥고를 치렀던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과거 역사의 울부짖음을 간직한 서대문형무소 감옥 한 곳에서 창 밖으로 바라본 모습은 너무나 평화로웠다. 한편으로는 아름다운 정원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어서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밖으로 나와 노역을 하던 곳에는 연못처럼 상큼함이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함을 주었다.
이 슬픔의 장소에서 내가 느끼는 이 평안함을 위해서 그분들이 그렇게 희생되어 가신 것 같아 마음 한 켠이 저려왔다. 후손들에게 평화로운 나라를 물려주기 위하여 그분들은 옥고를 치르고 또 목숨을 던지신 것이다. 나라를 일본에 넘긴 매국노는 따로 있는데 잘못 없는 그들이 목숨을 던져 이 나라를 지키려 했던 사실이 슬픔으로 다가왔다.
이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이 시대를 위하여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할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