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한 줌

갈증을 채우는 방법

by 채아

나는 마음이 공허해질 때마다 영화를 찾는다.

아마 고등학교 때 생긴 습관인 것 같다.

고등학생 때 밖에 나가 벚꽃 볼 생각은 못 했지만 독서실에 앉아 가려진 커튼 속에서 영화 볼 생각은 자주 했다. 주말에 독서실에 있다 정말 답답할 때는 무작정 나가 산책길을 따라 걸었는데 걷다 보면 늘 cgv건물 앞에 와 있었다. 지리상 그럴 수밖에 없기도 했다. 가끔은 건물 안에 들어가 티켓을 사서 멍하니 스크린만 쳐다보다 나왔다. 그러다 영화에서 위로를 받거나 공허함을 달래는 순간이 쌓이고 뭐 그렇게 가까워진 거 같다. 영화가 좋은 이유는 나를 감싸고 있던 공기의 흐름을 바꿔줄 수 있는 힘이 거기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공허함을 채워주기도 하고. 고등학교 3학년 때 친구를 잃고 찾아간 곳도 영화관이다. 근데 그날이 내가 유일하게 영화관을 박차고 나간 날이기도 하다. 그날은 영화도 목과 가슴속의 텅 빈 감각을 채워주지 못했다. 뭐 그래도 나는 꾸준히 영화관을 찾는다. 좋아하는 장르는 딱히 없다. 영화 보는 순간이 좋아서 가는 거기에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내가 영화를 자주 본다는 건 그만큼 비어있다는 거다.


<어느 날>에서 김남길이 담배를 피우는 씬이 그 장면을 보고 있는 내 모습 같아서 말을 늘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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