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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하늘 Dec 25. 2022

오랜 시간 철학 공부를 하며 느낀 것

Doing philosophy for a long time

나는 암기에 아주 취약한 사람이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서는 그 누구보다도 다양한 발제로 질문을 던지고 함께 사유하는 과정을 즐긴다.

많은 이들 역시 그러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에겐 달달달 암기를 하는 것은 어쩐지 잘 맞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나는 작금의 교육방식을 지식 위주의 암기가 아닌 이해 위주의 수업으로 바꾸고자 노력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결국 아이들도 그러한 공부를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나의 편협한 생각에서 시작된 문제의식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교육이 진정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나는 철학 공부를 오래 한 것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10여년 넘게 철학 공부를 해 온 사람으로서, 나는 그 답이 나 자신과 그리고 내가 속한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 공부를 해온 것임을 깨닫는다. 주변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대학 때부터 취업과 관계없는 철학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그만큼 여유로운 집안 환경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 아니었냐고 말이다. 물론 어느정도 그 이야기가 맞는 부분도 있지만, 10여년 전의 우리집은 여유로운 경제상황이 아니었을 뿐더러 그냥 내가 무식하게 용감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친구들은 취업과 연계지을 수 있는 학과에 진학함에도, 나는 그저 내가 나에 대해 좀 더 탐구하고 알아가고 싶다는 차원에서 철학과를 선택했고, 또 그것에서 벗어나보기 위한 노력들도 해보았다. 진짜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재수와 삼수를 거친 20대 언저리의 나에게는 딱 그 말이 어울렸다. 그리고 오랜 시간 대입을 공부하며 원하던 대학에서 다 떨어진 나로서는 사유의 과정이 공기처럼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또 그렇기에 철학이라는 학문에 매력을 느꼈던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철학이란 학문 자체를 벗어나기 위해, 프랑스어과로 전과를 신청하기도 했었으나, 결국 프랑스어가 사용되는 프랑스라는 나라도 철학 없이 가까워질 수 없는 나라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계기로 오랜 시간 철학을 공부하며 느낀 것은,

결국 나와 내 주변의 세상을 이해하기 위함 때문이었다는 것을 느낀다.


가장 크게는 나라는 사람이 세상 속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까에 관한 것.

그리고 내 주변의 많은 일들을 보며 사유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

결국 그 세계 안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바라보며, 문제의식을 제기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


이 세 가지를 위해 공부해온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말해 나에게 있어 공부의 목적은 나-세계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고 바라보며, 앞으로 내가 어떤 방식의 삶의 형태를 결정해나갈지를 고민하는 과정이었다. 그렇기에 나의 글은 언제나, 내가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로 귀결된다. 그런데 저번에 친구 한 명이 꽤 나에게 도움되는 조언을 해주었다. 나처럼 생각만 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내가 생각한 것들을 실천에 옮길 수 있어야 진짜이고, 그리고 그러한 것들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정치를 해야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잘 안다. 나는 정치를 하기에는 너무나도 심약한 마음과 쿠크다스 같은 멘탈을 갖고 있고 나같은 짬도 안되는 사람이 하기엔 너무 큰 일이라 여겨진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다보면, 결국 내가 발딛고 있는 세상과 사회를 조금이나마 아름다운 곳으로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런 형태는 내가 아이들을 계속적으로 가르치는 일을 통해 그 소외를 줄여나갈 수 있지 않을까? 내 나름대로 돈은 돈대로 벌되, 조금 더 소외받는 위치에 있는 아이들이 꿈꿀 수 있게 하는 일을 해야할 것 같다. 몸이 아픈 아이들, 어려운 여건에 처한 아이들, 소외 받는 아이들 등등 학교라는 공간에서는 너무 바빠 제대로 된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던 아이들 곁에 한 발 더 다가가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학교 밖으로 나오기를 선택한 것은 참 잘한 일이다. 학교 안에서는 정신 없게 지낼 뿐더러, 내가 더 마음을 주고 신경써야 하는 아이들에게는 그런 관심을 주지 못했으니 말이다. 역시 나는 교육을 내 업이 아닌, 봉사의 형태로 하는 것이 더 맞는 사람이었나 보다. 이제 따뜻한 봄이 오면, 그런 일들을 시작하기 위한 다양한 형태를 스타트해봐야겠다. 겨울 내내는 나도 돈벌이를 위한 공부들을 조금 더 하고, 그런 후에 코로나 상황도 좀 더 나아진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하나 시도해보아야지. 모두의 기나긴 겨울의 끝에는, 따뜻한 봄이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또 오늘 하루를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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