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의 '보통날'은 위로의 노래였다
god의 6집 타이틀 곡, '보통날'이라는 노래에 이런 가사가 있다:
널 잊어버린 기억마저 잊었어
아무렇지 않은 듯이
마치 사랑한 적이 없는 듯이
짧게 이 노래에 대한 설명을 하자면, 이 노래는 사랑했던 연인이 더 이상 생각나지 않는, 말 그대로 '보통의 날 '의 일상을 그리며 그 연인이 생각나지도 않을 때 놀란 감정과 미안함에 대한 노래이다.
2004년에 이 노래가 나왔을 때는, 나는 아직 중학생이었고..., 너무 어렸다.
윤계상의 탈퇴 이후 (이후 다시 재결합했지만) 지오디가 활동을 못 할 수도 있다는 추측들이 있는 상황에서 나왔던 앨범이자 노래라, 지오디 팬들에게는 사실 너무 고마운 앨범이라서 열심히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했는데, 그때 당시 사실 나에겐 이 노래가 너무 충격적이었다.
사랑에 대한 환상을 아직 가지고 있던 아이 었기 때문에 이렇게 사랑했던 사람을 말끔히 잊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고 슬펐다. 이 노래의 남주인공이 너무 잔인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그 이후로도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잘 만들어진' 노래임은 틀림없지만 (가사, 멜로디, 편곡 모두) 여전히 참 잔인한 노래라고 생각했다.
"잊지못할 사랑이라 생각했는데, 잊혀져 가네요, 어느새"라는 코러스의 끝을 들을 때도, 우리가 느꼈던 감정이나 한 때 했던 말들의 다짐이 얼마나 쉽게 증발해 버릴 수 있는지 누군가 자꾸 얘기하는 것 같아 싫었다.
최근 지오디 콘서트에서 이 노래를 다시 들으며 깨달았다.
아, 이 노래는 위로의 노래였구나.
헤어진 이후에 힘들어하는 모두에게, '보통날'은 올 거라고 잔잔히 얘기해 주는 노래였구나.
지오디 노래 중 헤어짐을 테마로 하는 노래들은 가사가 정말 '절절'하다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마음이 찢어지고 애걸복걸하는 가사들이 많이 나온다 (박진영... 당신은 과연 어떤 사랑을 했던 것일까...).
지오디 2집의 타이틀 중 하나였던 '애수':
니가 어디있는 어디서 무얼하든
누구와 있었든 그 이유가 무엇이든
아무것도 묻지 않을께 넌 돌아오기만 하면돼 난
그전에 그날이 오기전에 어쩔수없어
난 이렇게 밖에 살아 갈수 없어
너만을 기다리며 멈출수 없어 널 찾아 해매이며
지오디 3집의 수록곡 중 명곡 '왜':
이제는 어쩌나 살아갈 수 있나
살아갈 이유가 없어도 살 수 있나
이런 고민들 속에도 해가 저무는걸 보니
네가 없어도 세월은 가긴 가나 봐
사실 나열하자면 수없이 많은데 보통:
'이 사람 없으면 정말 안될 것 같은데'
'이런 사랑은 인생 한번 찾아오는 사랑인데'
'이런 사랑이 얼마나 귀한지 이제야 깨달았다'
같은 테마를 띄고 있다.
그리고 이제야 이해했다.
보통날은 사실 위로의 노래였음을. 이렇게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이별을 겪고 있는 노래들의 주인공에게 '그 사람이 생각조차 나지 않는 날도 결국 온다'라고 말해주는 노래였다는 것을.
이렇게 누군가를 말끔히 잊는 게 꼭 슬프기만 한 일은 아니라는 것을
이렇게 이해하게 될 때까지
나도 몇 번의 연애를 거듭해야 했다.
사랑이나 연애에 관해서는 항상 조금 더딘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아주 이 부분에서 조금이나마 더 성숙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