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일을 해보는 경험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변호사로 일한지 6.5년이 된 시점에서, 변호사가 아닌 다른 일을 해보는 중이다.
로스쿨에 들어간 순간 부터는 10년이 되었으니, 10년 동안 가까이 했던 '법'과 잠시 멀어져 있는 기분은 신기하기도 하고, 생소하기도 하다.
언제나 그랬듯, 호기심으로 시작했고, 이 때 아니면 언제 해보지? 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지난 1월, AI 관련 법률 자격증을 땄다. Artificial Intelligence Governance Professional이라는, 인공지능 규제 전문 자격증이다. 세상의 자본이 AI에 몰리며 새로운 시대를 연다는데 이걸 모르면 도태될 것 같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 AI 관련 서적들을 사서 조금씩 읽다가, 이럴바에는 내가 속한 법이라는 분야에서 AI관련 자격증 공부를 하며 배우는 게 가장 현명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자격증 공부를 하고, 시험도 비교적 수월하게 패스했지만, AI 관련되어 뭔가 제대로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먼 발치서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
마침 항상 가지고 있던 독서 리스트에 올라온 다음 책이 일론 머스크에 관한 책이었다. 유튜브 알고리즘도 점점 일론 머스크 관련된 영상으로 바뀌었고, 일론 머스크에 대해 지금도 여러 논란이 많지만, 그가 가지있는 AI에 대한 경각심이나 생각 자체는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Having artificial intelligence is like having a genius child... We want the child to grow up with good values. That would mean that when we train our AI models, we should aim for it to be rigorously truthful, maximally curious, and most importantly, to love humanity." Translation by Grok 3.0: "인공지능을 가진다는 것은 천재적인 아이를 키우는 것과 같다. 우리는 그 아이가 훌륭한 가치를 지니고 자라기를 바란다. 이는 우리가 AI 모델을 훈련시킬 때, 그것이 철저히 진실하기를, 호기심이 넘치기를, 그리고 무엇보다 인류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목표로 삼는 것과 같다.")
자연스레 xAI라는 일론머스크가 새로 만든 AI회사에 대해 관심이 생겼고, Bilingual AI Tutor Role을 시작했다.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Grok이라는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포지션이다.
변호사로 일을 하지 않으니, 오히려 변호사라는 직업 및 로펌/회사안에서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정리할 수 있는 시간도 생기는 것 같다.
어쨌든, 또 시작했다. 나의 선택에 따라 내 인생도 계속 바뀌고, 그 바뀜에 따라 새로운 선택들이 생길 것이다. 나는 그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해 주어진 모든 것을 알아가고, 배우며 그 대가로 어느 정도의 가치를 제공해줄것이다.
이렇게 새로 일을 시작했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면, 내가 너무 쉬지도 않고 달리는 것 같다고 걱정한다. 솔직히 체력적으로 바닥 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원래는 전 직장을 퇴사하고 운동도 하고, 하루 종일 침대에도 누워있어 보고, 읽고 싶던 책을 하루만에 끝내거나 영화를 하루에 다섯편 몰아서 보거나... 그런 달콤한 상상들을 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세계 곳곳의 다른 AI tutor들과 같이 일해보는 이 경험 자체도 즐겁고, 나에게는 어느 정도의 휴식과 쉼이 되는 것 같다.
여태껏 그랬듯, 이번에도 한번 '해본다'. 몇년 전 내가 썼 던 그 글처럼, 망설여질 때는 그냥 눈 딱 감고 생각한다. Just do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