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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에세이]_대한민국에서 잘 살고 싶다는 소망

by 민트아트

선생님들과 하는 선데이 새벽 에세이 모임이 이제는 공저 책을 집필하기 위한 과정으로 넘어갔다. 그래서 '선데이 에세이' 매거진에 발행할 글이 없어졌다. 공저를 위한 글을 오픈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하지만 나 홀로 계속 에세이를 쓰기로 했다. 같이 가던 길을 혼자 가게 되는 느낌이 들어 서운한 마음도 들지만 말이다. 오늘의

글을 시작해 본다.





투표권이 생긴 이후로 모든 투표를 엄마와 함께 했다. 생각하는 후보가 달라 때론 강요하기도 하셨지만 나는 엄마와 투표하러 가는 그 길이 참 좋았다. 정치적 성향이 달랐지만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잘 살고 싶은 국민이었기 때문이다. 6월 3일 대통령 선거일에 선거를 마치고 친정 엄마의 손을 꼭 붙잡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걸어 나왔다.


"나는 이번 선거가 마지막이다."

"무슨, 다음 선거 때도 같이 오셔야지."

"아이고. 그때까지 어떻게 살아."


지난번 선거 때도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번 투표가 마지막일 거라는. 나는 엄마의 말을 부정했지만 이번이 같이 투표하는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인증 사진을 찍자며 엄마를 끌어당겼다. 평소에 늙어 추하다며 사진 찍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셨는데 그날은 웃으시며 모델이 되어주셨다.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하면서도 저려 오기 시작했다. 이 땅에서 80여 년을 살아오신 엄마의 소중한 한표. 그동안 얼마나 많은 선거를 거치시며 이 땅을 지켜오셨을까라는 생각에 코끝까지 살짝 이상해졌다. 엄마는 살기 힘든 세월을 살았음에도 누구보다 정치에 관심이 많으셨고, 유권자로서 목소리 내는 것의 중요성을 아신 분이었다. 그래서 드라마보다 뉴스를 더 좋아하셨다. 이런 엄마 밑에 자랐지만 나는 어려서부터 나라 돌아가는 사정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었다. 그냥 하루하루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버거웠으므로. 그랬던 내가 지난 6개월을 보내며 환골탈태했다. 뉴스를 챙겨보고 정치 관련 영상을 들여다보며 그동안 무관심 했던 것에 대해 매우 깊이 반성했다. 나와 상관없는 그들만의 리그 혹은 다툼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나와 매우 밀접한 것이었고, 국민이 똑바로 정신을 차리고 들여다봐야 하는 의무임을 이 나이가 되어서야 깨달았다.


보다 보니 정치라는 것이 참 재미있었다. 정치란 나라를 다스리는 일로써 외교, 안보, 경제, 복지, 교육 분야 등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었고, 어느 하나가 멈추면 고장이 나고 마는 유기적인 연결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역사적 이야기를 해주시는 역사학자의 이야기도, 외교적인 부분을 짚어주시는 전문가의 이야기도 모든 것이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건강한 진보와 보수가 균형 있게 존재하며 대한민국의 국민이 이 땅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잘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헬조선'이라는 말은 과거에 힘들었던 우리나라를 지칭하는 것이었다는 역사책에서 만나는 용어이기를 바라고 또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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