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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앤드루 와이어스

어느 노 부부의 이야기

by 민트아트

이번 주 명화입니다.



그림을 관찰하며 떠오르는 단어가 있나요?


이 그림의 제목은 뭐라고 하면 좋을까요?


그림을 보며 떠오르는 질문이 있나요?


떠오른 질문 중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은 질문은 무엇인가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 보고 적어보세요.





그림을 보며 든 생각

머리가 희끗한 노년의 부부가 침대에 누워 잠을 자는 모습을 그림으로 볼 수 있을 거라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하지만 내 눈앞에 그림이 펼쳐져 있다. 이런 내용이 그림의 소재가 된다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참 묘하다. 부부의 얕은 숨소리를 따라 나도 조용히 함께 잠들고 싶다는 기분이 든다. 그 고요함을 깨는 열린 창문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사차원의 세계가 열린 듯, 꿈속을 표현한 듯, 현실을 벗어난 마법의 세계로 초대된 느낌마저 든다. 열린 창문 밖에는 초록의 기운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겨울 들판이 있다. 창 밖의 계절마저 황혼으로 접어드는 이 부부의 인생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이 그림이 해가 떠오르는 장면이 아니라 해가 지는 장면이라면 조금 더 슬프게 느껴졌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먼동이 트는 듯 지평선 위로 살짝이 보이는 밝은 기운은 어두운 실내를 조심스럽게 비추고 있다. 침대의 기둥이 그 빛의 흔적을 섬세하게 따라가게 만든다. 설마 한 날 한시에 사망한 부부의 모습은 아니겠지. 그렇게까지 상상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 숙연한 분위기를 차마 떨치지 못하겠다.


그림을 보며 느껴진 단어

초겨울, 새벽공기, 황혼, 노부부, 잠, 인생, 열린 창문, 아침, 먼동, 꿈, 세월, 나이, 고단함, 부부애, 동반자



내가 지은 제목

동반자


떠오르는 질문

- 왜 이 부부는 창문을 열어놓고 자는 것일까?

- 바람에 창문이 열린 걸까?

- 서양의 집은 벽이 저렇게 얇은가?

- 두 분이 함께 같은 날 돌아가신 건 아닐까?

- 창문을 열리게 표현한 이유는 뭘까?

- 계절을 겨울로 표현한 이유가 있을까?

- 이 부부의 인생은 어땠을까?

- 부부는 사이가 좋을까?

- 이 두 사람은 부부일까?




화가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



<작품 정보 >

앤드루 와이어스, <결혼>, 패널에 템페라, 1993년 61x61cm, 개인 소장


앤드루 와이어스 1917~2009


20세기 미국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중 한 명인 앤드루 와이어스는 1917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5 남중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그의 아버지 뉴웰 컨버스(N.C.) 와이어스는 <로빈슨 크루소>, <보물섬> 등의 삽화를 그린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화가였지요. 선천적인 질환으로 학교에 갈 수 없었던 앤드루는 아버지에게 직접 미술 교육을 받았어요. 그 과정에서 풍경화, 인물화, 수채화 등을 그리는 기술을 배웠고, 미국 북동부의 자연 풍경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게 되었지요. 앤드루는 20세에 뉴욕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고, 이틀 만에 작품들이 완판 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1940년 그는 베시 제임스와 결혼을 했으며, 베시는 평생에 걸쳐 남편의 경력을 관리하고 작품에 대해 조언하는 등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후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던 그는 31세인 1948년 <크리스티나의 세계>라는 템페라 작품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어요. 그는 고향인 펜실베이니아 주의 풍경, 가족, 자연 등 일상적인 소재를 통해 인간의 삶과 죽음, 고독, 삶의 의지, 사랑과 희망을 섬세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앤드루 와이어스는 화가로서는 최초로 대통령 자유 훈장을 받았으며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다 2009년 9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앤드루의 아들 제이미 와이어스도 화가의 길을 걸음으로써 3대에 걸친 예술가 집안이 되었으니, 예술적 유전자의 되물림도 참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앤드루 와이어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

<결혼>에도 창문이 등장하는데요. 그의 아들 제이미는 아버지가 "창문에 집착했다."라고 말했다고 해요. 2014년 미국 국립 미술관에서는 '앤드루 와이어스: 밖을 내다보고, 안을 들여다보다'라는 제목의 전시회를 열어 창문을 묘사한 60점의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 기사를 접하고 그가 창문에 집착한 이유가 뭘까 궁금해졌습니다. 그의 인생 스토리를 읽어보니 그에게 창문은 숨구멍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화가 아버지 밑에서 엄격하게 그림을 배우고 그리며, 그림 주제와 재료에 대한 통제를 많이 받아 숨이 막혔을 것 같아요. 아버지가 그렇게 반대하던 템페라화로 성공을 거둔 것을 보면 그의 고집도 만만치 않아 보이기는 합니다. 결혼을 통해 아버지로부터 탈출한 줄 알았으나, 능력 있는 아내의 조언에 따르느라 그는 많이 지쳤던 것 같아요. 물론 베시가 있어 통제를 해줬기에 그렇게 유명해졌던 것도 사실이지만요. 그래서 앤드루는 아내 몰래 15년 동안 다른 여인의 누드를 그리는 일탈을 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기도 하지요. <결혼>은 앤드루 와이어스가 어느 날 아침 이웃집에 들렀다가 그 집 노부부가 창백한 모습으로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고 너무 인상이 깊어 그림을 그렸다고 해요. 화가에게 '결혼'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요?


부부를 그린 다른 그림을 볼까요? 왠지 두 사람은 사랑에 푹 빠진 것 같지 않나요? 여러분이 짐작하셨던 것처럼 이 그림은 샤갈의 작품이에요. 어떤가요? 같은 부부의 모습인데 많이 다르지요. 사실 샤갈이 사랑하는 부인 벨라와 결혼하기 몇 주 전에 그린 작품이긴 해요.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라고 하는 것이 맞겠네요. 이 그림은 샤갈의 생일날 꽃다발을 들고 온 벨라와 키스하는 장면, 사랑으로 충만한 연인을 공중에 붕 떠오른 모습으로 표현한 그림입니다. 결혼을 해서 부부가 된다는 것은 참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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