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의 삶과 노동의 가치
이번 주 볼 그림입니다.
그림 감상을 많이 해 보신 분이라면 이 그림이 고흐의 그림이라는 것을 바로 아셨을 거예요. 하지만 처음 본 그림이라 생각하시고 꼼꼼히 봐주시기 바랍니다.
그림을 관찰하며 떠오르는 단어가 있나요?
이 그림의 제목은 뭐라고 하면 좋을까요?
그림을 보며 떠오르는 질문이 있나요?
떠오른 질문 중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은 질문은 무엇인가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 보고 적어보세요.
그림을 보며 든 생각
식탁에 다섯 명이 모여 앉아 식사 중이다. 7시를 가리키는 벽걸이 시계와 램프가 켜진 어두운 실내를 통해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먹는 저녁 식사 자리임을 알 수 있다. 조촐한 음식에서 피어오르는 김은 서로를 챙기는 따뜻한 눈빛과 만나 이 장면에 훈훈함을 더한다. 어두워진 방안을 비추는 유일한 불빛인 램프는 연극 무대의 조명처럼 식탁을 오롯이 밝혀줌으로써 그림의 몰입도를 높이며 가족애를 드러낸다. 보통 드라마에 등장하는 식사 장면에서는 카메라를 등지고 앉아 있는 사람을 배치하지 않는다. 모종의 룰처럼 비워둠으로써 시청자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화가는 오히려 화면의 가운데에 작은 체구의 어린 소녀로 짐작되는 인물을 배치해 자연스러운 균형을 맞추고 있다. 게다가 의도적으로 의자를 그리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여기에 의자가 있었다면 화면이 답답해졌을 것이다. 의자가 없기에 이 인물은 서서 먹는 것인지, 식사에 필요한 물건을 가져다 놓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바로 뒤돌아 움직일 것처럼 동선을 유동적으로 만들어 운동감을 부여한다. 왼쪽으로부터 두 번째 자리에 앉은 여인을 살펴보자. 그녀의 포크는 음식에 꽂혀있으나 그녀의 마음은 음식이 아닌 남자에게 가 있는 듯하다. 큰 눈망울이 남자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으며 무언가 말을 하고 싶은 듯 입술 사이에 이빨을 살짝 드러내고 있다. 아무래도 남자는 그녀의 남편이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그에 반해 남자의 시선은 옆에 앉은 여인보다 어머니인 듯한 분을 바라보고 있다. 세 번째 자리에 앉아 있는 인물은 여성처럼 보이나 모자와 옷의 모양을 봐서는 남자라고는 하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이 인물도 그릇에 담은 음식을 어머니 혹은 아내에게 권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 두 시선을 무시한 채 조용히 차를 따르는 데 열중하고 있다. 서로 어긋나는 다양한 시선의 분산은 그림에 생동감과 불러일으킨다. 우리나라가 잘살지 못하던 시절 어느 시골 마을의 가족을 떠올리게 한다. 사람들의 피부나 그림의 전체적인 톤은 어둡지만 그림의 정서는 어둡지만은 않다.
그림을 보며 느껴진 단어
정겨움, 고단함, 한 끼, 따뜻함, 멍함, 걱정, 휴식, 만찬, 가난, 가족애, 단란함, 저녁 식사, 훈훈함
내가 지은 제목
한 끼 식사
떠오르는 질문
- 남자는 나이 든 여인을 바라보는 것일까? 멍한 눈으로 생각에 잠긴 것일까?
- 제일 왼쪽의 남자를 바라보고 있는 여자는 부인일까?
- 가장 나이 든 여인이 그릇에 따르는 것은 커피일까?
- 가운데 있은 뒷모습의 인물 뒤에는 왜 의자가 없는 걸까?
- 계절은 겨울일까?
- 이들은 가족일까?
- 왜 모자를 벗지 않고 식사를 하는 것일까?
- 이곳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은 것일까?
- 석유등은 한번 키면 얼마나 오래 켜져 있을까?
- 나이든 여인은 왼손 검지 하나를 왜 펴고 있을까?
<작품 정보 >
빈센트 반 고흐, <감자 먹는 사람들>, 114x82cm, 1885 캔버스에 유채, 반 고흐 미술관
빈센트 반 고흐는 1853년 네덜란드에서 개혁교회의 목사인 아버지와 헤이그의 부유한 가정 출신 어머니 밑에서 태어났습니다. 빈센트라는 이름은 1년 전 사산되어 죽은 형의 이름을 물려받았으며, 이것은 그에게 하나의 강박관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빈센트는 중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고 자퇴하였으며 큰아버지의 소개로 파리에 본점을 둔 구필 화랑의 헤이그 지점에 취직해 미술교육을 받게 됩니다. 그 뒤 1873년 런던 지점으로 옮겼으며, 하숙하던 집주인 딸과 사랑에 빠져 고백했지만 거절당하고 맙니다. 그는 사랑에 대한 실패로 신학 공부를 시작하고 벨기에 탄광 지대에 가서 전도 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그 뒤 1880년부터 2년간 체계적인 미술 수업을 받았으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했습니다.
반 고흐는 1885년 네덜란드 뉘넌에서 농민들의 고단한 삶을 표현했습니다. 그가 중요하다고 여긴 주제는 평범한 사람들의 세계였습니다. 그는 일하는 농부들, 그들의 집, 수공업자들을 그렸지요. <감자 먹는 사람들>도 이 시기의 작품으로 소박한 식사를 하는 농부 가족의 모습을 그린 것입니다. 빈센트는 이 그림으로 농민들의 삶과 노동의 가치를 말하고자 하였습니다.
전시할 그림을 보내달라는 동생 테오의 요청에 <감자 먹는 사람들>과 몇 년간 작업한 농민 그림을 보냈지만, 판매가 잘되지 않았습니다. 테오는 그 이유가 빈센트의 그림이 다른 인상주의 작품들처럼 밝지 못하고 너무 어두침침하기 때문이라고 조언했습니다. 그 이후 빈센트는 동생의 말을 기억하고 채색을 연구하기 시작하면서 다채로운 색채를 사용하기 시작했지요. 이때 일본에서 들어온 우키요에 목판화도 그의 작품 변화에 큰 몫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1886년 파리에서 드가, 고갱, 쇠라 여러 화가와 친분을 쌓으며 화려한 색채에 관한 괌 심을 이어갑니다.
그는 1890년 오베르쉬르우아즈 밀밭에서 자신에게 총을 쏜 이틀 후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의 죽음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빈센트는 제대로 된 미술교육을 받은 적이 없고 미술에 대한 지식과 재주를 독학으로 익혔지만, 그가 10년 동안의 활동 기간 동안 남긴 900여 점의 그림과 1,100여 점의 습작들은 그의 천재성을 입증하고도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