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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알베르토 자코메티

단절이 아닌 연결을 향한 시도

by 민트아트

이번 주 볼 작품입니다.


작품을 구석구석 잘 관찰해 주세요.

작품을 관찰하며 떠오르는 단어가 있나요?


이 작품의 제목은 뭐라고 하면 좋을까요?


작품을 보며 떠오르는 질문이 있나요?


떠오른 질문 중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은 질문은 무엇인가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 보고 적어보세요.





작품을 보며 든 생각


군상 작품이다. 인간이라 하기도 혹은 인간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애매모호한 형상 그대로 처연하게 서있다. 비파형 동검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들이 사람이라면 왜 이렇게 차렷 자세로 얼어있는 것일까. 크기는 왜 이렇게 제각각일까. 서로 가까이 서있기는 하지만 각자 너무 외로운 모습이다. 작품 뒤쪽에 배치된 인물 흉상이 눈에 들어온다. 이 사람을 이곳에 배치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는 목이 위태로워 보이기는 하지만 다른 형상들에 비해 인물상임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이 인물이 앞에 있는 왜곡된 인물상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도 같다. 인간의 본성을 잃어가는 현대인을 표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독립되어 서로의 공간이 확보되어 있으면서도 함께 있다는 것이 왠지 모르게 든든하게 다가온다. 처음에 이 작품을 접했을 때 느꼈던 고독감은 오래 들여다볼수록 따뜻함으로 바뀌고 있다. 군상이 가진 힘일까.


작품을 보며 느껴진 단어

고독, 외로움, 독립, 대화, 단절, 화합, 무리, 차별, 인간, 군상, 현대인, 존재의 이유, 거리, 간격, 사적인 공간


내가 지은 제목

인간사회


떠오르는 질문

- 크기를 다르게 만든 이유가 있을까?

- 사람이라면 왜 이렇게 이쑤시개처럼 가늘게 표현했을까?

- 왜 다 팔다리가 자유스럽지 못하게 느껴질까?

- 뒤쪽에 있는 흉상은 왜 홀로 있을까?

- 이 흉상 모양의 사람이 앞의 사람처럼 변해가는 것을 나타내는 것일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 거친 질감으로 표현한 이유가 있을까?

- 두 다리를 표현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 양팔을 벌린 자세로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 뒤에 있는 흉상의 팔이 보였다면 어땠을까?

- 이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중일까?





화가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



<작품 정보 >

알베르토 자코메티, <숲(The Forest)>, 1950, 청동조각, 59.7 x 61 x 49.5cm, 자코메티 재단 파리



알베르토 자코메티(1901~1966)


알베르토 자코메티는 1901년 스위스와 이탈리아 국경 사이에 있는 보르고노보 지방에서 후기 인상파 화가인 조반니 자코메티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제네바 예술학교를 졸업한 뒤 파리로 가 로댕의 조수였던 앙투안 부르델 밑에서 공부하며 큐비즘과 초현실주의에 눈을 뜨게 되었죠. 그는 호안 미로, 막스 에른스트, 파블로 피가소 등의 예술가들과 함께 공부했습니다. 이때부터 자코메티 특유의 얇고 가느다란 조각상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코메티는 그 후로 40년 넘게 인간 형상과 존재를 탐구했습니다.


<숲> 은 1950년에 제작되었으며 그의 대표적인 가늘고 긴 인물상들이 하나의 받침 위에 서있는 청동조각입니다. 이 가느다란 인물들 사이의 관계는 그들이 함께 점유하고 있는 '비어 있는 공간'을 통해 형성됩니다. 이는 자코메티가 이 시기에 지속적으로 고민하던 주제—한 인물 또는 여러 인물의 집단 속에서 인간이 느끼는 고립감—과 맞닿아 있습니다. 작품 속 인물들은 개별성이 지워진 존재들로, 관람자는 그들을 하나의 집합체로 인식하게 됩니다. 결국, 개인보다는 인간 전체를 바라보게 하는 구성이죠. 이 작품은 1948년부터 1950년 사이에 제작된 여러 인물 연작 중 가장 완성도 높은 군상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조각의 구상은 우연히 이루어졌습니다. 그는 처음에 3명의 인물과 1개의 흉상을 만들었는데, 작업실 바닥에 조각들을 무심히 두었다가 두 개의 무리로 자연스럽게 나뉘는 듯한 구도를 발견했고, 이 구성을 작품으로 발전시켰다고 합니다. <숲>은 7명의 여성상과 1개의 흉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작품 제목은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스위스 스탐파 마을 근처 숲에서의 기억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가지가 거의 없는 나무줄기들이 사람들처럼 모여 대화하는 모습을 떠올렸고, 이를 인간 군상으로 형상화했습니다. 표면의 울퉁불퉁하고 거친 질감은 실제 스탐파의 험준한 바위와 나무의 표면을 닮아있습니다. 그에게 숲, 산, 호수는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인간 형상의 변주였습니다.


청동으로 주조된 인물상들은 서로 가까이 모여 있으면서도 닿지 않습니다. 이것은 인간 존재의 깊은 고독감과 소외감을 강조한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인간 존재에 대한 실존주의적 성찰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자코메티 자신은 이런 실존주의적 해석을 거부했습니다. 그는 "나는 고독의 예술가가 아니다, 모든 삶은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작품은 인간의 단절이 아니라 연결을 향한 시도라고 주장했습니다.


아래 작품은 '<숲속의 빈터(glade)>'입니다. 오늘의 작품과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시죠? 조각 작품은 회화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다른 차원의 매력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작품을 보고 느낀 감정이 글로 잘 정리되지 않더라도 마음에 어떤 작은 파문이 일었다면 저는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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