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했습니다.
소소한 일상 이야기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했습니다.
태양은 나와 함께 뜨고 지며 지구라는 세상은 나로부터 시작해서 다른 사람의 삶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나'를 중심으로 거대한 방사형 맵이 펼쳐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어리석은 사고의 틀이 깨진 것은 대학에 떨어지고 나서였지요. 인생의 모든 슬픔을 혼자만 겪는 양 우울의 늪에 빠져 있었습니다.
'왜? 난 대학에 떨어졌을까?'
'왜? 나에게만 이런 슬픔이 찾아오는 것인가?'
지금 생각해 보면 실패의 원인을 자신이 아닌 외부에서 찾는 전형적인 비겁한 고3이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전 고3 담임을 할 때 자기 능력은 생각하지 않고 대학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학생을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저 또한 그랬으니까요. 서울에 이름 있는 대학이 아니면 대학이 아니라고 건방을 떨었던 전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19년 인생 최대의 위기로 제 뇌에는 지각변동이 일어났습니다.
그때야 개개인의 삶이 모여 전체가 된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 세상은 내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계속 존재하고, 존재할 것이며 나 따위는 없어져도 티도 안 난다는 것을 말이죠. 바닷가의 모래알 정도밖에 안 되는 보잘것없는 저를 세상이라는 큰 범위 안에서 조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만심, 거만함으로 똘똘 뭉쳐 철없이 살아왔던 저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졌고, 벗겨진 민낯을 드러내기가 부끄러웠습니다. 마음속 욕심과 잘못된 생각을 걷어내니 '아무것도 아닌 나'가 보였습니다.
이렇게 저는 실패의 교훈을 되새기며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나'에서 '있는 그대로의 소중한 나'를 다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은 결혼식을 준비하면 서였습니다. 여러 사람 앞에서 공식적으로 주인공이 되어보는 첫 경험! 이날만큼은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느낌이었습니다. 대중의 관심과 집중의 대상이 된 경험을 통해 마음속 깊이 눌러두었던 긍정적인 자기애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어렸을 때 갖고 있었던 막무가내의 자기중심적 사고와는 다른 사랑이었습니다. 내 인생이라는 세상 안에서만큼은 나는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라는 또 다른 의미의 나 중심설을 믿게 되었고, 그러기에 나의 선택과 행동 하나하나가 더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귀한 시간을 내서 와준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답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되었지요. 경조사를 품앗이처럼 다니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고민이었습니다.
이때부터였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싶고, 그래야겠다는 목표가 생긴 것이.
제가 생각한 선한 영향이란 타인을 위해 펼치는 위인들의 숭고한 자기희생처럼 거창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럴 그릇도 못되고 능력도 되지 않지만, 저로 인해 누군가의 마음이 더 밝아지고 희망과 목표가 생겼으면 했습니다. 그리고 팍팍한 이놈의 인생살이에서 조금이라도 즐거워지기를 바랐습니다.
딸 친구 엄마들과 독서 품앗이 모임을 만들어 아이들과 함께 활동해 보기도 했고,
친한 미술 선생님들과 미학 공부 모임을 만들어 함께 공부하고 있고,
명화 하브루타 교사 동아리 모임을 만들어 진행 중입니다.
제가 먼저 모임을 제안하고, 주제가 있는 모임 활동을 통해 성장하고, 즐겁게 유지하고 있는 것이 소박한 저의 실천기입니다.
"이게 뭐야? 봉사활동이 아니네."라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자기 발전을 위한 발걸음을 '선한 영향력'이란 말로 보기 좋게 포장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좋습니다. 누군가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며 재미있고 즐겁게 함께 성장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지요
"행복은 뭔가 얻으려고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행복이다. 그리고 네가 만나는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친절해야 한다."라는 밥 딜런의 외할머니 말씀처럼 각자의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우리 모두를 응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