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금의 필요성
<이봐, 친구! 그거 알아? 핸드폰비를 내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는 걸>라는 제목으로 2021년 12월 10일 출간 되었습니다.
옆 사람은 코인으로 대박나고, 옆 사람은 주식하다 쪽박찼다. '나는 뭘해야 하지?' 방황하며 아무것도 못하는 격동의 2030세대들에게 제대로 된 소비 습관을 길러주고, 트랜드에 맞는 투자방법을 제시해 주는 실제사례들로 제작되었습니다.
냉장고가 고장났어요
“전에 안 쓰는 냉장고 있다고 했지?
그거 아직도 잘 있어?”
오랜만에 연락한 지인은 내 안부 대신 냉장고의 안부를 물었다.
“네.
미니냉장고인데 필요하시면 드릴게요.”
지인은 회사에서 일하는 자기 사촌동생이 한 달 동안이나 냉장고 없이 생활하고 있다며 혼자 사니 작아도 괜찮을 거라고 했다. 6개월이나 일했는데 냉장고 살 돈도 못 모아놨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사촌동생의 재무 설계를 부탁했다.
‘사무용 냉장고는 30만 원이면 사는데……
혼자 살면서 왜 30만 원도 저축을 못 했을까?
밥은 먹고 살았을까?’
냉장고 없이 한 달을 생활한 H가 궁금해졌다.
미니멀리스트인 이나가키 에미코는 책 《퇴사하겠습니다》에서 ‘냉장고란 현대인의 삶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자 생명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의 소화 기관은 냉장고와 직결된다고도 볼 수 있다‘고 했다. 현대인들에게 냉장고 없이 살 수 있냐고 물으면 단연코 불가능하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 불가능한 일을 H가 해낸 것이다. H에게 호기심도 동하고, 살면서 꼭 필요한 생존자금의 필요성도 알려주고 싶어서 냉장고를 가지러 온 H에게 나는 이것저것 묻게 되었다.
7일간의 중국 출장을 마치고 밤 10시쯤 집에 돌아왔는데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안락한 집은 공포의 장소로 변해 있었다고 H는 회상했다. 집안에선 온통 쾌쾌한 냄새가 났고, 바닥에 물이 흐르고 있어 구정물을 따라가 보니 냉장고가 고장 나 있었다고 했다. 냉동실에 있던 오징어는 흐물흐물해졌고 냉장실에 있던 우유는 발효가 진행되어 요구르트 상태였다. H가 만약 그 우유를 무심코 마셨다면 어떻게 됐을까? 역시 냉장고는 생명과 직결된 물건임에 틀림없다. 늦은 시간이라 A/S 직원을 부를 수도 없어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밤새도록 혼자 냉장고 청소를 했단다. 2일 뒤 A/S 직원이 왔지만 냉장고 부품이 없어서 고칠 수가 없었다고 했다. 예상치 못한 위기가 H에게 닥친 순간이었다.
“그럼 냉장고를 바로 샀어야죠.
이렇게 더운 여름에 어떻게 냉장고 없이
한 달을 버텼어요?”
H는 중국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면세점에서 명품 지갑을 샀다. 생애 첫 명품 구입이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건 사회초년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다. 취업 준비로 받았던 스트레스를 6개월 만에 명품지갑으로 푼 대신 통장 잔고를 ‘0’으로 만들었다. 냉장고가 언제든 고장 날 수 있다는 걸 몰랐을까? 예상치 못한 위기는 H의 생명을 위협했다. 인생에서 위기는 도처에 깔려 있다.
명품지갑 가격은 30퍼센트 할인을 받아 36만 원. 소형 냉장고 한 대 값이다. 즉, H에게 꼭 필요한 생존자금이었다. 생존자금을 지갑과 맞바꾼 셈이다. 부모님 드릴 건강식품까지 사고 나니 통장 잔액이 9,800원이었다고 한다. 그나마 가진 돈에 딱 맞춰 샀다고 칭찬해줘야 하나 싶었는데, H에게는 12개월 할부로 산 최신형 노트북과 핸드폰 할부도 남아 있었다. 지인이 동생을 한심하게 생각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다음 달이라고 나아질 것 같지도 않아서 지인은 괘씸해서라도 냉장고를 사주지 않았던 것이다.
수입은 갑자기 늘어날 수도, 갑자기 줄어들 수도 있다. 일을 아예 못하게 되거나 가족들에게 일어난 갑작스런 사고로 내 경제가 흔들릴 수도 있다. 위기를 대비한 최소한의 자금이 필요한 이유다. H는 직장인이다. 매달 급여의 10퍼센트씩이라도 생존자금을 모아둔 사람이라면 사업문제, 주택자금, 교육자금, 비상자금, 노후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다. 어떠한 위기 상황에도 생존자금은 힘이 된다.
H에게 최소한의 생존자금을 모으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