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와 잠시 작별한지도 3개월이 흘렀다. 그동안 담고 싶었던 이야기는 참 많았는데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속칭 '돈 안 되는' 글쓰기가 뒷전으로 밀려버렸다. 다시 노트북을 열게 한 건 브런치에서 온 한 통의 알림. 즉, 세 달 동안 한 편의 글도 올라오지 않았다는 알림이었다.
"그러고 보니 강릉 온 지도 벌써 네 달이나 지났네."
다행히도 이곳에서의 삶은 생각보다 더 만족스럽다. 동해시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았는데 영동권을 대표하는 도시답게 강릉의 인프라는 동해나 속초에 비해 몇 배는 우수했다. 대형 쇼핑몰이나 코스트코 같은 마트가 없는 걸 제외하고선 크게 불편함을 못 느끼겠다. 아.. 아내는 로켓 배송이 안 돼서 (일반 택배보다도 느리다고 한다.) 불편하다고 한다. 그래도 다행히 일반 택배는 생각보다 빠른 편이다.
지난 채용공고 이후로 회사에 두 분이 합류하셔서 총 4명으로 팀 빌딩이 이루어졌다. 공교롭게 4명 모두 타지에서 와서 아무 연고 없는 강릉에서 잘 살고 있다. 다들 이곳의 환경이 너무 좋아 만족하고 있는데 강릉에서 오래 살고 계신 분들만 우리를 이해하지 못한다..^^; 참 재미난 게 강릉 분들은 왜 그 좋은 서울에서 이곳으로 왔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우리가 서울에서 강릉으로 떠난다고 했을 때 서울 사람들은 하나같이 우리를 부러워했다. 원래 남이 떡이 더 커 보이는 거지.
"누가 뭐래도 역시 내가 좋으면 그만"
이제 지난 세 달간의 굵직한 사건(?)들을 정리해볼까 한다.
또 이사 가야 한다.
어머니(시어머니)가 집에 계신다.
사업을 시작했다.
직원 두 분이 합류하셨다.
처음부터 너무 세다. 9월에 또 이사를 가야 한다. 4월 중순에 이사 왔으니 고작 5달 만인가? 7년 동안 이사를 그렇게나 다녔는데 또 간다. 부정할 수 없는 역마살이다. 이젠 강릉에 눌러앉으려고 하니 강릉 내에서 이사를 시킨다. 전세 매물이 별로 없어 부동산에 내놓은 지 3시간 만에 집이 나갔는데 집주인분이 전세에서 매매로 변경하시겠다고 하여 매수자를 기다리는 중이다. 우리는 9월에는 무조건 나가야 하는 상황인데 우선 일주일 정도는 상황을 지켜볼까 한다.
그래도 좋은 일(이 될지 아닐지는 아무도 모른다.)로 나가는데 근처 아파트 10년 장기임대에 당첨됐다. 랜덤으로 추첨하는 방식이었는데 생각보다 순위가 높게 나와 2~3달 만에 입주하게 된 것이다. 잔여호수도 나름 괜찮아 거실에선 대관령이, 주방에선 경포호가 보일 것 같다. 좋은 일이 아닐 수도 있다고 한 건 최초 입주일(2018년)부터 5, 7, 10년 뒤에 (조기) 분양 전환하는 조건인데, 강릉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어 앞으로도 계속 오르면 오른 시세대로 고스란히 매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당분간 이사 걱정 없이 살 생각하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청약은 죽어라 안 되는데 임대주택은 운이 좋다. 이것도 다 팔자지."
시어머니가 집에서 10개월 아들을 봐주고 계신다.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함께 살고 있다! 이런 엄청난 브런치 소재를 앞에 두고 글을 쓰지 못해 아쉽지만 분유 한 통이라도 더 사주려면 열심히 일 해야 한다. 앞으로, 이 이야기는 천천히 해볼까 한다.
8월에 콜라블 와인 스튜디오를 오픈했다. 준비하고 있는 미디어 플랫폼은 지속 개발하면서 교육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관광객을 타깃으로 재미난 로컬푸드 행사도 준비했는데 코로나가 다시 유행하고 강릉에 그만 4단계가 터져버렸다. (지금은 3단계) 올여름 이렇게 한산한 경포 해변은 처음 봤는데 고성, 양양은 대 호황을 누린 것 같다. 그리고 우리도 이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어 시작과 동시에 고전하고 있다. 1~2단계만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수업 중에 시음과 시식이 포함되어 있다 보니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다.
아직 열심히 홍보 중이고 초기이긴 하지만 얼른 상황이 나아져서 지금보다 많은 분들이 찾아오셨으면 좋겠다. 최대한 방역에 만전을 기하며 수업을 운영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9월엔 추석이 있어 '오징어'를 테마로 로컬푸드 페어링 행사도 해볼까 하는데 그때까지 상황이 조금 더 나아지길 바랄 뿐이다.
와인 클래스는 의외로 강릉분들에게 문의가 많이 와서 10월부터는 정규 과정을 개설할까 한다. 앞으로 지역에 계신 분들이 더 좋아할 만한 커리큘럼으로 많이 만들 생각이다.
9월부턴 10개월 아들이 우리와 떨어져 주말 가정생활을 해야 한다. 이게 맞는 건지 아직도 판단이 안 서는데 어린이집 갈 때까지 부모님이 도와주시고, 우리는 당분간 사업의 기반을 다지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주변에 물어봐도 다들 의견이 각각이라 결국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지나고 나면 다 잘 해결돼 있기를!
혹시라도, 브런치 독자님 스튜디오에 방문하시게 되면 꼭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