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탑스타인 그와 단독으로 영화를 찍게 되었다....!'
절반은 먹었지만, 나머지 절반은 누군가가 올까봐 남겨둔 파이.
방안은 하얀 햇살로 가득했다.
와이셔츠를 입은 남자는 파이를 바라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문을 닫고 나간다.
남겨진 파이.
부아아앙
고급 요트는 거친 서해 바다를 가로질러 달리고 있다.
철썩 철썩
미끄러지듯 파도 위를 달린다.
그 요트를 운전하고 있는 영화의 주인공 진웅.
서진웅, 그는 2023년 최고의 스타이다.
수많은 광고와 영화제의 상을 탔고, 그가 출연한 모든 영화에서 영화주인공 혹은 가장 매력있는 인물의 역을 항상 맡았다. 그의 훨씬한 키와 외모, 그리고 매력은 모두를 웃게하였다.
그를 만나는 사람들마다 그와 함께 있으면 행복하다고 말을 하곤 했다.
그리고 나는
나 예서는 그와 영화를 촬영하고 있었다.
대박 레전드
아름다운 해변에 비싼 요트를 운전하고 있는 진웅,
그의 와이셔츠 사이로 보이는 그의 단단한 근육이 보였다.
그리고 진웅의 품 아래에 진웅에게 안겨있는 예서.
예서는 옆을 흘끔 보았다.
진웅의 윤기흐르는 얼굴,
바람, 햇살
그 모든 것은 완벽했다.
다른 소리가 방해하기 전까지.
부아아앙
어 조금더 조금만 더 빨리! !
분위기를 확깨는 스탭들이 진웅 건너편으로 보였다.
진웅씨랑만 있고 싶은데..
예서는 혼잣말로 작게 속삭였다.
중심을 잡으며 반대편 요트에서는 카메라를 들고 있는 스탭들과 아저씨들. 귀마개와 안경 빵모자를 덮어쓴 아저씨들..
아오 좀 .. 조용히라도 제발..!
진웅씨와만 단둘이 함께 할수 있다면..
그때 들리는 소리.
어어 조심해 ~ 떨어진다 !!
풍덩
스탭 한명이 물속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그를 구출하려 속도를 낮춘 배.
촬영팀의 배는 이제는 뒤쳐져있는 것을 흘끔 확인한 예서.
그녀의 시선은 다시 진웅을 향했다.
햇빛과 그의 금빛으로 빛나는 피부..
물튀는 것 까지 전부 황홀했다.
“진웅씨,,”
“혹시 촬영 끝나고…”
후다닥
촬영이 끝나자마자 진웅씨는 요트에서 내렸다.
스태프들에게 간략히 인사를 하고 빠른 걸음으로 해변에서 벗어나는 진웅.
진웅씨의 예상치 못한 빠른 칼퇴근에 예서는 당황했다.
아니 !! 진웅씨.. 지금 바로 가시는거에요?
예, 오늘 날도 추운데 고생 많았어요~
형식상에 인사를 웃으며 나누는 진웅.
그리고 그 다음 행동은 예서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흰색 와이셔츠등을 훌렁 벗고, 배달하는 아저씨를 연상하는 옷을 목까지 올라오게 입었다.
벙찐 표정으로 바라보는 예서.
진웅씨는 온데간데 없고, 갑자기 아저씨가 눈앞에 있었다.
눈을 질끈 감고 예서는 30분전의 상황을 연상했다.
요트를 운전하는 멋있는 진웅씨..
진웅씨의 이미지를 충전 완료했다.
‘지금 오늘 하루동안 보트에서 기념 사진도 찍고
같이 대화도 나누고 싶단 말이에요 !’
라고 말하기로 준비한 예서. 입술을 뗀다.
‘ 혹시 같이..’
산뜻하고 가벼운 그의 대답
‘아 저 다음 스케줄이 있어서요’
샥
뒤돌아서 이제는 총총 걸음으로 자신의 차를 향해 뛰어가는 진웅.
나는 생각하다..
아! 더 중요한 모임이 있는걸거야.
진웅씨는 억만장자라고 들었어, 지금 가는 곳에 더 중요한 무언가가 있는 걸거야!
예서는 자신의 소형차에 시동을 걸고 먼저 출발한 진웅씨의 차를 쫓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어떨결에 시작된 미행. 얼마쯤 갔을까?
가다보니 해변가를 바라보는 고급 주택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고급주택을 커진 눈으로 보는 예서
기분이 좋아진 그녀는 헛웃음처럼 웃음이 코로 세어나오기 시작한다.
.. 진웅씨 이러면 안되잔항요
예서는 진웅씨가 이런 황홀한 곳에서 나를 대접하시려고..
씰룩 씰룩 올라가는 입꼬리를 참고 운전하여 간다.
끝없이 지나는 집들.
그리고 서서히 집들이 뜨문 뜨문 보이기 시작한다.
창밖을 보며 당황한 눈빛의 그녀.
어.. 뭐야
어디까지 가는거야..?
집들은 고급의 집에서 ..
이제는 항아리들과 고추가 널려진 초가집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새 경작되지 않은 밭들과 비닐하우스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
황홀했던 표정은 어디가고
이제는 초췌해진 그녀의 얼굴.
하.. 하 하하하
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아니야 그래도 .. 이런 밭 일을 가꾸면서..
밭 일을 가꾸고
소 여물을 주는
진웅씨의 모습…
아니 그래도 이건 아니지..
끼익
멈춰서게된 앞에 진웅의 차.
진웅씨는 갑자기 총을 들고 내린다.
당황하게 된 그녀는 차를 세우고 몸이 얼어붙게 된다.
그녀의 차를 향해 총을 들고 성큼 성큼 걸어오는 진웅.
미친놈이다. 진웅씨는 미친놈이였어.
확신으로 변하게 되고, 그녀는 그녀의 시선을 떨굴수 밖에 없었다.
휴대폰을 찾는데 뒷좌석에 둔 것 같다.
손을 뻗으려고 생각한 순간..!
똑똑
진웅씨가 와서 창문을 두들겼다.
경직된 예서.
짧은 찰나에 고개를 숙인 예서는 수많은 생각이 오고 간다.
진웅의 총구가 예서를 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총으로 창문 치면 긁히는데.
근데 오늘이 죽을수 있는 날인데
그녀는 애초에 초기배우인 그녀가 대배우와의 캐스팅 속았다는 생각에 괘씸하고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미안했다.
처음부터 이런 자리 오는게 아니였는데.
이런 곳에서 죽는다니..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인상을 찌부리고 얼굴에 힘을 주지만 눈물이 새어나오는 얼굴로 포기한채
홱
…!
근데 이게 뭔일?
고개를 돌려보니 그의 손에는 총이 아니라,
총이 닮은 물건이 있었다.
얼떨결에 차를 주변에 주차하고 차에서 나오는 예서.
진웅을 뒤따라 해변을 향해 걸어갔다.
진웅은 예서의 속마음을 알고 있는 걸까?
해변에 도착한 진웅은 예서를 보는채도 안하고 바닥을 살피며 돌을 던지고 해변을 향해 던지기 시작한다.
카메라, 비싼 배 등 그 어느것도 없는 그의 모습은
한참이나 아저씨 같았을 찰나에
그의 검은 위장 체육복을 벗으니 다시 그 해변의 남자의 광경이 펼쳐졌다.
예서의 마음은 그의 외모 하나만으로 감동하고 충분했었다.
어우 춥다 야
훌럭
다시 그 아웃사이더 같은 검은 옷을 뒤집어 쓴다.
이번에는 심지어 모자까지 꽁꽁 싸맸다.
…이게 놀리는건가. 진웅씨는 온다간데 사라지고 아재만 홀로 있었다.
예서와 눈을 마주쳤다.
흥.. 재수없어.
시선을 피하는 예서.
다시 고개를 돌리니 그 아저씨는 어느샌가 캠프 파이어를 만들고 익숙하다는 듯이 그 옆에 앉아있다.
불을 응시하며 손을 내밀고 있는 아저씨.
날씨가 춥고 바닷가여서 바람이 불어서 그런지 나는 그 아저씨 옆에 앉았다.
아저.. 아니 진웅씨
큰일날 뻔했다.
진짜 아저씨라고 할뻔했다.
무심한 대답하는 진웅.
왜요.
복잡한 감정을 털어놓기로 했다.
물어보고 싶은게 너무 많았다.
아저씨.. 여기 살아요.?
진웅은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잡초가 자라고 있는 해변과 구름낀 하늘 밖에 없는 이곳.
그는 손으로 땅을 가르키며
여기요?
아니 그러니까 .. 여기 주변에 자택이 있냐고요?
뭐.. 그렇긴 한데.. 예서씨는 근데 어쩐 일로 여기까지 오셨어요? 여기 볼것도 없는데.
예서는 아무 말 없이 바다로 고개를 돌린다. 안개가 낀 것 같은 하늘과 바다..
예서의 입술에서 떨어진 말
그냥…
..
그냥?
예 그냥 뭐 . . 같은 방향으로 올지 상상도 못했네요.
정적이 흘렀다.
바람이 더 불기 시작한다. 추워지기 시작한다.
더 이곳에서 견딜수 없을 것 같아 목소리를 높여 말한다.
‘진웅씨 여기 해변에 이렇게 있는거는. .’
진웅씨가 미웠다. 그냥 나쁜 놈이다.
다 알면서 일부로 이런 추운 바닷가에 멀리 데려다 놓고.. 얼른 퇴근하고 집이나 가고 싶지, 내가 왜 여기 같이 앉아있냐고.
벌떡
후다닥
예서는 진웅씨를 뒤로 하고 차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머리를 운전대에 대고 눈 끝으로 창문을 보았다.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진웅씨도.. 바다도..
진웅씨가 자신을 따라와주기를 바랬던 자신의 처지가 더 비참해졌다.
엔진을 키고 얼른 출발하였다.
나의 눈가 끝에는 불을 끄고 달려오는 진웅씨가 흐릿하게 보인 것 같다.. 아니면 내 착각인가.
나는 가던 방향으로 운전을 해서 갔다.
…
툭
툭
투툭
눈물일까
비가 오기 시작했다.
이젠 뭘 어떻게 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라디오를 틀었고 그곳에서 진웅씨의 흘러나오는 노래.
그리고 진웅씨와 해변에서 마지막으로 나누었던 기억이 났다.
예서씨
원래 인생은 혼자 살아가는거야
근데 그 빈 공간은 원래 비어있는 자체로 아름다운건데
다른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하는 가구들로 채우다보니까..
‘촌스러워지는거야.’
예서의 입술에서 떨어져나온 말.
웃긴다 정말.
하지만 숙연해지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비어져있는 갯벌을 보며,
돌아갈 곳도 없이 한없이 펴져있는 평지 같은 곳을 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