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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주사 Aug 14. 2023

이야기로 풀어보는 보도자료의 추억 3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방법은 많다


쥐들은 고양이의 위협에 대처하려고 회의를 열었다. 누군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자고 했다. 쥐들은 모두 좋다고 찬성했다. 그러자 늙은 쥐는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겠소?”라고 제안하자 모든 쥐는 순간 얼음이 되었다. 하지만 여러분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방법을 매일 접하는 마케팅으로 이미 알고 있다. 

    

보도자료는 양자역학처럼 홍보와 마케팅이 공존한다   

    

먼저 한국과 일본의 보도자료의 역사를 살펴보자. 일본은 1931년 만주사변을 일으킨 후 민심을 선동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남만주철도 총재실의 홍보과를 설치하였다. 참고 1) 그 뒤 우리나라도 각 부처에서 공보과․홍보과를 설치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하였다. “잘살아보세”로 대표되는 국가 주도의 경제성장의 속도를 높이려고, 정부 부처는 이미 결정된 정책이나 계획을 사후에 대중에게 일방적으로 알리는 데 보도자료를 활용하였다. 참고 2). “피할 것은 피하고, 알릴 것은 알리고(PR)”로 대표되는 보도자료를 편의적으로 배포하곤 하였다.


 또 정부는 보도자료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기업이다. 정부는 정보의 비대칭을 활용하여 내부 이익 극대화를 추구했다. 그래서 대중과 소통이라는 홍보의 본래 목적보다는 선전을 위한 홍보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둘 이상이 중첩하는 양자역학처럼 홍보와 마케팅은 보도자료에서 서로 공존한다.

     

영리한 민간기업은 정부 정책에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다


보도자료는 홍보와 마케팅의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다. 영리한 민간기업은 정부 정책에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다. 〇〇부는 ‘대한민국 숙박세일 페스타’를 실시하면서 2만 원 할인권을 100만 장 배포한다고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돈으로 계산하면 2,000억 원이다. 누가 그 많은 돈을 지원했을까? 참여기업을 보니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야놀자, 여기 어때, G마켓, 11번가, 인터파크 등 유명 여행사와 쇼핑몰이 참여했다.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민간기업이 왜 정부의 정책에 참여했는지는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 

    

돈도 시간도 없어도 정책마케팅을 만들 수 있다

     

혜택을 부여하는 정책뿐만 아니라 다른 정책에도 마케팅을 접목할 수 있다. 〇〇부는 소상공인 대상으로 오래된 냉난방기를 교체하고, 개방형 냉장고에 문을 달아주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일부 비용을 환급해 준다고 보도자료를 발표하였다. 이 정책으로 소상공인과 냉난방기 제조업체는 혜택을 볼 수 있다.

     

머리를 조금 더 굴려볼까? 냉장고 제조업체라면 구형 냉난방기와 자사의 신형 냉난방기를 나란히 전시하고, 소비 전력을 측정하는 행사를 정부 부처에 제안하면 어떻게 될까? 비용이 많이 드는 광고보다 행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기업 브랜드를 노출하고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수출할 때도 인증서를 보여주는 것보다 장관이 홍보한 제품이라고 하면 더 확실한 사회적 증거가 된다.

     

정부 부처 담당자도 정책을 만들 때부터 이런 행사를 기획할 수 있다. 돈도 시간도 없는데 어떻게 할까? 행사에 참여를 희망하는 업체를 미리 모으고, 참여기업의 브랜드를 보도자료에 포함한다. 이런 기획안을 기관장에게 보고하고 기관장 브랜딩을 위해 행사에 참여해 달라고 하면 어떤 반응이 올까?

     

영리한 쥐는 다양한 전략으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단다 

    

과거 정부 주도의 성장 시대와 달리 이제 독자는 수많은 지식으로 무장하였다. 그래서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제조한 정부 부처의 보도자료를 읽지 않는다. 관점을 바꿔 다양한 전략이 가미된 마케팅을 시도하면 어떨까? 프레임 전략, 동조 전략, 스토리텔링 전략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영리한 쥐라면 고양이는 방울을 빼면 유행에 뒤진다는 프레임을 만든다. 옆 동네 고양이들은 모두 방울을 달았다고 설득할 수 있다. 고양이의 졸음을 쫓는 특효약은 방울이라고 발표한다. 이처럼 직관·감성을 사용하여 고양이의 달팽이관을 자극할 수 있다.

     

 또 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로그, SNS 등을 활용하여 연령층 분석, 검색량 및 검색 빈도 분석, 시기 분석 등에 근거한 과학적 마케팅을 할 수 있다. 꾀돌이 쥐라면 고양이가 다니는 길목과 출현 빈도와 시간을 분석하고 고양이의 동선을 상상한다. 야옹이 통신을 분석하여 고양이 속내와 야옹이 여론의 움직임을 관찰하면 좋은 방법을 만들 수 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상황마다 다른 전략을 사용한다


 보도자료는 상황마다 다른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암흑 상자에 방울과 고양이를 같이 가두었다고 생각해 보자. 상자를 열기 전까지 고양이가 저절로 방울을 달았을 수도 있고, 안 달았을 수 있는 양자 중첩의 상황이 펼쳐진다. 양자역학을 설명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보도자료도 상황마다 다른 전략을 사용한다. 

     

만약 보도자료에서 독자의 지식과 관심도가 높다면 논리적 전략을 사용한다. ‘청년도약계좌’과 같이 특정 독자의 지식과 관심이 높은 보도자료는 수치나 방법을 알려주는 이성적인 자료를 활용한다. 반대로 지식이나 관심이 낮은 ‘저탄소 인증 농축산물’과 관련된 보도자료는 어떻게 만들까? 이때는 직관·감성을 이용한다. 예를 들면 ‘저탄소 인증 농축산물이란 화학비료 대신 퇴비를 사용하거나 물로 재배하는 농축산물이다. 화학비료를 많이 쓰면 지구는 탄소를 많이 먹어 아프다. 그러므로 탄소를 적게 쓰는 농축산물을 먹으면 지구를 지킬 수 있다’와 같이 만든다. 전략은 독자, 보도 내용, 시기 등에 따라 맞는 짝이 다르다. 그러므로 상황에 맞는 전략을 사용한다 




참고 1: 신인섭, “한국 PR의 기원, 일본 역사 비춰봐야” THEPR, 2023년 7월 26일, http://www.the-pr.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340.

참고 2: 황근, 대중매체를 활용한 정책홍보 효율화 방안 연구(서울: 한국방송광고공사, 2012), 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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