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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추락하거나, 날아오르거나, 즐기거나

유배지에서도 별은 뜬다

by 제이

When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가는 大路.
그러나
어쩌다 그 길에서 뽑혀 길 아닌 길로 내팽겨진 이들이 있다.
가본 이가 적어 익숙하지 않고 불안한 그 길.
발자국이 많지 않아 잡초로 덮인 불편한 그 길.
누릴 수도 있는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 그곳.

다수의 정상인이 아닌 소수의 장애인.
많은 건강한 이가 아닌 소수의 환자들.
취업자로 있다가 갑자기 해고당한 이들.
그리고 이러 저런 연유로 옥중에 갇힌 자.

유배자.
어제까지 세도를 누리던 자가 이런저런 연고로 멀고 먼 곳으로 귀양을 간다.
척박한 오지나 섬.
인연도 지연도 끊어지고 모든 것이 낯설고 모든 것이 멈춘 그곳.

그러나 그 어둠의 시간에 스스로 빛을 뿜으며 꽃을 피워 후세에 이름을 알린 이들이 있다.
그리움과 외로움과 통탄과 회한의 그 땅에서
정상적인 환경에서도 힘든 일을 사방이 막힌 그곳에서 하늘 위로 날라 오르며 이룬 이들.
그리고
이젠 그곳을 즐기기까지 하는 이들.

정약용
조선 후기, 정조대왕의 신임을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천주교 신앙으로 졸지에 머나먼 강진으로 유배를 당하며 삶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그는 고난을 복으로 바꾸는 행복의 기술을 가졌다.

명예도 이동의 자유도 없는 그곳.
그러나 마음을 다시 잡으니 보이는 게 있었다.
"흔들리는 마음은 버리는 것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지켜내야 하는 것이다."
"자신의 부족함을 아는 사람이 어찌 남과 비교할 시간이 있단 말인가."
이동의 자유는 박탈당했으나 내 마음의 자유는 누구도 빼앗지 못했다.
세상 명예도 권세도 이젠 없으나 책을 즐기며 학문을 연마할 시간은 지천이었다.
유배의 고통스러운 시간이 학문 연구와 저술의 보람된 시간으로 바뀌었다.
평생 500여 권의 대 저술을 남겼다.
만일 유배를 당하지 않았다면 결코 이루지 못할 자아실현의 업적!

서양에도 유배를 떠나서 그 절절한 외로움 중에 만들어진 걸작들이 있다.
청교도 설교를 금지하는 당시 영국 성공회 법을 어겨 옥고를 치렀던 존 번연.
그가 옥중에서 집필한 '천로역정 '
성경 다음 가장 많이 팔렸다는 이 책.
빅토르 위고의 '레미저러블'
토스토에프스키의 '죄와 벌'
그리고 사도바울의 옥중서신서 '에베소서, 빌립보서, 골로새서, 빌레몬서'
밧모섬에 갇힌 사도 요한의 '요한계시록'까지.

땅의 감옥만 감옥인가?
육체의 감옥에 갇히고서 진주조개들을 토해낸 이들이 있다.
듣지 못하는 상황에서 만들어진 주옥같은 음악들을 작곡한 베토벤.
보지도 듣지도 못하나 작가, 연설가, 사회주의 운동가가 된 헬렌 켈러.
그리고
석창우 화백.
사고로 두 팔과 발가락 두 개를 잃었다.
그러나 의수로 그리는 그의 그림은 폭발적 에너지를 뿜는다.



우리는 너른 대로를 편안히 가며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를 소망한다.
그러나 천 길 낭떠러지를 만났지만 그럼에도 그곳에서야 비로소 피울 수 있는 또 다른 꽃이 있다.
삶의 웅덩이에서 주저앉아 버릴지 쓰러져 내리는 몸을 추슬러 일어나 그곳에서만 허용된 메리트를 이용할지는 본인의 선택.

지능도 특별한 능력도 없는
지능이 50 채 되지 않은 다운증후군 아들.
마흔 넘은 동갑의 북한 김정은은 한 나라를 통치하고 있고 또래들은 열심히 살며 사회의 중견인이 되어 있다.
생활능력은 부족하나 시간이 여유로운 그는 그림을 그린다.
세 번의 전시회도 가졌다. 복지관에서 매일매일 즐겁게 지내며 여유작작.
오늘은 베토벤의 월광곡을 들으며 성경을 쓰고 있다.
나름 행복하다.
만일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선택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산다는 게 감옥이지.
감옥에 갇혔으나
하늘의 아름다운 별을 볼지
운동장의 진흙탕을 볼지
선택대로 생의 기쁨과 슬픔이 따른다.

TV에서 게임을 하는 두 사람.
먼저 웃어버리면 벌로 레몬을 먹어야 한다.
레몬 조각을 입에 문 자는 만상을 찌푸린다.
쓰고 신 레몬.

어쩌다 인생의 쓴 레몬을 받게 되었으나 그것으로 새콤 쌉쌀한 레모네이드를 만든 이들도 세상에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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