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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나다앨리 Apr 11. 2020

컴퓨터 게임에 대한 단상
: 어느 게임중독자의 고백

미라클 모닝 10일 차


컴퓨터 게임에 빠져 살던 시절이 있었다.



다른 친구들이 고등학교 때부터 포트리스, 스타크래프트를 할 때만 해도 나는 별로 관심이 없던 컴퓨터 오락이었지만 "카툰 레이서"라는 넷마블의 자동차 게임을 만나면서부터 나는 푹 빠질 수밖에 없었다. 현실 세계에서는 즐길 수 없는 레이싱과 스피드를 대신해서 느끼고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카툰 레이서라는 게임은 카트라이더만큼 유명세를 치른 자동차 게임은 아닌데 일부 매니아 층에서는 꽤 인기가 있었다고 생각되며 내 친구들은 모두 게임에 동참했었다. 코마, 드라고, 무스카 등 기본 자동차를 골라서 시작한 다음 레이싱에서 승리를 하면 돈이 나왔고 그걸로 아이템을 사고 꾸밀 수 있었다. 



하지만 아는 사람들은 알듯이 기본 제공되는 자동차와 아이템으로 레이싱에서 승리하기는 쉽지가 않다. 게임에 빠지면 빠져들수록 현금결제를 하며 계속된 튜닝을 해 나갔다. 캐릭터의 자동차가 마치 현실의 내 자동차라고 생각되었다. 캐시로 살 수 있는 아이템의 최고봉을 찍고 나자 대충 해도 1등이었다. 더 이상 나를 따라잡을 자가 없어지자 게임은 점점 시시해졌다.




카툰레이서 속의 내 차는 대략 이런 모습이었음 ㅎㅎ




신규로 정착할 만한 게임을 탐색하다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다고 할 수 있는 RPG 게임으로 넘어가게 된다. 그 당시에 다양한 RPG 게임이 있었는데 메이플 스토리, 바람의 나라, 리니지, 카발 등 깔짝깔짝 조금씩 해 보다가 2005년 당시 새롭게 출시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와우(WoW)라는 게임에 느낌이 와서 정착하게 된다. 와우는 정말 신세계였다!몹을 잡아서 레벨을 올리고, 온라인상의 다른 사람들과 파티를 맺어 사냥을 하고 퀘스트를 깨어가며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게임이다.



단 몇 분이면 끝나면 카툰 레이서와는 달리 와우는 한 번 시작하면 적어도 1시간 이상, 파티를 맺고 인벤을 돌면 기본 2~3시간이 걸리는 게임이었다. 자동차 게임처럼 단시간 집중해서 달려야 하는 것이 아니기에 길드라는 일종의 작은 모임을 결성하고, 길드원들과 계속 대화를 나누며 게임을 하는 재미가 있었다. 마치 게임 속 릭터가 나인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게임을 하는 동안은 현실 세계의 취업, 진로 고민 따위는 전혀 생각하지 않을 수 있었으며 게임 속 가상의 캐릭터가 정말 나였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게임에 빠져들었으며 미래가 불투명하던 현실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생각마저 들었다.



매일 게임에 빠져 있는 내가 한심했던지 당시에 엄마가 찍어둔 내 모습




나는 어떻게 게임중독에서 벗어났는가?




한번 빠지면 끝을 보는 성격이다. 집의 컴퓨터 사양으로는 게임을 따라가기가 힘들어서 거의 매일 피시방에 출근하고 밤을 새우기도 하며 여름 방학 두 달 가까이를 만사를 제쳐두고 게임에만 몰두했다. 그 당시 와우의 만랩(최고 레벨)은 60이었는데, 한 달이 지나 중렙인 40일 찍게 되었다.



 전국 곳곳에 사시던 길드원들이 모인 길드에서는 내가 제일 막내였고, 여자 길드원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길드분들은 나를 이뻐해 주시며 기회만 되면 데리고 다니면서 좋은 아이템을 먹여주시고 말도 태워주시고 게임과 인생의 여러 가지 조언도 해 주셨다. 그래서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금방 만랩을 찍게 되었다. 만랩을 찍은 다음 단계는 새로운 캐릭터를 다시 키우면서 만랩 캐릭터로는 파티에만 참석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다른 분들은 수도사, 주술사, 드루이드 등 직업별로 만랩 캐릭터를 보유하고 계셨다. 그리고 만랩 캐릭터는 고가에 팔 수도 있다는 솔깃한 말씀도 해 주셨다.



나는 내가 그토록 공들여 키운 캐릭터를 정말로 현금화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상점에서 내 캐릭터를 경매에 내놓아 보았고, 평균 입찰가가 10만 원 선이었던 듯하다. 나는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10만 원은 나의 피시방 일주일 치 비용도 안 나오는 금액이었다. 내가 두 달 동안 인생을 포기한 듯이 게임에만 몰두하고 키운 그 결과물의 가치는 고작 그 정도였던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몹을 잡으면서 느끼는 소소한 재미, 온라인으로 길드원들과 소통하는 기쁨, 파티에서 승리했을 때의 쾌감 등의 다양한 즐거움이 있었지만 정말 그것들은 한순간의 쾌락인 것이었지 이 가상의 캐릭터가 없어진다면 모든 것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달간의 그 누구보다 열정으로 불탔던 내 인생이 갑자기 극도로 허무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게임에 접속하지 않았다.









게임,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그렇게 게임에 손을 놓았지만 게임에 대한 관심까지는 없앨 수 없었다. 늘 옵저버 처럼 뭐가 새로 나왔나, 요즘 사람들은 어떤 게임을 하나 관찰을 한다. 게임이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해서 그만둔 것이 아니라 내가 절제할 자신이 없어서 새롭게 시작을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다 몇 년 전, 10년 만에 클래시 오브 클랜이라는 게임을 6개월 정도 했었다. 임신 기간 동안의 제한된 환경 속에서 내게 맞는 태교가 뭐가 있을지를 찾다가 내게 가장 잘 맞고 내가 즐겁다고 느낄 수 있을 만한 게임을 선택한 것이다. 음악 감상, 손 바느질, 베이킹 등 내가 취미도 없고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은 남들이 하는 태교를 그대로 따라 하지 않았다.




게임으로 태교를 한다니 한 편으로 어이없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클래시 오브 클랜 덕분에 정말 즐겁고 재미있는 임신 기간을 보냈다. 외로운 이국땅에서 고국의 사람들과 어울리고 대화를 나누는 기쁨을 얻었으며, 게임을 통해서 지루하고 답답할 수 있었던 그 임신기간의 활력 있게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출산과 동시에 나의 계획대로 게임에서 과감하게 탈퇴했다. 단지 게임을 수단과 목적으로 잘 활용했다고 생각한다.









게임과 삶의 발란스를 위하여




현시대에서 게임은 전 세계 사람들의 삶에서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한다. 한때 게임중독자였던 나의 입장에서 무조건 게임은 나쁘고 끊어야 한다고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일상생활이 지장이 있을 정도로 지나치게 몰입하게 되면 질병이 되고 독이 되겠지만, 내가 필요한 선에서 게임을 적당히 이용을 한다면 일상에서 찾기 힘든 재미와 성취감도 느낄 수 있으며, 두뇌의 자극도 줄 수 있는 다양한 장점들도 찾을 수 있다. 결국은 게임을 대하는 본인의 자세와 시간을 얼마만큼 분배해서 절제하며 사용하는지에 차이인 것이다.




피로한 일상에서 게임 한 판의 즐거움으로 스트레스를 날리는 즐거움, 딱 그 정도의 선에서만 게임을 이용하며 긍정적인 영향만을 받을 수 있는 현명한 게이머가 되기를 응원한다.





@캐나다앨리

<미라클모닝 10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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