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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나다앨리 Apr 12. 2020

6년째 사회적 거리두기 중

캐나다 사는 한 이방인의 이야기


이민, 사회적 거리두기의 시발점




코로나 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지역사회 감염 차단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이 곳 캐나다도 예외는 아니며 사람들 간 어떤 종류의 모임도 취소하고 집에 머물기를 권고하고 있다. 현재 내가 거주하는 퀘벡은 법규를 어기고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 만날 경우  $1,000의 벌금을 내야 한다. 필수 직업군을 제외한 모든 사업장은 폐쇄된 상황이며, 대다수가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장을 볼 때에는 한 가구당 1명씩 들어갈 수 있으며 개인 간 6피트 (182.88cm)의 거리를 두도록 하고 있다.


국가의 권고사항인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지키는 캐나다 사람들 (요즘 마트 앞 흔한 대기 행렬)


코로나로 인한 일시적 정리해고와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는 변화된 일상으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나의 삶은 이전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남편은 직장 파견으로 인하여 6년 전 캐나다로 이민을 오게 되었고 그동안 4번의 도시 이동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고 교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었고 또한 언어 장벽과 문화 차이로 인한 외부활동에 대한 두려움은 나 스스로를 사회와 격리시켰다. 어쩌면 캐나다로 온 그 순간부터 나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인간에 대한 지독한 갈증



나는 사람을 좋아하고 관계중심적인 사람이었다. 무엇을 혼자서 하기보다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고, 그래서 야근과 회식을 밥 먹듯이 하던 직장생활이 행복했다. 그 누군가와 함께였기 때문이었다. 인정 때문에 동료일을 돕고, 함께 야근을 한 뒤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을 기울이는 그 순간이 너무도 좋았다. 대인관계에서 오는 소소한 일상은 내가 사는 삶의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했다.  


회식에 절대 빠지지 않고 오히려 즐기기까지 했던 직장인 시절 (2009, 어느 평범한 회식)


그랬던 내가 아무 준비도 없이 캐나다에 오게 되었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지구 반대편 나라에서 이방인이 되어 느끼는 지독한 외로움과 공허함내가 왜 이곳에 있는지를 자꾸만 되묻게 만들었다. 이민자이거나 해외 생활의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비슷한 마음을 가진 적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퇴근 후는 주로 가족과 함께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캐나다의 문화로 인하여 남편, 아이들과 늘 함께 했지만 인간관계에 대한 갈증은 도무지 채워지지 않았고 시간이 갈수록 마음속의 답답함과 우울함은 늘어만 갔다.


 






잊고 살았던 나를 찾아서


 


물리적인 거리는 심리적인 거리에도 영향을 미쳤다. 머리와 마음속에 실타래처럼 얽혀있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점점 멀어지면서 타인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나 자신에게로 옮겨졌다. 그리고 정작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 자신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자아조차 찾기 전에 단체생활에 익숙해져 그동안 타인의 감정에 이리저리 휘둘리며 인간관계에 끌려다녔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있는 나를 느낀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었지만 정작 그 속의 나 자신은 없었다. 나는 누구인지 진정한 나를 찾는 시간이 갖고 싶어 졌다. 


나를 찾는 좋은 방법 중 하나, 여행 (2017 캐나다 퀘벡시티)



시간은 충분했다. 그동안 극도로 관계 중심, 타인 중심이었던 생각을 내 안으로 바꾸면서 그동안 관심 가지지 못했던 나 자신에 대해 찾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관심을 줄이고 나 스스로에게 눈을 돌렸다. 두 아이의 육아와 살림으로 바쁜 일상이었지만 잠시라도 틈을 내어 나 자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도록 노력했다. 그동안 위축된 심리는 나 자신과의 거리를 좁혀 갈수록 회복되었다.







인간관계 재정비의 시간


아무리 좋았던 관계였다고 하더라도 직접 만나지 못하고 연락이 뜸해지자 이상 친분을 유지할 없었다. 그러면서 그동안 소홀히 했던 가족들과 친구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들과의 심리적 거리는 오히려 점점 좁혀졌다. 나 자신의 성공을 위한 일과 사회생활을 잘하기 위해서 이 세상 사람들과 잘 지내려고 그렇게 발버둥을 쳤었고, 결국은 그 속의 인간관계에 엮여 그것이 전부라 믿으며 정작 소중한 관계를 돌보는 것에 소홀히 했던 나였다.  


사람들과의 거리가 넓혀질수록 가족들과의 거리는 좁혀졌다. (2019 토론토, 나이아가라)


인간관계에 선택과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가장 우선순위인 배우자와 아이들과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기 위해서 노력하게 되었다. 주변에 사람이 없다고 우울해있기보다는 한국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생각날 때마다 메시지를 하고, 보이스 톡으로 나마 안부를 전했다. 처음엔 쑥스럽고 어색했다. 하지만 그동안 돌보지 못해서 회복되기 어려울 것만 같던 관계는 신기하게도 금방 좋아졌다. 서로의 마음이 통했기 때문일까? 대인관계에 대해서 이전보다 더 큰 만족감을 얻었으며 어느 순간부터 인간관계에 대한 갈증도 서서히 해소되기 시작했다.









위기, 기회의 또 다른 이름


최근 한국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인한 우울증의 일종인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도 고립된 생활에 지쳐가는지 슬금슬금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듯 보인다. 하지만 코로나 19 종식을 위해서는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은 권고가 아닌 필수라고 생각한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 국민들의 코로나 대응에 대하여 찬사가 이어지며 한국의 위상을 완전히 바꾸고 있는 상황인데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지키고 동참하는 것 만이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가장 빠른 방법임과 동시에 우리나라와 국민들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도 언제든 다시 미국과 유럽 같은 폭발적인 감염이 재발할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단체 조직생활과 더불어 함께하는 것에 익숙한 우리들은 지금 이 순간이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모든 것은 양면성이 있기 마련이라 이 시기만의 장점 또한 분명 존재할 것이다. 이 지루하고 길게만 느껴지는 위기의 시간을 잘만 활용한다면 오히려 나 자신을 찾아가는 시간, 사랑하는 주변인들과의 관계 회복의 시간, 새로운 도약을 위한 재정비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그동안 소홀했던 본인의 인생에서 실제로 가장 소중한 사람들, 세상에서 언제나 내 편이 되어 줄 내 사람들을 생각해보고 오랜만에 전화 한 통으로 따뜻한 마음을 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젠 시차조차 느껴지지 않는, 한국에 있는 엄마와의 익숙해진 화상 통화



이민자로 살며 피할 수 없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몇 년간 기간 지속해 오고 있는 내가 그동안 느껴 온 장점들을 다른 분들도 이 시기를 통해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캐나다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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