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기고 싶었던 어느 알콜중독자의 고백
01_프롤로그
2019년 12월, 내 나이 만 36세.
전두측두엽의 흔치 않은 뇌 위축 발견, 70대 치매 노인의 뇌와 유사한 형태.
알콜로 인한 전두측두엽 치매가 진행 되고 있다는 의사 소견이다.
알콜성 치매? 말도 안 돼!
고등학교 수학여행에서 처음 술을 접한 후 알코올 20년 이력이다.
유전적 영향인지 내 몸은 처음부터 술에 대한 거부가 없었기에 과하지 않은 적당량의 술을 습관적으로 계속 마셔왔다.
특별히 술을 마셔야 할 이유도 없이 마셨고, 술을 끊어야 할 이유는 더더욱 찾지못했다.
그렇다. 나는 알코올 중독자였다.
그 누구도 내게 알코올 중독자라는 진단을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내 스스로가 중독자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습관처럼 마시는 일상이 되어버린 술.
그 술로 인해 내 뇌가 줄어들었다는 충격과 절망은 이루말할 수가 없다.
한 번 손상된 뇌는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럼 나는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가?
젠장! 도대체 난 어쩌다가 이 정도로 망가진 것인가?
나는 살고싶다.
알코올 의존증 환자 90% 이상이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과 편견 탓이다.
스스로가 알코올 의존증이라고 인정하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나 또한 중독자라는 수치스러운 고백을 여러 번 망설였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내 주변의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 그리고 '설마 내가?' 하면서 읽고 계시는 당신!
술에 의존하고 살지만 스스로 중독자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모든 분들의 재활을 희망하며, 벌거벗은 내 지난 과거를 고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