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캐나다앨리 Apr 04. 2020

부모님께 효도하는 방법에 대하여 : 효자이야기

미라클 모닝 3일 차



2016 캐나다,  아직 눈 밭인 몬트리올의 3월


한마을에 효자로 소문난 아이가 있었다.




효자라는 소문은 전국에 펴져 방송국에서 와서 그 아이의 일상을 촬영하게 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보기에 그 아이의 일상은 효도를 한다고 보기 어려웠다. 병든 노모가 차려주는 세끼 식사를 먹고 하루 종일 빈둥거리며 노는 것이었다.



저녁이 되었고 노모는 따뜻한 물을 대야에 담아와서 아들의 발까지 씻겨주는 게 아니겠는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방송국 직원들은 "저기요! 지금 뭐 하는 거죠? 당신은 소문난 효자라면서요!!"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그 아이가 말했다. " 효자요? 저 그런 거 잘 모르는데. 저는 그저 어머니가 하시는 일에 따를 뿐이에요." 그제야 사람들은 "아.." 하고 깨달음을 얻고 돌아갔다.



그 아이의 부모는 자식에게 밥 세 끼를 차려주고 저녁마다 족욕을 시켜주는 것이 기쁨이었고 그 아이는 그런 부모에게 순종한 것이었다.



내가 효도하면 늘 떠오르는 오래전 어디에선가 읽은 #효자이야기이다. 이렇게 효도라는 것은 특별히 부모님을 위한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이라기보다, 부모님의 말을 잘 따르며 부모님 마음을 기쁘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개인적으로 부모님께 효도하는 방법에 대하여 오랫동안 생각을 많이 해 왔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20대에 나름대로 철이 든 이후로 부모님께 효도를 하기 위해 상당 시간 노력해 왔던 것 같다. 그 누군가는 너희 남매들은 효도를 경쟁적으로 하려고 한다고 하는 말도 했던 기억도 난다.



 2015 태국 파타야, 그동안 부모님 돈으로만 여행 다니다가 처음으로 내가 쏜 의미있는 여행 



부모에게 반항하고 방황하던 20대 청춘에서 갑자기 효도를 하려니 그 방법을 잘 알지 못했다. 첫 월급을 몽땅 떨어 값비싼 명품을 사 드리고, 주 3회로 정해 의무적으로 전화를 드리며, 퇴직금을 털어 해외여행을 모시고 가면서 '나는 지금 꽤 효도를 하고 잘하고 있다.'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마흔을 바라보는 지금에 와서야 진정한 효도라는 게 그런 게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자식을 낳게 되니 솔직한 심정으로 나는 내 아이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자주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된다. 안 아팠으면 좋겠고, 말도 잘했으면 좋겠고, 책도 많이 봤으면 좋겠고..



부모가 되니 자연스럽게 생기는 자식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그렇게 여러 가지 기대들로 넘쳐나다가 아이가 아픈 순간이 되면 모든 것이 다 필요 없으니 건강하게 자라게만 해 달라고 기도하게 된다. 이렇든 너무나 뻔하고 흔한 말이지만 부모가 자식에게 가장 바라는 것,






부모를 위해 자식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효도는 본인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다.




자식이 아프면 부모의 맘은 찢어진다. 내가 대신 아팠으면, 자식을 위해 목숨까지 내어 줄 수 있는 것이 부모다. 따라서 내 몸이 아픈 상태로는 온전한 효도를 하기란 어렵다. 아니 내가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것이 바로 효도라고 볼 수도 있겠다. 부모님과 통화하면 늘 "밥 먹었니?"라고 물어보는 것도 부모님께서 내 건강에 대한 걱정을 가장 많이 하고 있다는 증거다.




2017 캐나다, 몬트리올 집에서의 조촐한 엄마 환갑 생일



다음으로는 효자로 소문난 아이의 이야기의 교훈처럼, 내 부모님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것을 곰곰이 생각해 보고 실천하는 것이다. 각 개인이 다르 듯 이는 모든 부모마다 자식에게 원하는 것이 다를 것이다. 신앙으로 믿음 속에서 사는 것을 우선으로 원하는 부모, 자식이 공부나 직업적으로 성공하기를 바라는 부모, 그저 본인 앞가림만 잘하면 만족하는 부모. 따라서 내 부모님이 내게 원하는 것을 세심하게 잘 알아내고 그에 응하는 것이 다음 단계의 효도라고 볼 수 있겠다.



부모가 아무리 자식한테 잘해 준다고 해도 왠지 마음 한구석에 무언가 안쓰럽고 미안함이 있는 것처럼, 효도 또한 잘하더라도, 못 해도 결국은 후회가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현재의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부모님의 마음을 기쁘게 해 드리고 최대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최고의 효도하는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만약에 특별한 감동을 드리고 싶다면 집에 있는 부모님의 사진을 모아서 영상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생각이 든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기쁨과 감동을 주기 위해 종종 영상편지를 만든다. 영상 제작 실력은 정말 형편없고 사진을 추가하는 기능 이외에는 잘 모른다. 하지만 제작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 대비 그 감동의 크기가 엄청나기 때문에 계속하게 된다.



나이가 들면 추억으로 산다고 하는데 부모님도 본인의 이전 사진을 보면 무척 좋아하시고 행복해하실 듯하다. 나는 아쉽게도 자막까지 직접 쓰지는 못했지만 평소에 하기 힘들었던 말을 자막의 글로나마 대신하면 부모님 평생에 최고의 선물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영상편지 외에도 부모님을 기쁘게 하는 일은 다양할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데 하릴없이 때우기보다 잠시라도 나를 만들어 주시고 키워주신 사랑하는 부모님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고, 각자 본인의 위치와 상황에 맞는 방법으로 효도를 실천해 보도록 하자. 요즘 세상이 흉흉하다고 하지만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이라도 본인을 탄생시켜주신 부모님을 공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아낌없이 전하면서 조금이나마 더 따뜻한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미라클 모닝 3일 차>

@캐나다앨리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하며 산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