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면직 후 벌써 6개월이 지났다. (사실 한 달 전에 블로그에 올린 글을 옮겨온 거라 한 달의 시차가 있어요-_-;)
딴 얘기지만, 7월이 되면서 나이가 42살이 되었다.(4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으로 어려짐. 어리다고 우겨본다.) 신난다. 8월에 생일이라 금방 1살 더 먹겠지만.
공무원 중간에 그만두고 얼마나 잘 사는지 좀 보자는 사람들을 위해 중간평가를 해본다. (결산? 보고? 평가? 뭐라 해야 하나 고민했으나 이거나 저거나 다 공무원스럽네;;)
아이에게 좀 더 시간을 쏟았고. 남편에게 조금 더 다정해졌다.
친정엄마와 2주에 한번 정도는 점심데이트를 한다.(코스트코나 아울렛을 같이 가고. 같이 점심을 먹는다.)
브런치북을 발행했고. 매일 글을 쓴다.(포스팅이나 발행은 못 하더라도)
3개월간 드로잉을 배웠고 5개월째 독서 토론 리더 양성 과정을 진행 중에 있다.
6개월간 영어회화수업을 꾸준히 듣고 있고. 매일 도서관에 가고 매일 책을 읽는다. 강연을 찾아다니며 듣는다. 좋아하는 드라마 몰아보기도 종종 하고 있다.
오랫동안 묵혀왔던 집안일을 하나씩 클리어하는 중이다. 동네 뒷산에 자주 오르고 가끔은 집에서 요가를 한다.
학부모회에 가입했고 지역교육청에서 주민참여예산지역 위원으로 위촉되었다.
의도치는 않았지만 탈매직을 하고 반곱슬머리로 돌아가는 중이다.(꼴이 엉망이라는 얘기다.)
1년간 옷 안 사기 챌린지중이다.(그냥 나 혼자 하는 거다. 꾸질꾸질하게 하고 다닌다는 얘기다.)
이렇게 단순하게 하루를 보내고 있다. 내향인이라서 혼자 있는 게 좋지만 그래도 또 애써서 안 하던 짓들을 해보고 있다.
공무원조직의 부당함에 열받지 않고, 학교 안에서의 교행직 처우에 분노하지 않고,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고 살 수 있어서 이제 좀 편히 숨 쉬며 사는 것 같다.
며칠 전 명예퇴직한 선배님이 교육청 자유게시판에 '미련 없이 내려놓는다'라고 쓴 글을 읽고 마음이 많이 안 좋았다.
몇 년 전부터 학교구성원으로서 괴리감이 점점 커진다고. 일할수록 사기가 떨어진다고. 자존감이 바닥으로 내려앉는다고. 교사의 권리와 권위가 높아지고 공무직의 처우가 좋아질수록 우리의 입지는 좁아졌다고. 교원업무경감이 행정실로의 업무이관이 되고 업무분장 갈등으로 우울증까지 앓게 되는 교행직들이 늘어간다고. 기계설비안전관리자 업무까지 행정실에 떨어졌다고. 교행직들의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고. 구구절절 맞는 말이었고 우리(교행인. 나 아직 마음은 교행인인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순식간에 내 공직생활의 과거 어느 때로 소환당한다. 분노. 당혹감. 참담함. 자괴감. 모멸감.
나만 그랬던 게 아니라서, 나보다 훨씬 선배도 느꼈다는 것에서 위로받기도 했지만 우리의 현실이 그러했고 지금도 변함없이 그렇다는 것이 많이 씁쓸하고 아팠다.
(이제 고생 끝났다는) 6급 (워라밸 끝판왕이라는) 교행직 공무원을 그만두고도 6개월이 지나도록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그만두길 잘했다는 생각은 여러 번 했다.
이런 걸 볼 때마다 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확인받는다.
확인받지 않아도 사실 전혀 상관없다. 답은 이미 내 안에 있고 퇴직 후의 삶이 얼마나 만족스러운지는 내가 제일 잘 안다.
돈을 벌진 못 하지만 돈 걱정도 크게 하지 않는다. 전보다 덜 쓰고 전보다 더 아끼고 그렇게 지내고 있다. 물론 모아둔 돈이 계속 줄어들면 불안해질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그렇지 않다. (차를 팔았고 아직은 그 돈으로 잘 쓰고 있다.)
자꾸 후회하지 않냐고, 심심하지 않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전혀요. 안 심심해요. 바빠요. 후회없어요. 라고 말하면 안 믿는 눈치.
그분들은 집에 있으면 심심하다는데 나는 본투비 집순이라서 그런지 하나도 안 심심하고 혼자서 사부작사부작 몹시 바쁘다. 시간이 부족해서 원하는 만큼 책도 다 못 읽고 대출한 책 고대로 반납할 정도인데 심심하긴요.
여름 방학이 다가온다. (이미 한창 방학중입니다.) 아이와 함께할 시간이 기대되면서도 조금 두렵다. 아니다. 좀 많이 두렵다. (생각보다 좋다.) 하지만 알차게 보내 보려고 한다.
To do list를 작성해서 도장 깨기 하듯이 돌아다니고 경험하고 즐겨 보련다.
행복하다.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어서 더 행복하다. 이제 더 이상 '공무원 그만 두기'가 내 인생의 목표가 아니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