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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훈 Dec 12. 2019

작가독서법이란?

독서를 힘들어하지만, 극복하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우리는 책의 홍수 속에 살고 있고, 독서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독서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사람들은 독서라는 말을 들었을 때 크게 두 가지 느낌을 받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하고 싶다, 또 하나는 그런데 어렵다는 것입니다. 책에 대한 이미지는 아직까지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좋은 것 같습니다. 책을 읽는 행위가 몸에 해롭다든지, 인간을 망치는 악의 주범이라고 생각하는 분은 아직까지는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청소년들은 보통 책 읽기를 싫어하지만, 자신이 싫어하는 것이지 독서 자체를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독서를 싫어하는 청소년들도 이렇게 생각하는데, 하물며 책을 읽고 싶어하는 분들은 어떻겠습니까. 정확히 이유는 설명 못하겠지만 독서는 아무튼 좋은 것이고, 그러니 하려고 하시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독서를 막상 하려고 하면 쉽지 않다고 느끼시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책장에는 책들이 빼곡히 꽂혀있지만 다 읽지 못한 책들, 읽었는데 내용이 기억이 안 나는 책들, 심지어는 사 놓고 펼치지도 못한 책들도 있지요. 책을 사는 것이 사실상 인테리어 소품을 사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게 되어버린 셈입니다. 그래서 책장에 책들을 보면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책들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죄책감을 삼킵니다. 한번은 굳게 다짐을 하고 책 한 권을 집습니다. 책상에 앉아 읽으려고 하는데 책상이 너무 지저분하네요.(평소에는 그렇게 안 느꼈는데 말이죠.) 다 치우니까 한 시간 지났습니다. ‘책에는 커피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커피 한잔 따라오고, 커피랑 같이 먹으면 좋으니까 쿠키 하나 가져오고, 이제 진짜 읽어야지 하는 순간 귀신같이 친구한테 연락이 옵니다. 마치 천지 만물이 내가 책 읽는 것을 방해라도 하려는 듯이, 평소에는 신경도 안 쓰이던 것들이 책을 읽으려고 하면 왜 이리 눈에 띄는지. 답답한 적 많으실 겁니다. 

 


 이 글을 쓰는 과정에서 저도 저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어렸을 때에는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물론 입문은 만화책으로 했습니다. 주로 삼국지 같은 고전을 다룬 만화, 과학을 쉽게 알려주는 만화, 교양을 위한 만화 등을 읽었죠. 그 중 제가 가장 오래 붙잡고 읽었던 만화는 이원복 교수님의 ‘먼 나라 이웃나라’ 였습니다. 6권짜리 만화책을 족히 100번씩은 읽은 것 같습니다. 집에 책이 많은 편이 아니어서, 본 책을 또 본 것이죠. 삽화가 간간히 들어가 있는 위인전도 읽었습니다. 글이 많아 처음엔 좀 힘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세계의 고전 명작들을 읽었습니다. 아이들이 읽기 좋게 얇게 나온 80일간의 세계일주, 메리 포핀스 같은 작품들 말입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였습니다. 뽀르뚜가가 죽었을 때(아차, 스포일러인가요) 꺼이꺼이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결론적으로 유년 시절 저의 독서는 평범했던 것 같군요.

<우리는 공부를 하면서 책을 가장 많이 읽었죠. '독서처럼' 안 느껴지셨겠지만요>

 청소년기에는 공부 관련된 책 말고는 별로 본 기억이 안 납니다. 아, 이 시기부터는 만화책은 논외로 하겠습니다. 제가 공부를 본의 아니게 많이 한 덕분에, 청소년기에는 주로 문제집을 보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중학교 1학년 때 많이 봤던 국내의 판타지 소설들, 그리고 고등학교 때 시험공부를 하다가 봤던 세계문학단편들입니다. (원래 시험기간에는 공부 빼고는 다 재미있잖아요?) 그 때 모파상의 목걸이,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그 전까지 저는 오 헨리가 마지막 잎새만 쓴 사람인줄 알았습니다.), 안톤 체호프의 귀여운 여인과 같은 그야말로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단편들을 읽었죠. 사실 시험 기간에만 읽었고 평소에는 안 읽었습니다. 청소년기에도 눈에 띄지 않게 야금야금 평범하게 책을 읽었던 것 같습니다. 

 

 청년이 되고 일을 하면서 저에게 변화가 생겼습니다. 저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보시면 느껴지시겠지만, 저는 주로 문학 작품을 많이 봤습니다. 청소년기를 지나면서는 교양 서적들, 특히 자기계발서적은 정말 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제 안에 반항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자기계발서적들을 비뚤어진 시선으로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죠. ‘넌 그렇게 해서 잘 됐지만, 나에게는 의미 없어. 넌 나랑 다른 사람이잖아!’ 그런데 대학교를 다니고 일을 하게 되면서 자기계발서적도 보게 되더군요. 물론 처음에는 보기도 싫었고 잘 읽히지도 않았고 적용도 못 했습니다. 정확히는 적용을 하기가 싫었던 것 같습니다. 안 읽어본 책을 읽으려니 그것도 힘들었고, 아직까지 제 반항기가 다 사라지지 않아서 거부감도 들었습니다. 싫은데 왜 읽었냐고요? 청소년기에는 느끼지 못했던 것을, 일을 하면서 점점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저의 ‘한계’ 였습니다. 공부만 할 때는 잘 몰랐는데, 일을 하니 제가 잘 못하는 일들을 발견한 것입니다.

 

 자기계발서적을 비롯하여 여러 교양 서적들을 고통스럽게 읽다가, 지금의 저를 있게 해준 스승님을 만나게 됐습니다. 그분과 함께 일을 하다가 그분에게 들었던 말은,

 

“너, 책 읽는 게 별로 안 익숙하구나?”

 

 처음엔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그러나 스승님은 제가 교양 서적이나 자기계발서적에 약하다는 것을 정확히 간파하셨습니다.(더불어 제 반항기도 같이 간파 당해버렸습니다.) 그 이후로 스승님에게 책 읽는 법과 글 쓰는 법을 함께 배우게 되었습니다. 글 쓰는 법을 책 읽는 법과 같이 배우니, 글을 읽으면서 글의 내용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작가들의 고민과 생각하는 과정이 같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것을 느낀 순간에 독서에 대해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즐거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책을 통해 작가를 만날 수 있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를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독서를 하며 지금까지 왔고, 결국 이렇게 독서법에 대한 책을 쓰고 있네요. (제가 살면서 책을 쓸 것이라는 생각도 못했고, 그 책이 독서법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더더욱 생각도 못했지만요.)

 


 

<연습하면 누구나 독서를 잘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바로 독서에 대한 저의 시행착오 때문입니다. 제가 독서법을 알고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즐거움과 저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겪었던 독서로 인한 고통의 괴리감을 해소하고 싶었습니다. 아마 우리나라에 사시는 대부분의 분들이 저와 비슷한 과정으로 책을 접하셨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어린 시절에는 책을 많이 읽었다가, 나이가 들수록 점점 책과 멀어지는 과정 말이지요. 근육이 좋았던 사람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결국 근육이 풀어지는 것처럼, 독서도 그렇습니다. 방법을 알지 못하고 독서를 하는 것은 방법과 규칙을 모른 채로 헬스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제 주위에서 운동을 하시는 많은 분들이 동일하게 하시는 말씀은 ‘정확한 자세와 방법을 모르면 운동은 차라리 안 하는 것이 낫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내 몸을 망친다는 것이죠. 독서도 똑같습니다. 책에 적혀있는 글이 전부 한글인데, 왜 책이 이해가 잘 안되고 잘 안 읽어질까요? 몸을 움직일 줄 안다고 해서 메시처럼 축구를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고수가 되기까지는 훈련이 필요하고, 훈련을 하려면 좋은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제가 제시하려는 독서법이 모든 종류의 책을 읽을 때 하나도 빠짐없이 도움이 된다고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독서법과 상관없이 취미 생활의 일환으로써 느긋하게 독서를 하고자 하시는 분들도 물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후술하겠습니다만, 독서라는 활동은 여러분의 생각보다 어려운 활동이고, 정확한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이 풍성한 독서 라이프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 방법을 익힌 덕분에, 저는 이제 종류를 두려워하지 않고 제가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책을 쓴 것도, 읽는 것도 결국 사람입니다. 책에 적힌 글도,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언어도 결국 한국어입니다. 그러므로 방법만 정확하게 익힌다면, 우리는 독서에 실패할 리가 없습니다. 부디 저의 부족한 이 글이 독서를 통해 풍성한 삶을 누리기를 원하는 모든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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