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경희 Nov 26. 2023

쓰기 위해 읽는 독서


책을 많이 읽으면 자연스럽게 글을 쓸 수 있을까요?

모두 그렇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책을 읽는 것과 글을 쓰는 것은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긴 하지만 정확하게 ‘그렇다’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책을 다독(多讀)했다고 해서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닙니다. 단 한 권이라도 책을 어떻게 읽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책은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유용한 수단이기에 더 잘 알고 더 잘 써야 합니다. 몇 권이나 읽었나를 따지는 것을 벗어나 무엇을 읽고, 왜 읽으며, 어떻게 지혜롭게 쓸 것인가에 대해 자기 주관을 가지고 책을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무턱대고 책을 읽지 말고, 자기 객관화도 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며 책을 주체적으로 선택해서 읽어야 합니다. 이렇게 책을 읽는다면 자기 생각을 쓰는 쓰기 작업에 쉽게 도달할 수 있습니다.       



쓰기와 읽기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습니다. 읽기는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이고, 쓰기는 생각을 뱉어내는 과정입니다. 머릿속에 입력된 지식, 감정, 느낌, 정보는 개인의 범주화된 사고 체계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래서 필요할 때마다 말, 표정, 행동, 글로 다른 사람에게 전달이 됩니다. 이런 지식과 정보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었을 때 인간의 지적능력은 발전합니다. 그렇다면 말을 잘하는 사람이 글도 잘 쓸까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말을 잘하는 것과 글을 잘 쓰는 것은 다른 영역입니다. 말을 할 때는 구어적 메시지에 표정과 행동이 병행되기 때문에 의사 전달력이 강하게 됩니다. 하지만 글은 오직 문자로만 메시지를 만들고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쓰지 못하면 의견을 전달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독서를 하면서 쓰기도 되는 독서법을 추천합니다.     



책을 그냥 읽는 것이 아닌 쓰기 위한 독서 방식이 있습니다. 쓰고 싶은 주제를 정하고 책을 읽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서울에서 부산을 가려면 내비게이션에 목적지 부산을 기록하고 최단 경로로 이동해서 부산을 갑니다. 이렇게 목적지를 정해두고 길을 떠나듯이 도착지 같은 글쓰기 주제를 정하고 책을 읽는 것입니다. 글의 소재들은 나를 불편하게 하는 생각들이나 미래에 닥칠 예측 가능한 문제를 현실로 당겨오면 됩니다. 삶의 불안, 불편, 불만족스러운 것들은 글의 좋은 소재가 됩니다. 자기 검열 없이 삶을 드러내는 일에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불편한 삶을 드러내기 시작한 그 지점이 바로 변화의 시작점이며 글쓰기의 시작점일 수 있습니다.      

책을 쓰는 일은 브랜드나 상품 기획의 사고과정과 다르지 않습니다. 책을 잘 쓰려면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면서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것도 추가되어야 합니다. 책을 쓰는 목적을 가지고 책을 쓰기 시작하면 모든 잠재력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처음부터 무리하지 말고 3개월 또는 6개월 목표를 설정하고 매일 쓰기를 해야 합니다. 나만의 집필 시간과 장소를 설정해 두고 꾸준하게 쓰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무엇을 쓸 것인지 주제를 정하고 쓰게 되면 매일 조금씩 문제를 해결한다는 성취감도 느낄 수 있습니다. 글쓰기를 혼자 하는 것도 좋지만 생각이 같은 사람들과 약속된 시스템 안에서 하게 되면 좀 더 안정적인 글쓰기를 지속할 수 있습니다. 

쓰기의 출발은 가장 오래 해 온 것부터 출발하면 좋습니다. 가장 오래 해온 것,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당신의 글의 주제입니다.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가?’ ‘그 시절의 나는 어떤 존재가 되고자 했었나?’ ‘아이의 엄마, 아빠, 남편의 아내, 아내의 남편, 직장에서의 입지는 좁아지고, 소외되어 가는 중년의 나를 빼고 나면 나에게 남은 건 무엇일까?’ ‘먹고사는 것 외에 나는 내 인생을 무엇이라 말할 수 있을까?’ 이런 삶의 질문들을 덮어두지 말고 글로 써가며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쓴 글이 책이 되지 않더라도 글쓰기를 하면 달라집니다. 자기를 알아가는 것은 고통이 아니라 고통을 찢고 나아가는 기쁨의 일입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글의 재료들이 많아야 합니다. 단연 많은 독서가 글의 재료가 됩니다. 그래서 저만의 쓰기 위한 독서법을 소개합니다.     


첫째집중해서 집요하게 읽어라.     

글쓰기의 주제가 정해지면 글의 테마나 주제에 관한 책을 집요하게 많이 읽습니다. 주제와 관련된 작가의 책, 책에서 소개한 책까지도 읽습니다. 모두 정독하는 것은 아니고, 쓰고 싶은 주제에 맞는 글들을 골라서 정독하며 나의 이야기로 바꾸어 씁니다. 글의 주제를 생각하고 읽기 때문에 읽으면서 바로 나만의 글로 변합니다. 

또는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모두 읽기도 합니다. 한 작가를 제대로 알게 되면 그로써 알게 된 다른 작가들의 작품까지도 관통하기도 합니다. 책을 너무 폭넓게 읽지 말고, 때로는 협소하고 깊게 읽는 것도 글쓰기에 좋은 소재를 얻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둘째메모하면서 읽기     

독서를 하다가 마음 가는 문장이나 문구가 있으면 메모해 둡니다. 혹은 운전하다가 산책하다가 좋은 글 소재나 글이 생각나면 바로 메모를 합니다. 때로는 잠들기 전이나 꿈속에서 생각난 글을 바로 메모하기도 합니다. 메모는 즉시 하고, 뭐든지 메모합니다. 지식, 정보, 생각, 느낌, 의견, 주장, 기억 등 무엇이든지 가능합니다. 특히 새롭게 알게 된 것을 메모할 때가 가장 희열을 느낍니다. 

메모해 둔 것은 가족과 지인, 그리고 강의나 수업할 때 사용해야 오랫동안 기억에 남습니다. 반드시 메모한 내용을 말이나 글로 사용하기를 권합니다. 

최근에 지인에게 들은 말에서 무릎을 탁 치며 공감하고 웃었던 글귀가 있었습니다. 

“성격과 인품은 얼굴에서 나타나고, 손톱과 머리에서 청결을 알 수 있으며, 몸매에서 생활 습관을 알 수 있다.”

신선하면서도 요즘 아이들 말로 현타를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특히, 건강과 다이어트에 관심이 있는 저에게는 ‘몸매는 생활 습관으로 알 수 있다.’라는 말에 뜨끔했습니다. 

메모의 힘은 대단합니다. 메모가 쌓이면 책이 됩니다. 그렇기에 글을 쓰기 위해서는 메모의 습관은 필수입니다.      



셋째고전 반복해서 읽기     

“고전은 누구나 한 번쯤 읽기를 바라지만, 사실은 아무도 읽고 싶어 하지 않는 책이다.”라고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Mark Twain)이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고전은 누구나 읽고 싶지만 쉽게 읽히지 않습니다. 어려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읽어야 합니다. 고전은 오래전에 쓰인 책이지만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많습니다. 특히 저는 한문 교육을 전공하면서 동양 고전을 익숙하게 자주 접하게 되어서 동양 고전에 매력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전을 많이 읽다 보면 자연스레 쓸거리가 떠오릅니다. 그리고 글을 쓸 때는 다른 책에서 나온 글을 가져다 쓰는 경우가 있는데 고전의 글귀를 사용할 때는 표절의 위험에서 벗어나 편하게 인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고전의 글귀들은 누구나 인정하고 널리 회자되고 있는 명문장이 많아 글쓰기에 인용하면 폼도 납니다. 

고전을 많이 읽기보다는 몇 권을 정독하는 것을 권합니다. 고전을 읽다 보면 고전들이 서로 통하는 진리가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때 느끼는 희열은 아는 사람만 압니다. 고전이 어렵더라도 고전 세 권만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신영복 선생님은 “머리에서 가슴으로 그리고 가슴에서 다시 발까지의 여행이 우리의 삶입니다. 머리 좋은 사람이 마음 좋은 사람만 못하고, 마음 좋은 사람이 발 좋은 사람만 못합니다.”하고 말했습니다. 

삶도 그렇지만 글도 그렇습니다. 독서와 학습한 것을 생각하며 머리로 글을 씁니다. 감정과 느낌, 마음으로 글쓰기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손발로 경험한 것을 글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경험이 많을수록 글을 잘 쓸 수 있습니다. 되도록 많은 경험을 하려고 시도해 보고 살아야 합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작게 여기고, 인생 목표는 크게 가지고 살면 좋습니다. 하고 싶은 일과 이루고 싶은 꿈이 있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면 이야기 주제가 많아집니다. 그 이야기들은 글이 될 수 있습니다.      


모든 글에는 이유와 목적이 있습니다. 글을 읽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기도 합니다. 글로 상황을 알려주고, 이해시키고, 행동을 끌어내려합니다. 글을 써야 하는 필요와 계기, 욕구와 동기에 따라 글쓰기 실력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글쓰기 과정은 힘들지만 성취감만큼은 아주 큽니다. 글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고, 본인 자신도 월등하게 성장하는 계기가 됩니다. 처음의 글보다 5년 후의 글은 반드시 베스트셀러의 글만큼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쓰기 위해 우리는 치열하게 독서를 해야 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